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이야기 13] 한솥밥을 먹다

음...

by 사각사각

OO장은 이벤트를 좋아하는 정이 넘치는 사람이었다. 사실 이 회사는 실적을 올리는 데 혈안이 되어 있으므로 이벤트를 밥 먹듯이 건다.


‘오늘까지 입회하는 분 선착순 다섯 명에게 커피 쿠폰 제공’ 이런 문자를 수시로 보내면서. 그 상품이라는 것도 계절에 따라 이불, 시계, 모자, 화장용 파우치 등등 매주 바뀐다.


OO장은 오늘 6월 첫 교육 시간이기 때문에 한솥밥을 먹자고 제안했다. 어제저녁 늦게 OO장은 내일 함께 먹을 열무 비빔밥과 오이냉국, 샐러드 등 각종 반찬을 준비한 사진을 회사 단톡방에 올렸다. S는 무시하고 넘기려다가 하트를 살포시 눌러드렸다.


OO장님은 자기 메시지에 선생님들이 우르르 답을 하지 않으면 공동체 의식이 없다며 무척 섭섭해한다. 이 야밤에 문자를 남기기는 곤란하니 대신 하트를 꾹꾹 눌러드렸다.


‘이십 명도 넘는 사람들의 점심을 손수 준비한다니 대단하지 아니한가? 하트 받을 만하다.' S는 그 정성을 인정했다.


그나 저나 집에 있는 밑반찬을 가지고 오라는데 내일 아침에 일어나서 출근하기도 힘든데 뭐를 준비하지? S는 탄수화물 줄이기 다이어트를 하고 있고 혼자 살기 때문에 밑반찬 같은 걸 만들지 않는다.


식사는 하나로 끝나는 부대찌개 같은 밀키트나 고기나 구워서 간단하게 끝내는 걸 선호하고. 새벽에 잠을 설쳤지만 동참하는 마음으로 벌떡 일어나서 달걀 세 개를 부치고 집에 있는 참외 두 개를 싸서 회사로 갔다.


가는 길에 아아도 석 잔 사서 OO장님과 팀장님께 드렸다. S는 얼음 들어간 차가운 커피가 없이는 아침에 수면 부족인 몽롱한 정신을 깨울 수가 없었다. 한 시간 반 동안 이달의 새로운 이벤트를 비롯하여 우수 교사에게지급한다는 OO장이 직접 구매하셨다는 다양한 칼라의 시계 등을 보며 교육을 받았다.


이 교육을 한참 듣다 보면 여기는 보험회사인가 교육회사인가 하는 슬며시 제기되는 의문과 함께 회의가 든다. ‘나는 누구고 여기는 어디인가?’ 하는 자문을 하게 될 수밖에 없다. 타고난 기운이 넘치는 것으로 보이는 OO장은 한 시간 반을 줄곧 떠들면서 S의 미약한 기를 싹 빨리게 했다.


결국에는 열심히 홍보하여 학생 수를 늘리고 월말에 회원의 과목 숫자가 마이너스를 기록하지 않아야 수수료가 올라가서 더 많은 월급을 받게 된다는 것이었다.


‘아하, 처음에 하도 모호하게 설명을 해서 육 개월 만에 이 시스템 겨우 터득하였네.’


“돈 벌러 회사 다니는 거 아니예요? 선생님들 여행 자주 다니시던데 남편분들이 다들 돈 잘 버시나 봐요.”

OO장은 실소를 하면서 윽박질렀다.


“그건 그렇지. 남편도 없고 돈을 벌지 않으려면 여기 나와서 이 교육을 듣고 앉아 있을 이유가 없긴 하다. ‘


S는 마음속으로 마지못해 동의하긴 했다. 이후로도 OO장은 특유의 솔직담백한 입담을 구사하면서 이 지국으로 이동할 때 사람들이 모두 미쳤냐며 뜯어말렸다. 등등 현실적인 어려운 상황을 어필하고 우리 함께 힘을 함쳐 열심히 하자고 목소리를 드높였다.


’그래, 그러자.‘ S는 또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마침내 늘 반복적인 따분한 교육이 끝나서 OO장은 팔을 걷어붙이고 커다란 양푼에 열무, 콩나물 등 각종 나물과 고소한 참기름을 듬뿍 넣고 비빔밥을 만드셨다. S도 벌떡 일어나 OO장님이 바리바리 챙겨오신 각종 반찬을 분배해서 조별로 앉아계신 선생님들에게 서빙해드렸다.


’오늘 쓸 기운은 이 아침 시간에 다 쓰게 생겼다. 오후부터 수업 시작인데. 차라리 금요일 저녁에 치킨에 맥주를 마시며 가볍게 회식하는 게 어떠하냐? ‘


라는 생각이 스쳐 갔지만. 단란하게 둘러앉아 다른 선생님들이 집에서 가져온 꼴뚜기 볶음이며, 갓김치 등을 펼쳐놓고 화기애애하게 식사를 하니 나쁘지 않았다. 수면 부족으로 입맛이 없으며 생열무를 넣은 것이 입맛에 썩 맞지는 않았지만 맛있는 반찬도 더러 있었다.


S는 기분이 좋아져서 하릴없이 같은 조의 선생님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앞으로 가끔 스ooo 카페에서 만나자고 제안을 했다. 사람들이 복작복잡하여 혼자서는 잘 방문하지 않는 스ooo의 처치 곤란한 쿠폰을 소진할 생각이다.


이로써 개인주의가 팽배하고 은근히 서로를 견제하는 냉랭한 사무실 분위기를 쇄신하자는 OO장의 노력은 성과를 거둘 것 같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