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엄청나게 내렸다. 공부방에 가서 파수꾼처럼 불을 켜놓고 몇 가지 일들을 하려고 했으나 우산을 때리는 무지막지한 빗소리에 근처 카페로 피신했다. 글을 쓰고 있자니 비가 그쳤는데도 울적한 마음을 달래주는 카페 나들이를 끝내고 싶지 않다.
아아... 카페에서 글 쓰는 시간은 행복하다. 방구석에서졸며 끝없이 가라앉는 몸을 일으켜주는 고마운 공간. 고급스러운 재즈가 흐르는 상큼하고 신선한 공기. 공부방은 현실이고 카페는 이상이다.
축제에 관한 글을 쓰고 있지만 별 경험이 없고 영감이 떠오르지 않아서 쉽지가 않다. 아예 소설처럼 써 볼까 했지만 상상력이 부족하여 어렵다. 에세이는 경험한 바를 쓰지만 소설은 여러 가지 설정에 관해서 조사도 해야 하고 연구가 필요하다. 귀차니즘이 있는 자로서는 쉽지 않은 과정을 거쳐야 한다.
넷플릭스에서 <37초>라는 영화를 봤다. 어머니와 다 큰 딸이 한 욕조에 누워있는 장면, 낯섦과 기괴함에 끌려서 영화를 보기 시작한 것 같다. 독특한 소재에 끌린다.
이 영화는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가장 마음을 울린 주제는 독립을 한다는 것이었다. 주인공은 뇌성마비 장애가 있고 만화가이다. 어머니는 이혼하고 딸을 키우고 있는데 스물세 살이 된 딸을 정신적으로 독립시키지 못한다. 이 영화는 이 딸이 서서히 어머니를 떠나서 한 명의 성인으로 자라 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어머니는 물론 장애가 있는 딸을 무척 사랑하고 악한 세상으로부터 보호한다. 하지만 장애가 있다고 해도 이 딸은 스스로 혼자 살아가는 법을 배워야 하는데 그 길을 막는 셈이다. 만화가인 딸은 성인 만화를 그리고 있지만 실제로 연애를 해 본 경험이 없으므로 영화의 장면을 통해서만 간접 경험으로 그린다.
어느 날 성인 만화 회사에 투고를 하는 데 직접 경험을 해보고 오라는 편집장의 말을 듣고 실행을 하고자 사회로 나가게 된다. 그런데 어디서 누구와 경험을 하나?
꽤나 충격적인 스토리가 있지만 사회에서 우리가 아름답고 정상적인 일들만 겪을 수 있을까? 사람들과의 만남을 무척 조심한다고 해서 전혀 마음의 상처를 겪지 않을 수가 있을까?
어머니는 딸이 무서운 세상에서 마음을 다치고 상처입고 하는 걸 철저하게 방지하고 싶었겠지만 안전한 집 안에만 갇혀있으면 진정한 사회인이 될 수 없다.
우리는 여러 가지 일에 부딪치고 몸소 겪으면서 점점 마음이 단단해지고 혼자 세상을 살아가는 법을 배우게 된다.
이 영화는 물리적으로 정신적으로 독립을 해야 하는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다. 성인이 되면 부모에게서 독립을 해보는 것이 좋다. 독립을 해야 진정한 성인이 된다.
일본 영화가 상당히 매력적으로 다가올 때가 있다.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 이 영화와도 비슷한 주제와 감성이 있다. 살짝 정상이 아닌 것 같으면서도 현실적이고 담담한 성장 스토리.
영화 <37초>에서의 인상적인 대화들이다.
작가는 경험이 없으면 좋은 작품을 못 만들어.
엄마 없인 아무것도 못하면서? 할 수 있어.
나라서 다행이다.
우리 모두가 이 사회에서 잘 살아가길 바란다. 어쩌면 우린 새로운 경험을 하면서 평생 계속 성장해 가는 겉모습만 늙은 어린아이 일 수도 있다.
마음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시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