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일기] 한해의 마지막을 아름답게...

내가 만난 인연들은 모두 소중하였네라.

by 사각사각

학교의 짐들을 정리할 때가 왔다. 12월 30일로 계약종료이니 이제 2주 정도 남은 것이다.

아직 조금더 보수가 필요한 크리스마스 장식!^^


한 해동안 꽤 정이 든 아이들도 있지만 이제 이별을 고해야 할 때이다. 사실 이별을 고하지 않고 싶어서 대충 얼버무리게 된다. 처음 기간제 교사 라는 것을 했을 때는 물론 매우 감상적이 되기도 하였고 아이들과 헤어지는 것이 상당히 슬펐다. 하지만 아이들이 약간 냉담한 반응을 보이면 나는 참담한 기분이 되기도 하고 나이가 들어가면서 세상사 이런저런 일들을 많이 겪다보니 더 이상 슬픔 감정에 오래 매달리고 싶지 않다.


한 해의 마지막이 오면 누구나 약간은 감상적인 기분에 사로잡힐 때가 있을 것이다. 한해가 가고 한 살을 더 먹는 다는 건 기쁠 수만은 없는 일이다. 그리고 그 마지막이라는 것이 너무도 빨리 찾아왔다는 것에 먹먹한 기분이 든다.


날씨는 온몸이 웅크러들만큼 싸늘하게 춥고 아침은 천천히 늦게 밝아온다. 아침에 일어나기가 힘들어지면서 ‘어서 방학이여 오라.’ 하는 심정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나는 다시 개학이 보장되어 있지 않으므로 마음은 반가움과 아쉬움 사이에 둘로 나누어 진다. 그야말로 시원섭섭한 감정을 동시에 느낀다고 해야겠다.


올해도 다음 주가 기말시험이니 몇 주 남지 않았다.

영어실을 보면서 크리스마스 분위기로 한껏 꾸며볼까 하는 생각을 계속 하고 있다. 과연 상상하는 것만큼 멋질지 그리고 빠듯한 자금 사정으로 인해 그만큼 예쁘게 꾸며질 지는 모르겠으나 나는 아이들에게 마지막 선물 같은 것을 주고 싶은 것이다.

그리고 크리스마스같이 축제 같은 마지막을 맞이하고 싶다.


사실 아쉽지만 슬픈 일만은 아닌 것이 우리의 삶은 늘 끊임없이 만남과 헤어짐의 연속이 아니었던가? 부인하고 외면하고 싶다고 하여도 헤어짐은 늘 우리 앞에 당도해 있다. 한해가 끝나면 어김없이 새로운 한해를 맞이해야 하는 것처럼.

그러하니 웃으면서 헤어질 일이다.

다시 어디에서 만난다면 또 반가이 맞이해야 하고

세상사 초월하여 가볍게 바람같이 살아갈 일이다.

어지러운 생각도 고민도 날려버리고

늘 한걸음 한걸음 정진하면서


요즘 아이들은 사실 정이 많지 않은 편이다. 때로는 내가 주는 만큼 돌아오지 않음이 섭섭해 질 때도 있다. 그러나 누구에게 무언가를 줄 때는 댓가를 바라지 않는 것이 좋다. 그저 주는 행위로 만족하고 줄 수 있음에 감사하는 것이 진정 성숙한 태도다.


그러나 아주 작은 것이라도 진심이 담긴 선물을 받게 되면 마음은 행복해 진다. 그러니 끊임없이 주변을 돌아보고 줄 수 있는 것은 모두 주는 것이 좋으리라. 물질이 넘쳐나는 요즈음은 오히려 물질이 아니라도 작은 마음, 카드 한 장이 때로는 더 소중하다.

올해도 감사한 마음을 담아 몇 장의 카드를 써보고자 한다. 한해 동안 감사했던 마음을 담아서 그들의 앞날을 축복하는 바램과 함께.


다시 만날 수 없더라도 나의 시간을 함께 해주고 채워준 이들은 모두 소중한 존재들이다. 어쩌면 우리의 시간이 유한함을 늘 자각하고 바로 지금 이 시간의 소중함을 깨달아야 할 시점이다. 한해의 마지막이란.

우리 삶에도 마지막이 있을 것이다. 그 마지막 시간을 어떻게 마무리 할 지도 다시금 곰곰이 계획해 보아야 겠다. 어떤 삶을 살았다고 말하고 싶은가?


“나는 순수하고 열정적이고 감사한 삶을 살았다. 더 이상 바라는 것이 없다. 당신들의 삶을 축복한다.” 라고 하고 싶다.

“그리고 감사하다. 모두에게. 나의 시간을 아름답게 채워주고 함께 해준 이들에게.”


때로 나의 마음을 아프게 했던 이들도 있었지만 거기에서 큰 교훈을 얻었다. 마음이 더욱 단단해지고 다른 길을 찾게 되었고 “그렇게는 살지 말자.” 다짐하였다. 그러나 다시금 다짐하는 것이 모든 일들에서 한걸음 물러나 초연해지고 싶다.


왈가왈부 비난하고 판단하고 험담하던 것을 멈추고 싶다. 나의 소중한 시간이 흘러가고 있는 것이다. 그 시간에서 조금 비껴나서 나를 찬찬히 다시 돌아보고 나의 삶을 살고 싶다. 꿋꿋이 바라고 소원하고 기도하는 대로.

나의 삶의 여정을 천천히 걸어가고 싶다. 목표를 향하여. 꿈을 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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