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는 잠을 설쳤지만 계획한 대로 일출을 보러 가기로 마음먹었다. 까슬까슬 홑이불 같은 이불에 알레르기가 있다. 침대 옆에 얌전하게 놓인 면으로 된 솜이불을 덮는 게 나을 것 같기도 했지만 잠결이어서 머릿속에서만 맴돌았다.
에어컨을 약하게 틀어놓고 이불을 덮었다가 젖혔다가 하느라 잠에서 깼다. 여간해서 새벽에 일어나는 법이 없지만 여행을 오니 왠지 그러고 싶어졌다. 새벽 네 시반쯤 일어나서 준비를 시작해서 5시 반까지는 해맞이를 하는 장소에 도착하려고.
어두운 새벽 거리를 전조등을 켜고 달리니 옆 차선에서 마주 오는 차와 가끔 마주쳤다. 눈이 부신 것 같아서 맞은편에 차가 올 때마다 전조등을 껐다.
‘혹시라도 발견하지 못하고 내 차로 돌진하면 안 되지.’ S는 아직 삼십 년 정도는 더 살고 싶은 마음이 있기 때문이다.
어둑어둑한 길을 10km 정도 달려서 주변의 항구에 도착했는데 날씨가 흐려서 해는 보이지 않았다.
‘이래서 내가 일출을 보러 가는 걸 썩 좋아하지 않는 거였지. 새벽부터 일어난 보람이 없네.’
S는 조금 실망스러웠지만 이내 받아들이기로 했다. S는 이 항구에 몇 달에 한 번씩 드라이브하러 오곤 하는 데 늘 주변 풍경이 달랐다. 어느 날은 물 빠진 검고 너른 개펄만 보였고, 석양이 지는 가운데 풍력 발전기가 돌아가는 부드러운 주홍빛 풍경을 마주하기도 하고, 밀물이 가득 넘실거리는 푸른 바다를 보기도 했다.
그날의 시간과 날씨에 따라 늘 다른 풍경을 보게 되는 거다.
‘다른 날 온다면 또 새로운 풍경을 보게 되겠지.‘
S는 다시 차를 돌려서 모텔에서 컵라면을 먹고 부족한 잠을 보충할 생각에 기분이 나아졌다.
모텔 방의 TV모니터 앞으로 손톱 만한 작은 거미 한 마리가 천천히 내려왔다. 언제부터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거미는 줄 하나를 타고 올라갔다 내려갔다 바삐 움직였다. 예의 주시하며 거미가 혹시 바닥으로 내려오지 않나 집중을 했지만 거미는 외줄 타기라도 하는 것처럼 내려오다가 곧 다시 올라갔다.
'아마도 오늘 죽을 운명은 아닌 것 같구나.'
이따금 TV모니터를 오가는 거미와 다정한 시간을 보내면서 S는 거미에게 가만히 작별 인사를 했다. ’ 너는 이곳에서 오래도록 거미줄을 오르내리며 즐겁게 살아라. 나는 이만 안녕.‘
S는 이제 점심을 먹고 커피 한잔을 마시고 떠날 예정이었다. 다만 성수기 휴가지에서 혼자 들어가서 먹을 만한 식당을 찾는 게 관건이다. 다시 항구로 가는 길에 양쪽 편에 드문드문 등장하는 음식점 간판을 매의 눈으로 읽어 내려갔다. S는 먹는 일에 예민하다. 배가 고파지면 기력이 훅 떨어지기 때문이다.
다행히도 양쪽으로 쌩쌩 달려오는 차들을 피해서 잽싸게 좌회전하여 적당한 식당을 찾아냈다. 식당은 단체 손님들이 북적였지만 한구석에 자리를 잡고 얼음이 갈린 시원한 콩국수 한 그릇을 먹었다. 맛은 괜찮았는데 자잘한 얼음이 진한 콩국물을 점점 흐리게 만드는 게 좀 불만스러웠다.
다시 달려서 탄도항에 도착했다. 날씨가 개서 푸른 하늘이 드러났다. 새로 생긴 베이커리 카페라는 곳에 들어가서 버터 소금빵과 명란바케트에 아아를 마시고 있으니 만족감이 차오른다. 맛이 기대보다는 별로였지만 그래도 이 여유 넘치는 분위기로 충분한 오후의 시간.
힘을 내서 눈앞에 보이는 풍력 발전기와 누에섬까지 걸어가 볼까 하는 의지도 피어올랐다.
S는 수년 동안 정들었던 쎄라토와 이별 여행을 왔다. 늘 말없이 함께 달려준 의리 있는 친구. 노쇠하고 덜컹거리고 곳곳에 병이 났지만 좋은 동반자였다. 세라토는 여전히 상처 난 옆구리를 드러내고 끝까지 잘 움직였다. 가끔 멈추지 않고 달리는 것도 S를 닮았고 별스럽다는 이상한 시선을 받아도 꿋꿋한 녀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