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일기] 자체 필터링 장치(?)

by 사각사각

어제는 오랫만에 다른 교무실에 들러보았다. 함께 1학년을 담당하는 영어샘이 쥬스를 한잔 주셨다. 사실 뻘쭘했는 데 반가히 맞아주시고 먹을 것을 주시니 분위기가 좋아진다.


영어샘은 요즘 배트민턴을 하시는 데 서브를 할 때 체중을 완전히 실어서 해야 한다고 하신다.

나는 "어 그럼 저도 잘할 수 있는 데." 하면서 슬슬 농담을 시작하였다.


그러나 나는 이런 치열한 구기 종목은 딱 질색이다. 배드민턴을 칠 때면 대체 '내가 왜 죽자고 이 공을 네트 넘어로 넘겨야 하나.'라는 회의가 든다. 원래 좀 몸치이고 학창시절부터 체육과는 거리가 멀었다.


한때 학교샘들과 함께 하는 산악회 모임에 들어가기도 했다. 그러나 우리 나라 사람들은 참 등산을 해도 기본 10시간 이상 참으로 목숨을 걸고 하신다.

실제 나는 멋도 모르고 놀러간다는 말에 지리산 등반에 따라 갔다가 2박 3일동안 40km정도를 죽어라 산을 타고 선생님들이 중간에 뒤쳐지는 나를 버리고 산장으로 먼저 가셔서 깜깜한 밤에 정말 조난체험을 한 적도 있다. 이러하니 나는 요즘은 교사동호회도 조용히 패스한다. 원래 모임이나 놀러다니는 것을 너무나 좋아하지만 나와는 맞지 않는 빡센 스타일 때문에 포기하는 것이다.


그건 그렇고 쥬스를 마시며 샘과 잠시 수다를 떨었다.

내가 말했다. "샘.. 애들이 자꾸 저보고 뚱뚱하다고 해요."


이러니 샘이 " 아이고 애들은 별소리 다해요. 저는 귀에 아예 자체 필터링 장치가 있어요. 한귀로 듣고 한귀로 흘리는거죠."


또 하시는 말씀 "전에 한번은 애들이 저보고 김제동 닮았다고 하고..나참 눈 작다고 매일 뭐라고 하고 " 안경까지 벗고 조그만 눈을 깜박이시며 항변을 하니 너무 재미있었다.


ㅋㅋ 근데 실제로 약간 김제동 느낌이 나긴 한다.

(역시 아이들의 눈썰미는 대단하다)


그래도 키 크고 몸매도 잘 빠지시고 패션감각도 좋으시니 나는 칭찬을 해드렸다.


" 샘..김제동보다는 훨씬 잘생기셨어요."


샘은 기분 좋게 웃으시며 "그건 제가 접수하겠습니다." 라고 하셨다.

DSC_0960.JPG 남편님이 조립한 건담..어쩌라구?^^


역시 교사나 학생이나 칭찬이 필요한 것이다.

그리고 자체 필터링 나도 장착하고 듣기 싫은 소리는 조용히 흘려보내며 살아야겠다.


신경쓰지 말고! ㅎㅎ


즐거운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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