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아침에 일어나서 수업을 다녀왔다. 으아~수업을 마치고 고속화도로를 타고 삼십 여분을 달려서 집으로 오는 길이었다. 타이어가 심하게 삐걱거리고 덜컹거리는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아~타이어에 구멍이 나서 바람이 빠지는 건가? 몇 번 경험이 있기에 집 앞에 있는 카센터까지 조심조심 가보려 했으나 이미 수명을 다한 타이어는 움직여주지 않고 급기야 휠이 닳는 금속성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옆 차선에 아저씨가 창문을 내리고 타이어에 펑크가 났다고 얼른 조치하라고 알려주었다. 어쩔 수 없이 길가에 급히 차를 세웠다.
내려서 보니 타이어가 완전히 찢어져 있었다. 바람이 빠져서 밑으로 내려앉은 경우는 두어 번 있었으나 너덜너덜하게 찢어진 것은 또 처음 겪는 일. 인생은 충분히 살아 본 것 같아도 처음 겪는 황당무계한 일들이 많다. 그래서 삶이 고해라는 걸까? 바다는 환장하고 좋아하는 데 고통의 바다라니 헤엄쳐 나가고 싶다. 일주일 여 전에 주차 문제로 음식점 아저씨가 내 차에 구멍을 내겠다고 한 사건이 떠올랐다. 혼자 현실에서 인생 드라마를 잘 쓰는 편이라 혹시 이 아저씨가 앙심을 품고 그런 것이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블랙 박스 확인하고 경찰서에 수사 의뢰를 할까?설마 설마 갸우뚱하면서도 각본은 일사천리로 구체화되고 있었다. 이렇듯 의심은 의심을 낳고 불신은 한 편의 막장 범죄 드라마를 제멋대로 쓴다.
서비스 기사님이 타이어를 보더니 마모가 심하게 되서 찢어진 것이라 간단하게 판결을 내려 주었다. 처음 보는 사람에게 음식점 아저씨의 협박에 대해 주절주절 떠들었으나 요즘 같이 블랙 박스와 cctv가 많은 세상에서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 장담하였다. 차를 견인하여 간 타이어 가게 아저씨도 타이어를 누가 찢거나 했으면 그렇게 장시간 운행할 수 없다고 확인해주었다. '그래 설마~그깟 일로 쥐도 새도 모르게 완전 범죄로 나를 죽일 셈은 아니겠지.'(싸이코패스가 아니고서야)
여기에서 토막상식 하나. 타이어가 찢어지면 보험사에 긴급 출동이 아니고 견인차를 요청해야 한다. 그 자리에서 교체가 되는 것이 아니다. 긴급 출동차가 온 다음 확인하고 다시 견인차를 기다리느라 시간이 더 지체되었다.
여기에서 일단 주책없이 싹 트는 터무니없는 의심은 잘라버리려 한다. 극심한 주차 스트레스로 인해 제대로 된 통성명 없이 갈등만 있는 주변 주민들을 의심하기에 이르른 것 같다. 결국 새로운 주민이 바로 이사를 왔고 커다란 차량을 소유하고 있으므로 주차 자리는 하나가 또 부족하게 되었다. 아~일단 모르겠다. 포기 선언. 주말에라도 다 잊기 위해 무조건 엄마집으로 오기로 했다. 가끔 토요일마다 음식점에 단체 손님이 와서 다들 어디를 가는지 알아서 피해주는 분위기이다. 그러니 아이러니하게도 주차 때문에 매주 엄마를 찾아오며 강제로 효도를 하게 되었다. 오히려 잘 된 일인지도.
또 하나는 타이어가 고속화도로에서 터지지 않은 것이 천만다행이다. 그리고 상대적으로 도로가 한산한 일요일에 이 난리가 발생한 것도. 고속화도로에서였다면 차선 하나를 막고 수많은 지나가는 차량의 따가운 시선을 받으며 한여름 땡볕에 서서 견인차를 기다리며 얼마나 더 고생을 했으랴? 다행히도 고속화도로를 막 벗어난 지점에서 딱 맞춘듯이 타이어가 사망하였다.
찢어진 타이어에게 바치는 시
지금까지 버티느라 수고했고 목숨 만은 살려줘서
고맙다 타이어야
너도 나이 들어 얼마나 은퇴를 하고 싶었겠니
달릴만큼 달렸는데 쉬게 해주지 않으니
온 몸을 찢으며 화가 폭발해버린거니
진심으로 미안하다
이제 도로없는 세상에서 편안히 쉬렴
미워도 도로 난간을 들이박거나 하지 않고
무사히 집 근처까지 데려다 준 의리 있는 너
앞으로도 너처럼 부단히 열심히 살아볼께.
미리 돌봐주지 않아서 미안해 잘 가렴
이만 총총
휴우~ 나름대로는 착한 마음가짐으로 살아오니 신이 또 한번 목숨을 살려주신다. 모두들 정기적으로 엔진오일, 타이어 점검하시고 안전운전 하소서. (ㅎ)
잘가 타이어야. 미안하다 혹사를 시켜서 T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