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이야기 6] 우리, 공부방 이사합시다
에궁 이사는 또 어디로!
ㅇㅇ장은 첫눈에 보이는 대로 추진력이 강한 사람이었다. "우리 공부방 이사합시다."라고 선언한 다음 날부터 새로운 지역의 집을 물색하여 사진을 보내줬다.
S도 마음먹으면 실행이 빠른 편이라 성향은 달라도 죽이 잘 맞는 면이 있었다. 사람을 믿고 보는 성격 때문에 한 달 만에 또 설레발을 치는 건지도 모른다.
오 개월밖에 안 되었는데 이사라니 부동산 소개비부터 시작하여 새로 구매한 중고 냉장고, 이사는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까마득했다.
하지만 ㅇㅇ장이 "쌤, 한번 실패한 거로 생각하세요. 의기투합하여 다시 새롭게 시작해봅시다.“ 라고 시원스러운 결론을 내주어서 마음을 다잡았다.
누구에게 핑계를 돌리든 이 집을 최종적으로 선택한 것은 S의 실수였다. 뒤를 돌아보며 한탄하지 말고 앞만 보고 다시 나가보자.
S는 늘 그런 편이지만 공부방을 선택할 때 성급했었다. 출근한 지 한 달이 지났고 공부방을 빨리 오픈하려는 생각에 주변 원룸을 충분히 돌아보거나 따져보지 않은 것이다. 30년이 된 건물이라 복도의 페인트가 나풀나풀 떨어져 나가고 외관이 다소 흉흉해서 아이들을 보내지 않을 거라는 걸 예상했어야만 했는데 내부는 깔끔했으므로 괜찮다고 판단했다. 부동산 아저씨에게 하소연을 해봤으나 주민들도 소득이 없는 노인이 대부분이고 곧 재건축을 할 수도 있으므로 누구 하나 나서서 십시일반으로 비용을 걷어 보수를 할 계획이 없다고 했다.
주말을 지나 월요일 점심 회식이 끝나고 ㅇㅇ장과 팀장과 함께 바로 집 보기에 나섰다. 오월의 날씨 답지 않게 한 여름처럼 무더웠다. S는 육중한 몸으로 헉헉 거친 숨을 쉬며 걷는 ㅇㅇ장의 짐을 살며시 들어줬다.
'나보다 어린데 왠지 언니라고 부르고 싶다.' 듬직한 외모로 보아도 그렇고 직급이 높으면 언니지 않은가? 돈이 붙어서 떨어지지 않는 사주를 가지셨다니 콩고물이라도 조금만 나눠주시오! S는 두 손 모아 간절히 기원하는 마음이었다.
가까운 ㅇㅇ동에 가보니 주변에 아파트가 2,800세대인가 들어서 있고 공부방 입지 조건이 좋은 곳이라고 한다. 원룸은 몇 되지 않았는데 다른 지역보다는 시세가 높았다.
'억대가 훌쩍 넘는 보증금이나 월 70만원에 가까운 월세를 감당할 수 있을까?' 도 고려해야 한다. 엇비슷한 원룸을 두 군데 정도 둘러보고 ㅇㅇ장과 팀장은 사무실로 돌아갔고 S는 혼자 부동산에 연락해서 다른 곳을 방문했다.
한 부동산은 전에도 거주할 월룸을 구할 때 연락했던 곳이다. '부동산 전화번호가 저장되어 있다니 이 동네 원룸을 참 많이도 보러 다녔구나. '
'원룸 인생 사 년 차에 들어서니 풍월을 읇는다.'
초등학교 후문 쪽의 원룸은 가파른 언덕 위에 위치해 있어서 건물 안에 들어가 보지도 않고 포기했다. 아이들이 공부방을 오려고 이 정도의 경사로를 등산하는 것처럼 힘들게 올라올 리가 없다.
아직 공사중인 원룸도 있어서 입주 시기도 고려해야 하고 완전히 마음에 쏙 드는 집은 없어서 다른 지역으로 가보기로 했다.
과연 기다렸다는 듯이 꼭 맞는 장소가 나타나 줄 것인가? 총알이 날아다니는 전장에서 외로이 죽어가는 공부방 일병을 살려낼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