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성의 시간
나는 소통을 잘 못하는 사람일까?
맞는 것 같기도 하다.
일단 평소 말이 많지 않은 편이다.
여자가 보통 남자보다 세 배 이상 말을 많이 한다고 하는 데 나는 이 전제에 따르면 여자보다는 남자 쪽에 가깝다.
이유는 기운이 딸리기 때문이다.
말을 하는 것은 사실 상당한 에너지가 소모되는 일이다.
아마 학생들 한 30명 앞에서 서너 시간 수업을 하면 바로 허기가 지는 걸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일대일로 하는 대화는 목소리를 크게 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좀 더 선호하는 데 타고난 목청이 작기 때문에 수업을 하거나 여러 명 앞에서 이야기 하는 건 힘이 드는 일이다.
그래서 학교에서 근무할 때는 늘 개인 마이크를 사용했었다.
목소리가 작은 데 영어를 크게 말해야 하니 목소리를 높이면 소리가 갈라지고 발음도 잘 안된다.
그래서 늘 개인 마이크가 필요했다.
어찌하다보니 교사라는 직업을 오래 했는 데 담임을 했었던 어느 매우 피곤했던 한 해는
‘이 직업을 계속 해야 하나.’ 하는 회의가 들었다.
너무 말을 하기가 싫어서
학교에서 담임으로 일을 하면 십대 아이들과 장시간 실랑이를 해야 하는 일이 많다.
아시다시피 질풍노도를 겪는 십대들은 한번에 수긍을 하는 법이 없고 항상 이유와 핑계가 많다.
그러하니 장시간의 대화와 협상을 해야 하는 것이다.
이 또한 내가 좋아하지 않는 일 중에 하나이다.
나는 시장에서 물건 값을 깍는다던지 하는 협상을 매우 기피해서 대부분 그냥 돈을 지불하는 편이다.
어찌되었건 오늘 든 생각인 데 내가 소통을 잘 못하는 편인 건 사실인 것 같다.
그래서 반성을 하고자 한다.
일단 상대방이 기본적인 예의에 맞지 않는 행동을 하면 화가 나고 그러면 입을 닫게 된다.
그리고 상대방도 본인의 잘못을 이미 알겠거니 하고 설명을 하지 않고 넘어가게 되는 것이 문제인 것 같다.
그렇게 조용하고 평화롭게 살면 다행인데 서로 오해가 쌓이며 결국은 화 폭발로 마무리가 되는 경우도 많다.
한편으로 핑계를 대자면 대화를 해도 너무도 큰 인식 차이로 해결이 안 되는 경우가 많았던 경험 때문에 단절을 선택하기도 한다.
시간이 되면 차분하게 소통을 시작해야 하는 데 오늘도 수업이 끝나니 바로 입을 닫고 싶어졌다.
그래도 가르치는 일이 천직인 것 같은데.
이건 내가 엉뚱한 분야에서 창업을 해보고 조용히 정리하면서 뼈저리게 느낀 바이다.
가르치는 일은 그나마 함께 협력해서 일을 한다기 보다는 혼자 잘하면 되는 분야 중에 하나이다.
자고로 인간은 자기 타고난 성향과 재능에 맞는 일을 해야 성공한다.
여기에서의 성공이란 딱히 물질적인 성공을 거둔다기 보다는 본인이 만족하는 삶을 살 수 있다 정도이지만.
아무튼 아무리 소통이 어려워도 포기하면 안 되고 가능한 노력은 계속 해보아야 겠다.
인간 세상 나 혼자 살수는 없으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