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지인이 패키지여행을 다녀온 이야기를 신이 나서 해 주셨다. 패키지여행을 썩 좋아하진 않지만 서 너 번은 가족이나 지인들과 다녀온 경험이 있다. 500만 원은 족히 쓰고 오셨다는 그분의 기상천외한 경험담에 쓴웃음을 지으며 나 역시도 비슷한 일들을 저질렀다는 고백을 아니할 수 없다. 돈이 없어서 오백까지는 못 쓰고 소소했지만.
패키지여행은 참 편리하다는 장점이 있다. 항공편 예약하고 일정을 짜고 하는 데 소요되는 시간과 에너지를 줄여준다. 혹은 현지에서 이동하기도 편리하고 바가지도 예방 가능하며 무념무상의 상태로 가이드를 따라다니며 구경하고 사진 찍고 제공되는 음식 먹고 하면 된다. 비교적 머리를 덜 쓸 수 있다.
또한 빡빡한 일정을 즐기는 분들도 패키지여행을 선호하신다. 아침부터 밤까지 끊임없이 돌아다니고 싶다는 분들은 상당히 만족할 수 있다. 고로 여유자적함을 즐기고 게으른 자는 그닥 끌리지 않는 여행이다.
동남아 패키지여행에서 흔히 보는 쇼핑 리스트를 나열해 보겠다.
1. 라텍스 쇼핑
패키지여행에는 꼭 쇼핑관광이 들어가는데 참으로 별별 물건들을 다 구경하게 된다. 대부분 전시장 같은 곳에 우르르 사람들을 데리고 가서 차 한잔씩 주면서 오래도록 지루한 상품 설명을 한다. 동남아라면 라텍스 매트리스 파는 매장은 다들 한 번은 가서 피곤한 차에 누워보셨을 거다.
거의 백만 원씩 하는 데 베개까지 세트로 몇 채씩 구매하는 분도 있다. 몇 백은 금방 넘어간다. 지인 분은 라텍스 이불이 새로 나와서 예전에 샀던 매트리스와 베개에 구색을 맞추고자 냉큼 구매하셨다는 말씀.
2. 한약 쇼핑
태국에 갔을 때 가다가다 한약방까지 간 적이 있다. 우리 생활력 강하게 생기신 머리 뽀글뽀글하고 마치 태국현지인 같았던 가이드 아저씨는 마지막날 쇼핑을 네 군데인가 돌렸다. 끌려다니다가 정말 쓰러질 뻔했다.
진맥을 하고 한약을 지어준다고 하는데 정말 황당했지만 중국의 유명한 한약방이라고 엄청 설명이 늘어졌다. 이 와중에도 이백 몇만원인가를 결재하시고 한약 지으시는 분이 있었다. 사실 이렇게 시원하게 질러주시는 분이 있으면 고마울 따름이다. 지리멸렬한 설명을 종료하고 슬슬 도망 나갈 수 있는 타이밍이기 때문에.
다만 칠십만 원 내고 패키지여행 와서 이백만 원 쇼핑이웬말인가 싶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 작정하고 돈 쓰러 오시는 듯.
3. 보석 쇼핑
보석 가게도 꼭 가는 코스인 것 같다. 섬나라인지라 바다에 둘러싸여 있으니 진주 등 여러 가지 보석류가 많다. 가족과 함께 갔을 때 엄마가 우리 딸들이 여행비 부담했다고 흡족하신 마음에 하나씩 고르라 해서 반 강제로 산 적이 있다.
하지만 세공 기술이 떨어져서 얼마 후 줄이 끊어져 복잡한 절차를 거쳐 반품해 버렸다. 그다지 추천하고 싶진 않다.
이 외에도 제주도 패키지여행 갔을 때도 지붕에서 잡았다는 굼벵이 가루, 수중 재배했다는 산삼 잔뿌리, 말 뼈를 갈아 만든 관절에 좋다는 건강식품, 말가죽 가방 등등 쇼핑을 강요받은 기억이 떠오른다.
말이 얼마나 잘 뛰어다니느냐 잘 때도 서서 잘 정도로 관절이 튼튼하다는 논리.
몸에 좋다니까 맛은 다 봤다. 꽤 비싸고 뜨악해서 못 먹어봤지만 말고기 풀코스도 있었더랬지. 불쌍한 말. 훌쩍. 가죽부터 뼈까지 다 벗겨먹는구나.
추석을 맞이하여 또 패키지여행을 갈 참인데 이번에도 꿋꿋하게 지갑을 닫아보리라! 선뜻 지갑을 열어주실 너그러우시고 넉넉하신 분들이 함께 하셨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