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하면서 느끼는 점이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뭐든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열심히 한다. 패키지여행을 하면 더 극명하게 알게 된다. 아침 일찍부터 일어나서 밤늦게까지 버스 타고 돌아다니며 관광에 비장하게 나선다.
'본전은 뽑아야지' 하면서 어쩌면 근무할 때보다 더 빡빡하게 돌아다닌다.
무엇이든 열심히 하는 성실하고 근면한 민족성이 흐르고 있음이 확실하다. 사실 이해가 안 간다. 휴가란 여유자적하면서, 마음껏 게으르게 늘어지려고 가는 게 아닌가? 일할 때보다 더 힘든다는 게 이상하다.
나의 지인은 똑똑한 분이다. S 대라는 훌륭한 학벌에 고등학교 선생님이고 최근 장학사 시험도 합격해서 발령을 기다리고 있단다.
부산 여행 일정도 고시공부하듯이 꼼꼼하게 검색하고 계획해서 나에게 카톡으로 정보를 수십 개씩 보냈다. 난 오전에 한 두 곳 돌다가 호텔에 돌아와서 쉬고 저녁때 석양에이어 야경이나 어슬렁거리며 보러 나갈 생각이었다. 음식점도 구경하다가 배고프고 느낌이 좋으면 불쑥 들어가기 때문에 검색이 필요 없다.
지인 덕분에 구경은 잘했다. 하지만 하루 대여섯 곳을 버스와 지하철로 돌아다니기란 무리였다. 하루 이만보를 걷다가 허리가 고장 날 뻔했다. 게다가 시간이없다고 밥은 십여 분 만에 후다닥 먹어치웠다. 매 끼니마다 맛집 검색하면 뭐하나 이렇게 허겁지겁 먹고 빨리 나오는데? 도대체 빚쟁이에게 쫓기는 것도 아니고 마음이 불편하다.
여행을 하려면 상당한 비용이 드는 건 맞다. 하지만 그 돈은 휴가라는 여유를 사는 값이지 싶다. 애써 본전을 뽑을 필요까지는 없다고 본다.
하얗고 부드러운 모래사장을 맨발로 걷고 머릿속을 씻어주는 바닷바람을 느끼러 여행을 간다. 천천히 흘러가는 시간과 맑아지는 마음이 보상이다. 에라, 또 혼자 여행을 즐기러 가야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