그녀는 목요일에 문자를 하나 받았다. “OO 씨, 한 주 동안 잘 지내고 계세요?” 수업을 하는 중이었지만 하도 연락이 뜸하니 눈이 번쩍 떠지게 반가웠다. 이게 바로 밀당이로구만. 계속 답을 할 타이밍을 노렸다.
“네. 수업하고 있습니다.” 가능한 한 아무렇지 않은듯 담백하게 답하려 노력했다.
그리고는 또 답이 없었다. 환장한다. 그냥 살아 있는지 확인을 하는 건가? 혹시 너무 담담하게 답했나 의심스러워서 집에 도착해서 또 문자를 보냈다. “지금 집에 들어왔어요.” “?” 무슨 용건이 있는지 물었으나 심지어 읽지도 않고 며칠이 지나가고 있다. 대체 문자를 얼마나 많이 받으면 가끔 읽지 못할 정도일까 심히 궁금해진다.
그리고 또 주말을 방구석에서 뒹굴면서 그녀는 기분이 매우 우울해졌다. 피곤했는지 아침을 먹고 점심을 먹고 끼니를 챙기면서 계속 잠이 들었다. 주말이니 근처 몰에 가서 커피도 한잔 마시고 책도 한 권 구매할까 싶었으나 마음뿐이었다. 날씨가 급격하게 싸늘해져서인지, 황금 같은 주말에도 연락조차 없는 것이 화가 나는지, 갱년기의 전조증상인지 마음속이 온통 부글부글 끓고 엉클어져 갔다. 저녁까지 먹고 나서 간신히 생각의 늪에서 몸을 일으켰다.
대체 이토록 데이트를 미루고 미루는 건 왜일까? 신중하게 상대의 조건을 따지고 있는 건가. 혹은 가족 간에 모임이 많던데 가족 말고는 중요한 게 없는 건가. 그렇다면 죽을 때까지 가족 모임에나 가고 알콩달콩하며 살면 될 텐데. 썸을 타는 게 아니라 기분이 파도를 탔다. 의심과 원망과 불쾌함과 화를 오르락내리락하면서.
그녀는 만남을 시작도 하기 전에 진이 다 빠져 나갔다. 내일 모임에 가지 말까 하는 유혹도 있었다. 연락을 모두 끊고 실종이라도 된 듯이 잠적하는 거다. 그러고 보면 늘 혼자 드라마를 쓰고 결말까지 지은 후에 힘을 다 빼고 만다. 이미 이 만남도 달콤한 시작부터 뜨거운 열애를 거쳐 비극적인 이별까지 완결되었다.
그가 “오해를 잘하시나 봐요?”라는 질문을 한 이유도 이 때문일거다. 아직 시작도 하지 않고 기회만 엿보는 상대방은 이미 깊이 감정에 몰입된 그녀가 당황스러울 수 있다.
그녀는 호감을 잘 표현하지 못한다. 부끄럽기도 하고 감정은 풍부하나 표현은 어렵다. 여기에 또 아이러니가 있다. 감정은 저 만큼 푸른 하늘을 파닥파닥 날아가는데 얼굴은 무표정하고 말도 없으니 상대방은 그 부분에 서운해한다. “왜 반가워하지 않는가, 가까이 앉지 않는가?” 불만을 표한다. 그녀는 원래 그렇게 생겨 먹었다. 예민하고 수줍어하고 감정표현이 약하고 망상도 잘하고 정작 소설은 안 쓰면서 인생 드라마를 머리속에 장황하게 쓴다. 그래서 뭐?
아무튼, 이 지지부진한 관계를 확실하게 정리해야겠다고 그녀는 다시 마음을 먹었다. 그럼, 둘이 만날 기회를 만들어야 하지 않나?
가을은 깊어만 가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