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밤에 열한시경 잠에 들었더니 아침 일찍 잠에서 깼다. 몸도 어느 정도 가볍고 일어날 준비가 되어 있는 것 같았다. 이런 일은 드문 데. 보통 한두 시간 정도 뒤척거리면서 각종 sns를 넘겨보다가 겨우 겨우 어슬렁거리며 일어나는 게 일상이다. 살다 보면 몸이 좋은 날도 있고 그다지 좋지 않은 날도 있다. 상쾌한 정신으로 일어나서 아침밥을 든든히 챙겨먹고 산책에 나섰다. 하늘에 옅은 회색 구름이 펼쳐진 흐린 날씨였다. 곧 비가 올 것만 같은 비를 머금은 바람이 불어왔다. 조금은 서늘한 기온이었지만 걷다 보면 다시 열이 날 테니 괜찮다. 다 괜찮아.
산책하기 좋은 날오늘도 작은 키의 들꽃들이 눈에 많이 들어왔다. 가까이 가서 보아야만 잘 보이는 손톱만한 꽃들이지만 여느 꽃집에 있는 화려하고 이름 있는 꽃들보다 더 사랑스럽게 보일 때도 있다. 홀로 피어난 꽃과 무리를 지어 피어난 꽃 어느 쪽이 더 예쁜가? 둘 다 예쁘다. 홀로라도 꿋꿋하게 난간 사이로 고개를 내밀고 피어난 꽃은 진정 어여쁘다. 미모에 있어서는 하얀 꽃과 노란 꽃 어느 쪽도 뒤지지 않는다. 제각기 다른 색깔과 모양을 가진 사람들이 다 저마다의 고유한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는 것과 같다. 홀로 점프를 하거나 걸어 다니는 제비를 찍어보고 함께 모여 있는 제비들도 찍어보려 했으나 가까이 가면 곧 흩어져버리는 제비들. 아마 제비들도 제 영역이 있고 오순도순 머리를 맞대고 모여 사는 것은 아닌듯하다.
자기 명을 다하고 땅에 쓰려져 짙은 갈색 빛으로 썩어가는 나뭇잎을 매달고 있는 나무가 있었다. 저 나무도 한 때는 당당하게 서서 푸르른 꿈을 꾸고 있었으리라. 죽어가는 나무 옆에는 선명한 푸른색으로 생명력을 뿜으며 돋아나는 식물들이 자라고 있다. 삶과 죽음이 함께 머무르는 장소. 선명하게 대비가 되기는 하나 전혀 어색하지 않은 풍경이다. 쓰러진 나무는 서서히 형체를 잃어가고 흙 속으로 스며들 것이고 그 양분은 땅 속의 뿌리를 통해 다시 푸른 잎으로 옮겨갈 것이니. 자연은 끊임없이 태어나고 죽으며 순환하고 있다. 인간 세상도 이와 다르지 않으리.
삶과 죽음물가에서 쉬고 있는 하얀 오리 부부를 발견하였다. 들리지는 않지만 그들의 대화는 이러할 것 같다.
(암컷 오리) “여보, 오늘 아침에는 바람이 불고 추우니 아직 물에 들어가지 마요.”
(수컷 오리) “ 응, 그래.”
(암컷 오리) “이따 낮에 해가 뜨거워지면 같이 수영하러 가요.”
(수컷 오리) “ 응, 그래.”
이 오리 부부는 이미 십년 차가 넘어가기 때문에 조금 떨어져서 각자 호수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제야 사는 법을 배운 남편 오리. (ㅋ)
다정한 부부 오리 ^^마음이 아주 편안하지는 않다. 하지만 산책을 하면서 잊어가고 있다. 머릿속의 엉켜진 생각을 자연속을 걸으며 한걸음씩 바람결에 흘려보내는 것이다. 하나의 부정적인 문제에 사로잡혀 있는 것은 몸도 마음도 지치게 하는 일이다. 다른 즐거운 일에 마음을 쏟아보거나 훌쩍 장소를 옮겨서 떠나보면 마음을 짓누르고 거대하게 보이는 일들도 하찮게 여겨지거나 다소 희미해질 수 있다. 그렇게 이 또한 지나가리라 하며 부단히 버티고 살아가는 것이 인생. 나 혼자 머릿속에서 최악의 상상을 더하거나 개똥벌레의 흙으로 만든 공처럼 굴리고 굴려서 작은 문제를 거대하게 키워갈 때도 많다. 사람 사는 세상에 문제가 없을 수는 없지만 한 걸음 떨어져서 생각해보고 가능한 타협을 해보고 서로의 영역을 존중해주는 것이 답이다. 각자의 주어진 무게의 삶을 지고 홀연히 제 갈길을 가고.
이렇게 의외로 컨디션이 좋은 목요일이 시작되고 있다. 자연처럼 욕심 없이 조화롭게 순환하며 살아간다면 인간 세상도 한결 평화롭게 돌아갈 것 같다. 세상을 바꾸기 전에 내 마음부터 호수처럼 잔잔하고 유유하게 흐르도록 다스리겠노라. 쉬운 일이 아니나.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