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성격대로 수업도 좀 자유분방한 편이다. 날마다 고등학교에서 수업을 십여 년동안 하다보니 나름대로의 노하우도 쌓였다. 일단 수업은 그날의 아이들의 컨디션이나 마음상태도 살펴보아야 한다.
교과 내용만 가지고는 상당히 지루해질 수 있으니 때로는 아이들이 관심 있는 학교의 이슈를 함께 이야기할 때도 있어야 한다. 다른 과목의 수행평가가 있으면 때로 짧게 수업을 하고 시간을 내주는 것이 좋다. 어차피 수업을 해도 많은 아이들이 계속 급히 제출해야하는 수행평가를 해나갈테니.
학교는 공부만 하는 곳은 아니다. 물론 공부를 주로 하겠지만 체육대회, 합창대회 등을 하면서 서로 더불어 살아가는 방법도 배우는 하나의 사회이다.
매일 같은 패턴의 교사 주도식의 수업만 계속해 나가면 내 스스로도 매너리즘에 빠지고 매우 지루함을 느낀다. 내가 지루한 데 아이들이 내가 하는 수업이 재미있을 리가 없다.
그래서 나는 가능하면 수업을 집약적으로 하고 나머지 시간은 좀 더 즐거움을 추구하려고 한다.
영어는 재미있고 배울 만한 것이라는 인상을 주고 자 노력하는 것이다. 현재 내가 맡고 있는 반은 수준별 최하위반...
나는 나름대로 이런 저런 시도를 해보았다. 수업을 한 후 학습지를 주고 배운 내용을 모두 해석하도록 하고 개별지도를 하였다. 조금 지루한 듯 하면 수업 후 팝송 가사를 주고 빈칸을 채우고 함께 노래를 부르기도 했다.
요즘은 30분간의 집중 수업 후 나머지 시간은 영어로 된 영화를 본다. 물론 아이들이 나만큼 집중해서 영어 대사를 듣거나 따라하지 않는 것이 고민이지만(그래서 들리는 단어나 문장을 종이에 써내라고도 해보았으나 아는 단어가 너무 적으니 결과가 너무 불만족스러웠다) 그래도 계속 영어가 들리니 일부 습득하는 단어나 문장이 있으리라 믿는다.
아이들은 이런 수업 방식에 꽤 만족하고 다른반의 학생들이 나의 수업에 들어오려고 요청하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그런데 문제는 아이들이 수학샘에게 가서 이런 방식으로 수업을 해보는게 어떠냐고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수학샘은 나 때문에 아이들이 수학시간에 영화를 보여달라고 한다며 쓴웃음을 지으며 항변을 하신다. 그리고 내가 수업 시간이 너무 짧아 자신과 비교가 된다는 것이다. 나는 이런 말도 안되는 항의를 듣는 것이 사실 무척 불쾌하다.
다른 샘의 수업방식을 논하기 전에 그 때문에 피해를 입는다 생각하지 말고 자신의 수업을 돌아보아야 한다. 내가 듣기에는 그 샘은 한시간 동안 과도한 필기를 시킨다고 한다. 대체 수학시간에 무슨 필기가 필요한지 모르겠으나 스파르타 스타일로 한시간 내내 세 장씩 써내도록 하는 것이다. 아이들도 내게 나름 수학시간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지만 그것은 수학샘이 해결할 문제이니 나는 거론하지 않았다.
매일 얼굴을 맞대고 점심을 함께 먹는 사이이니 나는 마음이 불편하였다. 하지만 수업은 자기가 책임져야 하고 아이들의 항변을 듣고 이유가 충분하다면 어느 정도는 수업을 개선해가야 하는 것이다. 이제 더 이상 그 샘의 지적질은 받고 싶지 않은 데...오늘도 난 그 샘과의 대화 중 씁쓸한 마음이 들수밖에 없었다.
헐~ 왜 제 수업을 탓하시나요? 저와 비교하지 마시고 아이들이 만족하고 즐거워할 수업을 만들어가세요. 저는 조용히 신경 스위치를 끄겠습니다. 헐헐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