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고나의 추억

달고나 라떼를 마시며

by 사각사각

달고나 커피 만들기에 대한 동영상을 본 적이 있었다. 커피에 설탕과 물을 조금 넣고 손으로 힘차게 수색번 휘저어 갈색으로 녹아서 부풀게 만드는 방식이었다. 그야말로 뻘짓. 뻘짓의 어원은 무엇일까? 혹시 표준말이 아니고 비속어인가?


느낌으로는 발이 푹푹 빠지는 갯펄에서 힘들게 하는 일 정도라 여겨지는데. 하지만 무의미한 일에 힘을 쏟는 행동에 이보다 더 정곡을 찌르는 단어는 없을 것 같아서 번 시도도 해보지 않았다. 머리를 쓰지 않고 쓸데없이 무식하게 힘을 쓰는 일은 되도록 기피 하는 편이라.


어느날 카페에서 주문을 하는데 먹음직스러워 보이는 달고나 라떼라는 게 있어서 궁금하여 시켜 보았다. 우유 위에 네모난 모양의 달고나가 몇 개 탐스럽게 올려진 모양. 달고나를 하나 집어서 먹어보니 어린 시절 길에서 사먹던 뽑기맛이 가득하게 퍼져나갔다. 와아~ 그 다음 부터 당이 떨어지는 오후마다 홀린 듯 주문을 하고 달고나 라떼를 탐닉하였다. 아이고~먹는 것에 다른 무엇보다 이리 진지할 수가.


달고나라는 단어보다 뽑기라고 부르는 게 더 익숙하다. 어린 시절에 골목길 한 귀퉁이에 자리를 잡고 달고나(일명 뽑기)를 파시는 분들이 있었다. 허름한 비닐로 얼기설기 막아놓은 장소에서 도구라고는 단촐하게 아마 버너 하나와 국자, 네모난 철판, 쟁반 등이 있었을 것이다. 쭈구리고 앉아서 구경을 하자면 국자 위에 흰 설탕을 조금 부어 녹인다. 갈색으로 녹을 때 소다를 약간 넣어주면 연하게 색이 변하면서 부풀어오른다. 그것을 옆에 있는 커다란 철판에 탁 소리가 나게 떨어뜨리고 동그란 기구로 꾹 눌러서 편 후 별이라든지 클로버라든지 하는 모양을 찍는다. 지막으로 설탕을 뿌려놓은 쟁반에서 알맞게 식히면 끝.


침을 묻혀서 별 모양이 나오도록 나머지 설탕부분을 조심스럽게 떼어서 먹으면 하나를 덤으로 더 주는 방식이다. 가만 가만 먹다가 별 모양이 똑 부러지면 속상하다. 아마 손재주는 그 때부터 없었고 성질도 급하니 성공을 한 적이 없는 것 같다. 그저 설탕을 녹여 굳힌 사탕의 일종일 뿐인데 그 만드는 과정이 그렇게도 신기하고 별미였는데.


집에서도 엄마 몰래 가스레인지에 국자를 올리고 설탕을 녹여 만들다가 시간 조절에 실패하고 국자를 까맣게 태워 먹어서 엄마에게 다들 한번씩 혼난 경험이 있으실터이다.


이 달고나를 만드는 기구가 최근에 새로 나온 것을 보았다. 어린이들이 많이 오는 장소에서 달고나 만들기 체험 행사를 하고 있었다. 진짜 달고나 하나만 딱 올라갈 만한 소꿉장난감 같은 조그만 개인용 하얀 철판같은 것에 부모님과 아이가 함께 직접 달고나를 만들어볼 수 있게 되어 있었다. 단돈 천원. 불티나게 팔리는 걸 보았다. 아마 행사를 주관하는 분이 하루 종일 수백 개씩 죽어라 만들어야 했겠지만 아이들은 줄을 서서 설레며 기다리고 있었다. 진정 달고나는 모든 세대를 아우르는 맛이었던가?


온 몸이 짜릿하도록 단맛이 나는 달고나를 한 개 입안에 넣어본다. 동네 골목길을 헤집고 다니며 소꿉장난하며 놀고 얀 돌이 무더기로 쌓여있던 뒷산을 오르고 친구들과 팔짝팔짝 뛰며 까만 고무줄 놀이를 하던 추억이 아슴푸레 입 안에서 맴돈다. 응답하라 19××. 아~살 찌는 소리가 들린다. 설탕에 입혀진 불맛이란 바로 이런 것.


비만인으로서 자제해야 하는 데 달달한 달고나는 왜 이리도 유혹적인가? 아무 시름없고 천진난만했던 어린 시절 달콤한 추억의 한 조각을 몸이 기억하고 그 순수의 시간을 애달프게 불러오고 싶은 것인가? 아무리 추억이라고 아름답게 포장을 해봐도 몸에 좋은 건 입에 쓰고 맛있는 건 다 살찐다. 쳇~치사하고 더러운 세상.

쳇..맛있으면 장땡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