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산책을 나섰다. 어제 조금 내린 비로 온 세상이 새로 태어난 듯 해맑게 씻긴 것 같았다. 파란 하늘에 부피감이 큰 흰 구름들이 뭉텅이로 풍성하게 떠 있다. 잔디 위에 돗자리를 펴고 누워서 푸른 하늘에 흰구름만 몇 시간 쳐다보아도 마음에 힐링이 될 것 같은 날. 구름과 바람이 만들어 내는 시시각각 변화하는 오묘한 작품을 아무 시름없이 감상하고 싶다.
구름의 모양을 보면서 무엇을 닮았는지 상상하며 조잘거리는 것도 좋아하는 데. 이 정도면 산에 들어가서 자연인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호수에 비치는 나무 그림자조차도 평소와는 때깔이 다르다. 어떤 포토샵 효과를 주어도 자연이 만들어낸 이렇게 맑고 깨끗한 세상을 담아낼 수 없을 것 같은 풍경.
구름 ♡햇살은 뜨거워도 바람이 함께 동행을 해 주니 걸음이 한결 가벼워진다. 호숫가를 빙 둘러싸고 있는 갈대가 바람에 따라 제각기 다른 방향으로 기울어지며 움직인다. 갈대에 표현되는 자유분방한 바람의 모양을 한참이나 바라보고 있었다.
호수 위의 수생 식물 위에는 노랗고 조그만 꽃이 잔뜩 피어 있다. 물 위에 피는 노란 꽃은 이름이 무엇일까? 갑자기 한 여름 칠월이 되면 피어나는 하양이나 연분홍빛 우아한 연꽃의 자태가 떠올랐다. 칠월이 되면 연꽃을 구경하러 가 볼까?
자연이 다한 풍경 ♡한동안은 벌에 꽂혔었는데 요즘에는 나풀거리는 나비의 뒤를 쫓아다니고 있다. 나비가 꽃에 앉는 모습은 고고하기 이를 데 없다. 하이얀 날개를 살포시 접고 꽃에 가만히 내려앉은 나비. 꽃에 있는 달콤한 수액을 빨아먹느라 정신이 없겠지만 멀리서 보면 꽃과 가볍게 키스를 하는 것 같은 모양.
바지런히 움직이는 벌과 다름이 없는 벌레이지만 나비는 벌레라는 이름은 어울리지 않는 차원이 다른 종족임에 틀림없다. 벌도 자세히 보면 귀여운 구석이 있는데 사람들은 침만 생각하고 무서워하고 멀리한다. 그나저나 나비나 나방이나 한 끝 차이인데 신은 왜 나비에게는 찬란한 빛깔의 날개를 주셔서 사람들의 찬사를 받게 하고 나방은 거무튀튀한 색을 주셔서 여름 밤에 때려 잡히며 차별을 받게 하신 걸까?
생김새보다도 나비는 우아한 몸짓을 가지고 있고 나방은 인간이나 불에 뛰어드는 경박스러운 날개 짓이 문제인 것 같다. 인간도 이와 비슷한 듯. 아무리 외모가 뛰어나도 행동거지가 고상하지 않으면 빛나는 미모가 다 무색해질 것이다.
꽃과 나비 ♡동그란 모양으로 잘려나간 철쭉 가지에서 청개구리처럼 다시 새로운 순이 쑥쑥 자라나고 있었다. 왠지 주변인들과 조금은 다른 나와 같은 처지인 것 같기도 하다. 다시 잘려나가기 전까지는 마음껏 태양을 향해 손을 들고 바람에 흔들리고 햇살에 잎을 반짝거리며 자라라. 아무리 잘려나가도 새순은 또 돋아날 것이니.
마음대로 쑥쑥 자라라염소만한 커다랗고 털이 북실북실한 개를 데리고 산책을 나오신 여자 분이 있었다. 개를 호수 난간에 묶어놓고 잔디밭에서 무언가 하고 있었다. 얼핏 보니 비닐장갑을 끼고 애완견이 한 무더기 싸놓은 똥을 치우는 것이었다.
으엑~ 생생한 장면을 보고 말았다. 애완동물을 키우더라도 자그마한 녀석을 키워야지 저 커다란 개가 만들어 놓은 남다르게 거대한 배설물을 보니 도무지 못할 짓이다. 찐사랑이란 바로 이런 것?
몸의 부피만큼이나 큰 따뜻함과 존재감이 있겠지만. 아무리 사랑스럽고 가족 같은 애완동물이라고 해도 잠재된 야생성은 있으니 갑자기 돌변하여 사람을 공격할 수도 있다. 가끔은 인간의 인성이 동물보다 얼마나 뛰어난지 의심이 들 때도 있지만 말이다.
오늘 찍은 사진을 보니 핸드폰 카메라치고는 매우 만족스럽다. 고가의 카메라가 없으니 비교 대상이 없으나 자연이 다 한 것 같은 퀄리티가 나왔다. 어디에 출품할 것도 아니요 내 마음에 쏙 들면 된 것이지 무엇이 더 필요하랴.
비가 오고 난 후의 세상에서 한량처럼 오전 시간을 마음껏 누렸다. 어제 내린 비에게도 감사한다. 오늘도 화이팅! 피곤한 수요일이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