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이야기 14] 이사할 준비를 하다
아, 인생!
부동산에서 전화가 왔다. "선생님, 집 계약이 되어서 이번 달 말에는 세입자분이 잔금을 치르실 것 같아요."
"아, 감사합니다. 저도 새집을 계약했고 집도 비어 있어서 가능한 날짜를 당겨주시면 좋겠어요."
S는 가슴을 쓸어내렸다. 거의 이 주 만에 양쪽 집이 모두 계약이 되었다. 원룸이란 대체로 공급보다 수요가 많다. 그래서인지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이 계약이 이루어진다. 새로운 공부방을 계약했는데 이전 공부방이 금방 재계약되지 않으면 애꿎은 월세만 계속 낼 판이었는데 다행히도 계약이 빨리 되었단다. 그나마 손실을 줄이게 됐다.
금요일, S는 수업이 없었다. 이사를 하려면 보름 정도 시간이 남았지만, 시간이 있으니 미리 이삿짐을 정리해두기로 했다. 오후 늦게 공부방에 가서 이삿짐을 싸기 시작했는데 아무리 짐이 없다 해도 패드 다섯 개, 서고를 꽉 채운 교재, 문구류 등등 자질구레한 짐 보따리들이 생겼다.
재활용 쓰레기도 얼마 되지 않지만 육 개월 정도 방치되어 있었다. 박스 등 재활용 쓰레기를 수거함에 가져다 버렸다. 3층에서부터 내려와서 다른 건물에 있는 수거함까지 거리가 꽤 멀고 힘이 들어서 두 번 정도 오갔는데 지쳐버렸다.
날씨마저 더워서 차가운 방바닥에 누워서 땀을 식히고 한 시간가량 쉬었다. 선풍기도 아직 사지 않아서 때 이른 여름 더위를 피할 길이 없다.
’차라리 저녁때 좀 시원해지면 시작해야겠다. ‘
잠시 쉬고 일어나서 다시 기운을 내서 으쌰으쌰 재활용품 버리기에 나섰다. 네 번 정도 재활용함을 허위허위 오간 후에야 모두 정리됐다.
저녁이 가까워져 오니 청량한 바람이 한 줄기 불어와서 기분이 좋아졌다.
’이곳에서 성공적이지는 않았지만, 무사히 집도 계약되었고 새롭게 시작하게 되어서 다행이다.'
'잘못된 선택이었지만 좋은 경험 했다고 치자. ‘
이렇게 스스로를 위로하면서 희망찬 마음을 먹으니 평화로워졌다.
S는 근처 단골 돈가스집에 가서 밥을 먹으며 브OO와 헤OOO 앱을 기웃거렸다. 헤OOO 구독자가 갑자기 늘고 있어서 은근히 기분이 좋아진다.
‘광고 수익도 덩달아 일취월장해야 할 텐데.‘
인간이란 참 숫자에 민감하다. 구독자 수가 늘어나니 물질적으로는 모자라나 심리적으로 보상을 받은 기분이 든다. 일주일에 세 번 정도는 포스팅하려고 하는데 구독자가 급상승하니 더 관심도가 올라갔다.
’물 들어올 때 노 저으라‘ 는 명언이 있다. 여기에 금전적인 보상까지 적절하게 더해진다면 열정은 더욱 상승세를 탈 것이다. 공부방 회사도 비슷한 구조이다. 회원의 과목 수가 올라가면 수수료율이 올라간다. 그러니 일정한 경계선을 넘기고자 아등바등 애를 쓰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 너무 욕심이 과해지면 자기 돈을 넣어서라도 수수료를 올리려고 하는 편법을 쓴다. 자중하지 않으면 액셀을 밟고 과속을 하며 폭망의 지름길로 달려갈 수 있다. 모든 일이 정도를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지나침은 모자람만 못하다’를 명심해야겠다. 작은 물건들은 이미 다 포장해두었으므로 가구라고는 이제 테이블과 책상, 서고만 옮기면 이사는 간단하게 끝날 것이다. 중고로 산 냉장고는 다시 되팔아야 한다. 한 번 정도만 더 들러서 자잘한 살림살이들을 차로 옮기면 짐은 다 정리될 것 같다.
육 개월 만에 떠나게 되니 정든 집은 아니라도, 아무쪼록 좋은 추억만 남기련다. 안녕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