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이야기 9] 말을 바꾸는 것
정직한 사회가 되었으면 합니다
금요일에는 수업이 없었다. S에게는 나름의 루틴이 있다. 수업이 없는 날에는 평소보다는 좀 더 긴 코스를 선택해서 산책을 즐긴다. 반짝이는 시냇물이 흐르는 길을 따라 걸어서 근방에서는 가장 큰 쇼핑몰까지 걸어갔다.
가는 길에 있는 운동 기구에 멈춰서 허리 돌리기, 달리기, 자전거 타기 등 기구도 한 번씩 이용해본다.
초여름이 부쩍 가까워지는 5월 마지막 주, 풀 깎기가 한창이었다. 무시무시한 소리를 내는 전기톱을 가지고 온 사람들 몇몇이 탄천 주변의 풀을 깎아 내고 있었다.
'길섶의 풀들은 맥없이 잘려나가지만, 뿌리가 살아있으니 얼마 지나지 않아서 잡풀들은 다시 맹렬하게 자라 나올 거야. 초여름의 강렬한 햇살과 비를 맞으면서.' 그녀는 길을 걸으며 생각했다.
S는 어제 일주일 만에 회사에 출근했다. 월, 목 두 번 출근해야 하므로 두 번 결근한 셈이다. 일주일 전에 걸린 감기가 아직도 낫지 않아서 몸이 좋지 않았지만, 근근이 일어나서 회사에 갔다.
출석률에 따라 팀비가 나온다면서 시계 앞에 서서 이전 결근을 상쇄하기 위한 출근 인증 사진을 찍으라 했다.
‘얼마나 나오기에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 건지.’
S는 궁금증이 일었으나 얌전히 협조하는 자세로 사진을 찍었다. ‘아무래도 일반 감기라기보다는 코로나이거나 독감이 아니었을까?’
줄곧 의심이 들 정도로 감기의 기세는 맹렬했고 병원에서 지어온 약을 먹으면 수면제 성분이 있는지 너무 졸렸다. 졸음을 참으면서 운전을 해야 했으므로 호전된 이후에는 저녁에만 약을 먹었다.
약을 먹으면 바로 잠에 빠져들기 때문에 불면에 시달리지 않는 좋은 점도 있었다. OO장은 여전히 열정적으로 교육을 진행하여 사무실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고 있었다.
사람들은 좀 더 활발하게 움직이고 소통을 했으며 성장의 의지를 불태우는 것 같은 분위기가 조성됐다. 잔잔한 바다에 폭풍우가 몰려온 것처럼 파도는 바람에 따라 이리저리 치고 있었다.
S는 5월에는 월세가 지원되리라 예상을 했고 OO장도 장담을 했으나 역시나 송금이 되지 않았다. 집을 부동산에 내놓았지만 세입자가 들어오는데 시간이 걸리고 있고 이사 비용 등도 지불해야 하는 데 힘이 빠졌다.
‘혹시 5월 월세는 지원되지 않나요? TT’ 눈물 기호를 넣어서 조심스럽게 OO장에게 문자를 보냈다.
OO장에게서 전화가 왔다. 나름대로 꾸며낸 논리는 확실했으나 역시나 주된 내용은 발뺌이었다.
“지난번에 관리 과목 17개 학부모님께 전화하고 13개 과목 추가해서 월세 지원받기로 한 것 아니었나요?” S는 소심하게 항변했다.
“쌤. 이번 달에 30과목이 들어와야 하는데 지난주에 준이 하루 만에 수업을 그만두었고 율이도 6월까지만 공부방에서 수업하기로 되어 있잖아요. 그러니 당연히 지급이 안 된 건데 제가 미리 설명해 드려야 했나요? 참. 세상 물정을 모르시네요. 어쩌고저쩌고.”
OO장의 기세등등함에 더 말도 붙이고 싶지 않아서 수긍하는 것처럼 전화를 끊었다. 이런 방식이라면 애초에 본부에서 처음에 면접을 볼 때 월세 지원 건에 관해서 언급하지 않는 게 옳다고 본다. S는 연 매출이 수천억원이라는 회사에서 이런 추잡한 행태를 벌이는 데 말문이 막혔다.
이렇게 조건을 바꿔 가면서 지원을 할 예정이라면 처음부터 기대하지 않도록 하는 게 맞지 않는가?
사람은 상대방이 요리조리 말 바꾸기를 하면 기분이 상하고 신뢰가 떨어지기 시작한다. 처음 3개월에 10과목이라면 회사에서 수수료로 50% 받으니 거의 20만 원 정도를 수수료로 챙기고 20만 원만 지원하겠다는 뜻이다. 다음 3개월에는 30과목을 해야 한다니 수익을 제하고 30만 원 정도만 지원하겠다는 속셈이었다.
처음에는 이 모든 조건을 설명하지도 않고 대단한 지원을 하는 듯이 호언장담하더니만. 수천억 매출이 일어난다는 기업에서 약속했으면 깔끔하게 하는 게 옳지 않을까?
‘나 참, 더럽다, 이런 시스템 때문에 보험회사나 다단계 소리를 듣는 거다. 양아치 소리를 안 들으면 다행인 거지.“
새벽에 잠을 자면서도 꿈을 꾸는 것처럼 깰 때마다 계속 공부방 문제가 머릿속을 떠돌았다. 아직 채 일 년도 되지 않아서인지 정이 똑 떨어지지는 않았다. 그동안 들인 공이 있으니 광고효과나 브랜드명이라도 이용을 더 해볼 요량이었다.
하지만 새로운 공부방에 들어갈 돈 문제라든지를 고려해 보면 지금 시점에서 딱 그만두는 게 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오갔다.
양 갈래의 길 사이에 선택을 하지 못하고 우두커니 서 있는 기분이 들었다. 잠이 들다 깨다 하면서 고민은 계속되었고 마음은 갈팡질팡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