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이야기 26] 회식이란 참

그렇고 그렇다

by 사각사각

금요일 저녁에 회식을 한다고 한다. 회식이란 참 아무 기대도 없는데 또 가서는 더없이 즐거운 척해야 하는 자리다. 과연 동료들 간에 벽을 허물고 스트레스를 풀고 더 친해지는 자리일까? 쓸데없이 취해서 하지 말아야 할 소리나 주절거려서 관계가 더 악화되는 자리일까?


수업도 없고 별일 없는 하루였으니 생맥주에 치킨을 먹으며 보내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라는 생각으로 마음을 다스리며 회사 근처의 옛날 치킨 집으로 향했다.


비가 오는 데도 이 치킨집은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치킨 한 마리에 9,500이면 저렴한 가격에 아담한 사이즈의 닭을 바싹 튀겨서 껍질이 바삭하고 맛이 꽤 좋다. 테이블이 다닥다닥 붙어있고 수십 명이 되는 사람들이 떠들어대는 소리에 귀가 먹먹했지만 S는 야무지게 치킨을 밀어 넣었다.


수업을 끝내고 한 명씩 선생님들이 가게에 등장하면 반가이 맞이했다. 예약이 불가하여 뚝뚝 떨어져 있던 자리도 사람들이 자리를 뜨면서 점점 정리되어서 하나로 이어져간다. 간간히 앞, 옆 선생님들과 대화를 나눴지만 어찌나 시끄러운지 옆 사람이 말하는 것도 들리지 않을 지경이다.


S는 애꿎은 치킨만 계속 묵묵히 밀어 넣었다. 후라이드와 양념 반반. 기름이 많이 들어가서인지 몇 조각 먹고 나니 느끼하다. 마침 나온 칼칼한 골뱅이 소면으로 속을 달랬다.


배가 점점 부르지만 딱히 관심 없는 자식 교육 일화를 나누시는 선생님들 틈에 끼어 있자니 죄 없는 안주만 계속 먹을 수밖에 없다.


‘지루하다 지루해, 벌써 두 시간 반째 여기서 치킨을 뜯고 있는데 회식은 언제까지 계속하는 건가? 다음 장소는 없는 건가?’


S는 슬슬 흥미를 잃어 갔다.

옆에 선생님들은 갑자기 잘난 자식 자랑에 들어가기 시작했다. 외국 어디선가 찍은 딸 사진을 보여주거나 자사고에 다니는 아이를 대치동까지 학원을 보냈다가 인강으로 어떻게 바꿨는지에 대한 소소하고 자세한 경험담이 늘어졌다.


“주말마다 집에 와서 아이랑 대화는 많이 해요. 대치동까지 몇 개월씩 데려다주다가 그만뒀어요. 대치동에는 자사고만 내신 대비 해주는 선생님들이 있는데 영어, 수학, 사회 다 한 선생님에게만 몰려요. 그 샘들은 다른 수업은 할 겨를이 없다고 하더라고요. 데려다 주기 지쳐서 요즘에는 인강으로 하고 있어요. 블라블라.”

‘대치동 일타 강사들만 월 천만 원이 넘게 버는 이유가 있구먼. 내 자식 내신 등급 올리려고 한 시간도 넘을 거리를 라이딩해주는 학부모들이 있으니. 아예 집도 전세를 얻어서라도 근처로 옮기는 사람들도 있다는데 뭐’


S는 속으로만 빈정거린다.

‘자식이 없는 인간으로서는 이런 대화가 시작되면 없는 자식을 만들어낼 것도 아니니 할 말이 없다.’


S는 눈을 뜨고 듣고는 있으나 무심한 상태였다. 식당 안에 모든 잡음이 하나로 어우러져서 커다란 총소리 같은 굉음이 귀에 계속 울리는 것 같았다. 애써 귀를 기울여 들어도 당최 잘 들리지 않는다.


그나마 흥미로운 주제라면 어떻게든 참여해 보았겠지만 그것도 아니요. 저들끼리 떠드느라 심취해서 끼어들 틈도 없이 흘러간다.


열 시쯤 되니 한두 명씩 자리를 뜨기 시작했다. 이때가 빠져나갈 절호의 기회다. 얼른 엉덩이를 들고 나왔다. OO장과 O장이 잠깐 말리는 듯 했으나 무사히 스르르 빠져 나왔다. 다음 일정이 살짝 궁금하기도 했지만 이미 소음 폭격에 시달린 정신이 휘청거렸다.


이렇게 또 의미없는 회식이 하나 끝났다.

안주는 맛있더랬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