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이야기 17] 네, 제가 다 쏘겠습니다

장어 드십시오

by 사각사각

S는 수학 수업 교육을 받으러 사무실에 갔다.


‘이노무 교육 인생, 이제 수학까지 공부하면 두뇌가 한층 더 개발돼서 적어도 치매는 예방되겠지.’


속으로 구시렁댔다. 그래도 기분 좋게 1층에 카페에서 수박 주스 두 잔에 아아 한잔을 사 들고 올라갔다. 아뿔싸, 홍보 나가신 줄 알았던 옆 팀 O장이 자리에 있었다. 인원수대로 드려야 하니 다시 내려와서 수박 주스 한잔을 추가했다.


OO장과 O장들은 한참 열띤 회의 중인 것 같다. S에게 수업 시연을 해보라고 했는데 너무 어색하다고 하니 OO장이 시범을 보여주셨다.


‘내 교육 경력이 이십 년이 되어가는데 여기서 수업 시연을 또 하고 있네.’


S는 또 속으로 빈정거렸다. 그러나 예상외로 OO장의 3학년 수학 초등교육 시연은 꽤 흥미로웠다. 이십 센티미터 자 하나를 들고 mm. cm. meter 등을 설명하니 귀에 쏙쏙 들어왔다.


‘음, 역시 인간은 평생 배워야 하는군.’


수학이라도 실생활에 접목이 되니 아주 조금은 재미있게 들리기도 했다. ‘S야, 방바닥에서 천장까지는 무슨 단위를 써서 말해야 할까?’ 내 이름을 자꾸 친구처럼 부르면서 시연을 해서 부담스러웠지만, 내용은 참신하다.


O장이 지난번에 마음의 소리를 하며 벤츠 타고 다니시는 예쁜 언니가 홍보 나가실 때 벤츠에 태워가고 점심도 쏜다고 볼멘소리했다. 어이가 없는 소리였지만 S는 밥을 한번 사긴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벤츠는 없어도 밥은 살 수 있지, 암’


지금 월세에 이사비용에 부동산 수수료를 양쪽으로 내면서 이 회사에서의 수입은 거의 없다시피한 상황에서 ‘그런 말이 감히 입에서 나오냐?’ 싶지만 같은 팀에서 함께 야심 차게 공부방을 시작하면서 일하는 처지에서는 좋은 관계를 유지하지 않을 수 없다.


갈비탕 정도는 사려고 했는데 O장이 교육하러 가신다고 시간이 없다신다. 분식집에 가서 오므라이스, 라볶이, 김밥 등을 먹으며 다시 성공의 의지를 다졌다. OO이 눈부신 영업력으로 앞으로 월세 30만 원씩 다시 지원하신다니 S는 OO장님이 좋아하시는 맥주에 치킨이라도 쏘겠다고 화답했다.


이 화목을 연출하는 와중에 O장이 자기는 장어가 드시고 싶단다.


‘하, 장어라고? 기가 차네.’


S는 튀어나오려는 말을 꾹 참았다.


”장어요? 언제 한번 먹으러 가요. 하하. “


S는 억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먹고 죽은 놈은 때깔도 좋다던데 소원이라면 먹어야 하지 않겠니. 내 집 보증금을 받을 테니 장어 시원하게 한번 사주마.’


생각이 있는 건지, 없는 것인지 지난달 회사에서 월급이라고 7,510원이 송금된 걸 아는 인간이 장어를 먹겠다는 말이 어떻게 입에서 술술 나오는지 도무지 모르겠다.


말하는 본새로 보아 아직도 나에게 마음이 단단히 상해 있는 거 아닌가? S는 개인적인 취향으로 장어를 그다지 좋아하진 않는다. 단체로 먹으러 가자면 먹긴 하나 장어가 당겨서 생각난다거나 하는 일은 없는 편이다.


장어는 흐물흐물하고 담백하나 별다른 맛은 없지 않나? 그래도 몸에 좋다면야 일단 한번 먹어보고 싶을 나이니 펄펄 뛰는 장어라도 먹고 몸보신을 해야겠다.


‘그래 먹자 먹어. o장아. 인생 뭐 있니?‘


S는 인생을 살아가면서 일은 적당히 하고 마음 편하게 먹고 노는 게 정답이라 생각한다. 심사가 뒤틀리지만 인간 관계는 적당히 유지해봐야 하지 않겠는가.


사람들의 사소한 말에 크게 개의치 말아야 한다. 각자 특별한 의도 없이 자기 관점이나 판단대로 말을 쏟아놓는 경우가 대부분이니 신경을 끊는 게 답이다.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라.


OO장이 본인들은 다른 업무로 바쁘다고 S에게 플래카드 다섯 개를 내밀며 공부방에 미리 설치해 놓으라 하셨다.


‘이사도 버거운데 홍보물도 혼자 설치하라는 게냐? 이 회사에서는 하는 게 대체 뭐냐?‘


S는 자잘한 이삿짐을 다시 바리바리 집으로 나른 후 힘이 들어서 낮잠을 잠시 잤다. 벌떡 일어나기가 싫으나 플래카드 설치를 위해 다시 새로운 공부방으로 달렸다. 아직 잔금을 치르지 않아서 부동산 실장님이 문을 열어준다고 기다리고 있었다. 플래카드를 함께 설치해 준다고 집 안으로 들어갔다가 나왔다 하면서 도와주셨다.


‘아, 죄송합니다. 요즘에는 안쪽의 블라인드로 하던데 이런 싸구려 플래카드는 금방 색이 바래는데... 구시렁구시렁 ’


S는 미안함에 주절주절 말을 쏟아놓으며 설치를 도와 달라 할 수밖에 없었다.


‘요즘 다른 공부방은 내부에 전화번호 큼지막하게 써서 깔끔하게 블라인드를 하나 설치하던데 이게 무슨 짓이람.’ 생각할수록 구차하고 마음에 들지 않는 회사다.


그래도 일 층이고 번듯하게 잘 보여서 말씀하신 대로 사진을 찍어 OO장에게 전송했다. 주문에라도 걸린 것처럼 다시 외쳐본다.


‘우리 꼭 성공해 봐요! (하트하트)’


이전 04화[회사 이야기 16] 사랑합니다 OO장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