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이야기 7] 새로운 원룸을 찾아서
삼만리
S는 매일 사냥감을 찾듯이 다른 지역의 원룸을 찾아 돌아다녔다. 이 수도권의 소도시는 꽤 면적이 넓으므로 여기저기 다닐 곳이 많다. 공부방의 입지로는 주변에 1,000세대가 넘는 아파트가 있고 초등학교 바로 앞에 자리 잡는 게 유리하다. 주변 상가에 치열한 경쟁 상대인 학원도 적어야 한다.
몇 군데 가봤지만, 꼭 마음에 드는 곳은 없었다. 예산에 맞춰야 하니 더욱 선택이 한정되었다. 보통의 원룸은 7~8평 정도가 되고 베란다나 부엌이 따로 분리돼있어서 다섯 명 정도 들어갈 공간밖에는 안된다. 투룸이 되면 전세로는 1억 이상, 월세는 60만 원 정도로 가격이 올라간다.
‘아무래도 투룸은 되어야 할 것 같은데.’ 빠듯한 예산이 마음에 걸렸다. 사생활을 침해할까봐 거주하는 집을 따로 분리했는데 합쳐야 하나.
금액을 더 높여서 아파트 월세까지 알아봤지만, 까다로운 집주인이 공부방을 허락해주지 않는 문제가 생겼다.
'이러다간 전세 3억 가까이 되는 아파트를 알아보게 생겼는데.'
그러는 와중에 회사 단톡방에 새로 공부방을 시작하려던 선생님이 그만두겠다는 문자를 남겼다.
' 아, 이제 더 관여하고 싶지 않다. 이 난리를 겪는 게 몇 달새 벌써 두 번째다.'
왜들 자기 판단대로 조용히 그만두지 않고 단톡방을 한 번씩 뒤흔들고 폭탄 메시지를 투하하는 걸까? 그동안 들인 시간과 비용이 아까워서 분이 풀리지 않는 건가?
날마다 계속되는 원룸 순례에 지친 나머지 이른 시간부터 한참 자는 데 전화벨이 울렸다. 깜짝 놀라 깨서 시계를 보니 밤 11시가 훌쩍 넘은 시간이었다. 사무실에서 딱 한 번 만났을 뿐인데 이 야밤에 아무리 원통해도 전화를 해도 되는 건가? 전화벨을 무시하고 도무지 잠이 깨지 않아서 그대로 계속 잤다.
아침에 회사 단체대화방을 보니 간밤에 화해했는지 ㅇㅇ장이 '어제 갑작스러운 문자 때문에 많이 놀라셨죠?' 하면서 극적으로 타결이 됐다며 둘이 주고받은 카톡 메시지가 올라왔다.
'아, 알아서들 하시오. 알고 싶지 않소이다.'
무슨 증거물도 아니고 둘이 사적으로 대화한 내용을 캡처해서 올리는 게 이해가 안 된다. 너도 나도 개인적인 대화를 공개하는 게 유행인거 같은데 사적인 정보인 것 같아서 S는 마음이 불편하다.
ㅇㅇ장은 단톡방을 너무 애용한다. 애정결핍 증상인지 온종일 시시때때로 사람들과 대화하는 걸 즐기나 보다. 이에 따라 팀장까지 자기 문자에 답을 안 한다며 장문의 불만 섞인 메시지를 남겼다.
다른 선생님들이 친절하게 답을 달았다.
'수업 중이라서 메시지를 놓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앞으로 챙겨서 답할게요.'
'공지라고 앞에 적어 주시면 신경 써서 답할게요.' 등등.
‘그 많은 메시지를 다 볼 시간이 없단 말이다. 알겠소? 제발, 자제해주시오.’ (S의 솔직한 마음의 소리였다)
OO 장이 일기를 쓰는 것처럼 온종일 점심으로 뭐 먹었다는 것까지 사진과 함께 올리는데(그나저나 집에서 가져왔다는 쌈밥이 맛있어 보이긴 했다) 어떻게 다 챙겨본단 말인가? 장단을 맞추듯 수십개씩 올라오는 문자에 눈이 핑핑 돌고 머리가 아플 지경이다.
용건만 간단히! 문자의 홍수에 떠내려가지 않으려면 문자에도 요금을 매겨야 하지 않을까 싶다. 아니면 일대일로 한가하고 심심한 자들을 찾아서 알콩달콩 대화하시라.
그건 그렇고 간밤에 전화했던 쌤은 정신상태가 상당히 이상해 보인다. 한참 자던 중이라 전화를 받지 못했는데 마지막에 문자로 '웃기고 있어요.'라고 보냈다.
대체 누가 어떻게 웃기고 있다는 건지 주어가 없어서 뉘앙스를 알 수 없으나 혹시 나에게 한 말인가? 불미한 촉이 생겨서 가까이하고 싶지가 않다.
단지 제가 원하는 오밤중에 따박따박 전화를 받지 않았다는 이유로 '웃기고 있다'고 하는 건가?
S는 지난번 처음 통화할 때도 본인의 불안감을 털어내고자 한시간 반동안 똑같은 말을 반복해서 끊지도 못하고 심히 피곤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세상에는 참 기본 상식이나 예의란 없는 것 같은 이상한 사람들이 가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