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구정이란 동네

야타족, 오렌지족 생각나네

by 사각사각

초등학교 시절에 강남으로 이사를 했다. 나의 부모님은 신의 한 수를 두신 거다. 하지만 우리 부모님이 이재에 밝아서가 아니고 단지 외삼촌이 먼저 강남의 한 아파트로 이사를 가시고 그 후에 가까운 동생 집 근처로 옮겨 가신 것이다.

80년대의 강남이란 아직 개발 전이었다. 기억으로는 20평대 서민 아파트는 이천 오백만원 정도였다고 하고 주변에는 논밭이 펼쳐져 있고 친구 중 한명은 판자촌과 같은 곳에 살고 있었다.


그 후 90년대, 2000년대에 들어서며 강남은 엄청나게 개발이 되고 집값이 천정부지로 올라가게 되었다. 강남에 살면 이런 틀에 박힌 질문을 많이 받는다.


”집이 어디세요?“


”oo동이예요.


(부러움을 가득 담아서) “와, 집값 비싼 동네에 사시네요. 부자시네”


이런 대화는 사실 그리 유쾌하진 않다. 그 당시의 나로서는 평범한 20평대 아파트나 연립에 사는 게 대단히 부자라는 느낌도 없었고 가깝지 않은 사람이 돈 이야기를 이렇게 꺼내놓는 건 좀 속물스럽다. 그래서 어쩌라는 건가?


사실 집 값만 비싸고 그에 안도감과 뿌듯함을 가지고 살지만 허상이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현금화하여 여유롭게 살지 못하고 오히려 괜한 기대와 자긍심에 묶여있게 될 수도 있다.


학창시절에는 좀 더 일찍 개발되고 부유한 고층 아파트가 즐비한 옆 동네의 학교에 다녀서 상대적으로 박탈감을 느꼈던 것 같다. 어머니는 알뜰한 분이어서 교복자유화 시대에 내 자신이 초라하게 느껴질 때도 있었고 강남의 아이들은 좀 쌀쌀맞았다.

그 곳이 압구정은 아니나 압구정 개발에 대한 프로그램을 보고 든 생각이다. 현재 부동산 침제기에 압구정은 개발 계획이 발표되어 집 값이 십억 이상 상승하는 중이라고 한다. 50억대 아파트가 60억대로 뛰고 있다고.


하, 이 금액이 소형 건물도 아니고 아파트 한 채의 가격이다.


무려 건축된지 사십년이 된 아파트인데 실 거주민이 대부분이어서 매매가 많지는 않다고 한다. 또 십억 이상이 올라가고 있으니 사람의 기대심리가 있어서 더 집을 내놓지 않을 수도 있다.


압구정은 그 옛날 80,90년대에도 러쉬 아워에 차가 무척 막히는 곳이었다. 그런데 앞으로 70층이 되는 초고층 아파트도 들어선다고 하면 대체 얼마나 교통체증이 심각해질까?


삼십년이 넘도록 서울에 살았고 지금은 경기도에 살고 있지만 서울로 다시 돌아가고 싶지는 않다. 서울은 문화와 각종 편의 시설들이 많아 편리하지만 너무 복잡하고 인구가 지나치게 많다. 이제는 서울에 가끔 가면

“아, 인간이 참 많기도 하다. 피곤하네.” 라고 속으로 생각한다.


지하철에서 양 옆으로 휙휙 지나가는 사람들을 보고 있자면 눈이 핑핑 돈다.


처음 경기도로 이사왔을 당시에는 불편한 대중교통에 놀라고 다양함이 가득한 서울이 그립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는 농촌과 가깝고 상대적으로 넓고 한산한 동네에서 자유를 느낀다. 차를 타고 십 여분만 운전하면 논밭이 펼쳐지므로 전원 생활이 따로 없다.


압구정 개발로 부동산 경기를 살린다고는 하나 서울은 이미 포화상태로 보여지니 개발을 해도 규제가 적절하게 필요하다고 본다. 이태원에서 압사사고가 생기는 걸 보면 평소 걱정이 되는 바도 있었고 마음이 안타깝기도 했다.


가끔 인간이 좁은 상자 안에 몰아넣어진 실험쥐 상태같이 느껴질 때가 있다.


서울을 벗어나면 집값은 상당히 하락하는 데 직장 때문에 서울에 머물러야 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서울 만 개발할 것이 아니라 고속 지하철 등을 건설하여 서울의 인구를 근교로 분산시켜 줘야 할 것 같다.


전국의 고른 발전을 위해서 대기업이나 공기업이 지방으로 이전을 해야 할 필요성도 있다고 보여진다.

일과 삶의 균형을 생각한다면 서울을 떠나는 것도 고려해 볼만한 일이다. 딱히 서울에 살아갈 이유가 없으시다면 근교로 이사를 하면 훨씬 쾌적하고 만족스러운 삶을 누리게 되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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