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다낭으로의 여행 1

여행은 어딘지 친근하면서도 낯선 이들과의 두근거리는 만남!

by 사각사각

2015.1.8


아침 일찍 서둘러 나왔으나 공항까지는 1시간 반 정도가 걸리는 거리이므로 9시경 공항에 도착하였다. 전자항공권에는 항공권을 받을 카운터가 적혀 있지 않아서 각국의 카운터가 모두 쓰여있는 안내판에서 나의 비행편을 찾아 K 카운터로 열심히 걸어갔다. 그러나 K카운터 근처에 있는 직원에게 물어보니 베트남 항공의 카운터는 D였다. 다시 허위허위 사람들로 가득하고 넓디넓은 공항을 헤집고 D카운터에 도착하니 몇 백명은 될 사람들이 줄을 서 있었다. 5대 정도의 베드남 항공비행기에 탑승할 승객들이라고 하였고 거의 비슷한 출발시간 때문에 한꺼번에 줄을 서게 된 것이었다. 항공권을 받고 짐을 부치는 데 거의 한시간 여가 소요되었고 나는 출발 시간(10:45)이 다 되어서야 나의 비행기가 출발할 게이트에 가까스로 도착하였다. 휴우..


베트남 항공의 기내식은 꽤 맛있었고 식사 후에는 비행기안은 캄캄하게 소등이 되어서 한참을 자다 깨다를 반복하며 몽롱한 상태에 있었다. 내 옆에는 한국인 아주머니와 그녀의 어린 딸이 탔는데 그들의 대화는 끊임없이 이어졌다.


그녀는 몇 마디 혼자말처럼 나에게 말을 걸어왔지만 나는 잠에 취하였고 그리고 약간은 수다스러운 그녀를 피하고 싶은 마음도 있어서 그냥 눈을 감았다. 정면 앞에 작은 스크린에서는 돌고래와 관련된 영화가 나오고 있었고 나는 헤드셋을 끼고 잠깐 영화를 보다가 다시 잠에 빠져들기를 반복하였다. 마침내 내릴 때가 되자 나도 더 이상은 심심함을 견디지 못하고 옆자리 모녀와 대화를 나누기 시작하였다. 내가 전혀 말을 하지 않아서 외국인줄 알았다고 한다. 살짝 미안한 마음.


옆자리 여인은 학교 선생님인 듯 하였다. 말투로 보아 카랑카랑한 목소리, 끊임없이 아이를 지도하는 모습.. 선생님이라고 추측은 했었으나 역시나 그녀는 “학교에서 근무 하기 때문에 시간이 없어서요” 라고 하다가 말끝을 흐렸다. 학교 밖에서 교사로 보이고 싶지 않은 마음은 어느 교사나 공통적인 마음인가 보다.


그녀도 나도 봇물 터지듯 대화를 시작했다. 그녀는 서른 다섯에 아이를 낳았고 아이는 8살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현재 43이라는 말씀…화장기 없는 얼굴은 상당히 동안이다.


아이는 한 5살정도로 밖에는 보이지 않았는데.. 나는 그녀와 한 30분정도 대화를 나누었지만 호구조사를 모두 한 것 같았다. 남편이 먼저 와서 몇 일 동안 관광 중이며 시어머니도 이곳 호텔에 와서 여유롭게 휴가를 즐기다 가셨으며 등등……..한국사람들이 모두 아침 일찍 나가서 호텔은 늘 텅 비어있다고 하면서 웃음…입국심사대를 나오니 그녀의 남편은 공항 출구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입국심사를 마친 그녀에게 인사를 하고 헤어졌으나 택시 승강장에서 택시를 잡고 있는 그들을 다시 만났다. 그녀는 택시 안에서 다시 나를 발견하고 반갑게 인사를 하고 나의 목적지를 물었으나 그들의 목적지는 호이안, 나는 다낭…나는 환하게 웃으며 그들을 배웅하고 공항 안내직원이 가리키는 작은 소형택시에 올랐다.


택시안에서 창문에 코를 박을 듯이 바깥풍경을 구경하였다. 이곳은 외국이라기엔 나에게는 너무 친근한 동네 같았다. 동남아의 몇몇 도시와 흡사하고 나는 이 지역에 늘 호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일까. 역시나 한 무리의 스쿠터를 탄 베트남 사람들을 신호대기 할 때 마다 만난다. 스쿠터를 탄 여인들은 멋있다. 나도 그 무리에 끼어서 헬멧을 쓰고 당당하게 스쿠터를 타고 싶어진다.


그러나 택시에서 내려서 본 호텔은 론리 플래닛에서 추천했다고 하기에는 너무 초라하고 황량한 모습이었다. 아마 론리 플래닛에서 추천한지 많은 시간이 지나서 호텔이 낡고 쇠락해 질걸까?


얼굴이 동그랗고 순진하게 생긴 카운터 직원이 방까지 안내해 주었다. 방에는 정말 심플한 가구에 내가 어렸을 때 덮었던 것과 비슷한 색이 바랜듯한 담요가 깔려있다. 게다가 녹슨 못들이 박혀 있는 창문 하나는 닫히지 않고 그 창문으로 태풍이 온 것 같은 비를 머금은 바람이 세차게 들어온다. 그 창문에는 죽은 지 꽤 된 듯 여윈 파리 한 마리가 붙어있고…아아…나는 따뜻한 남쪽 나라의 햇살을 한껏 받으며 바다 물에 몸을 담글까 하고 이곳에 왔는데…이런 태풍이 올 것 같은 스산한 바람에 옅은 비가 오는 날씨라니 기운이 조금 빠졌다. 하지만 2만원의 가격에 이만한 호텔 독방을 어디서 구하랴. 창문은?.. 조금 기운을 차리고 도저히 닫을 수 없다면 다른 방으로 옮겨 달라고 하면 될 것이고 추운 날씨는? 그것은 내가 어찌할 수 없는 노릇이니 받아들일 수밖에…어찌되었든 소원대로 나는 이국의 도시에 와서 혼자 자유를 누리고 있지 않은가? 그러나 마음은 나가고 싶으나 피곤한 몸은 나를 이 방에 주저앉히는 구나… 약간의 휴식과 기도가 필요하다.


그러나 한시간 정도의 휴식 후 난 다시 길을 나섰다. 카운터의 직원언니가 주변 지도와 함께 친절하게 시내로 가는 방법을 알려주었다. 그리고 내일 마블 마운틴과 호이안에 가는 투어도 예약해 줄 수 있다고 하니 무엇을 더 바라겠는가? 그 때 호텔로 초등학교 1학년 정도로 보이는 두 명의 꼬마가 들어왔는데 이름표에 한글로 콘가이 라고 쓰여있었다. 아이는 내가 한국에서 왔다는 말을 듣고 낭랑한 목소리로 "안녕하세요." 라고 인사를 했고 나는 그 아이의 천진난만한 모습이 너무 사랑스러워서 내일은 저 아이와 로비의 소파에 앉아서 한 두시간 노닥거리고 싶어졌다.


미케 비치는 호텔에서 한 10여분 떨어진 곳에 있었다. 바람이 많이 불어서 마치 폭풍이 치는 바다 같았으나 반가운 바다를 향해 길을 건너서 해변 쪽으로 걸어갔다. 신호등이 없으니 오토바이 군단이 지나가자마자 힘껏 뛰었다. 그런데 해변 쪽에 있었던 아저씨가 순진한 웃음을 지으면서 해변 끝 쪽에 보이는 산 위의 웅장한 부다상을 가리키며 오토바이 투어를 권한다. 나는 무료하기도 하고 외롭기도 하고 마침 오토바이에 한번 올라타보기를 고대했던 때라 별로 고민도 하지 않고 오토바이 뒷자리에 호기롭게 올라탔다.


아저씨가 가리킨 영응사라는 템플은 상당히 아름다웠고 간간히 가랑비가 왔지만 나는 계속 웃음이 나왔다. 빰을 때리는 바람이 시원하고 마음은 그 바람을 타고 날아갈 듯 하였다. 물론 한 시간이 넘어가니 좀 지치고 추워지긴 했지만…나는 근처 레스토랑에 데려다 달라고 하였으나 아저씨는 나를 데리고 두시간 정도 시내투어를 시켜주었다. 두 시간후 다시 미케비치에 도착하여 요금을 물어보니 500,000동(우리나라돈으로는 25,000원 정도)이라고 한다. 분명 투어를 시작할 때는 50,000(2500원)이라고 했는데.


사실 이 베트남 아저씨와의 영어로의 소통은 아주 원활하지는 않았고 몇마디 단어를 주고 받으며 눈치코치로 대충 때려맞춰야 하는 정도였다. 나는 내가 잘못들었는가 하고 미심쩍었으나 주변이 어둡고 아무도 없어서 순순히 500,000동을 건네주었다. 나는 악수로 마무리 하려고 하는데 아저씨는 나의 볼에 쪽 하고 뽀뽀를 하였다. 아마도 나중에 생각해 보니 내가 너무 많은 요금을 지불한 것에 감격하여서인가 보다. 그리고 근처의 좀 럭셔리해보이는 레스토랑들을 둘러보다가 다시 호텔쪽으로 가려고 하는데 아저씨가 다시 나를 불렀다. 무슨 일인가 하여 오토바이 쪽으로 다가가니 아저씨가 200,000동을 다시 나에게 건네주었다. 이 아저씨 아마도 두시간 정도의 투어로는 너무 많은 돈을 챙겨받은 것을 반성하고 어수룩하게 근처를 방황하는 나에게 다시 돈을 돌려주기로 하셨나보다. 아무튼 땡큐~


나는 근처에 저녁을 먹을 만한 레스토랑을 찾았으나 호텔 근처에는 음식점이 별로 보이지 않아서 어둠이 내린 저녁거리를 조금 헤매고 다녔다. 그 때 다시 그 아저씨가 나타나서 아는 체를 했다. 이 호텔 주변을 계속 돌면서 영업중 이신가 보다. 나는 아저씨에게 음식을 먹는 흉내를 내며 다급하게 레스토랑을 외쳤고 아저씨는 다시 오토바이에 타라고 하였다. '이 아저씨가 내 말을 제대로 알아들었는가, 아까도 나에게 강제 시내투어를 시켜주지 않았나.' 미심쩍었으나 아저씨는 씨익 웃으면서 ‘노 차지’를 외쳤고 나는 다시 오토바이에 올라 두 블럭 정도의 거리에 있는 레스토랑에 내렸다. 바이바이~


레스토랑에서 만난 젊은 직원은 나름 꽤 멋을 부린 모습이었다. 그러나 레스토랑은 가족끼리 온 사람들로 북적거렸고 혼자먹을 수 있는 분위기는 아니었기에 해산물볶음밥을 포장하여 나왔다. 이 젊은 청년이 나에게 다가와서 내일 오토바이투어를 하겠냐고 한다. 나는 오토바이는 됐고 차는 없냐고 했더니 차는 없다며 멋적게 웃는다. 그럼 안녕…내일은 일단 호텔에서 추천해주는 반일 투어에 한번 가보아야 겠다. 아마도 다시 바가지 쓰는 일은 없겠지. 내일의 마블 마운틴, 호이안 투어도 매우 기대가 된다. 다시 덜컹거리는 오토바이를 타고 가야 하는 걸까? 아마도 평생 탈 오토바이는 이곳 베트남에서 원없이 탈 수 있을 것 같다. 헐헐….아마도 이 지역에서는 차보다는 저렴한 오토바이를 주로 교통수단으로 이용하는 듯 하다. 오토바이 뒷자리에서 자꾸만 벗겨지려고 하는 헬멧을 붙잡고 바람을 맞는 기분도 상쾌하기는 하나 두 시간 정도 지나면 엉덩이가 얼얼해지고 찬 바람에 더 이상 투어는 하고 싶지 않아지던데..


하지만 살짝 비가 오는 해변을 따라 달리면서 불안한 마음과 우울한 기분을 모두 날려버린 듯 하다. 영어는 겨우 통하지만 사람들은 순진하고 친절하다. 내일의 투어도 매우 기대가 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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