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 속에 빛

평온한 일상의 희망

by 사각사각

아침에 산책을 나섰다. 오늘 비가 예보되어 있어서 하늘은 구름으로 가득 덮여 있었다. 후덥지근한 여름날 산책을 하기에는 최적의 날씨라고 볼 수 있다. 그래서인지 운동복을 입은 꽤 많은 사람들이 삼삼오오 산책로에 보인다. 그들이 자기의 삶의 조각들을 온갖 감정을 담아 대화하는 소리도 얼핏얼핏 들려오고.


한 어머니는 자녀를 가르치는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었다. 아이가 수학 문제를 제대로 풀고 있는 지 확인해 보니 엉망이었다. 그래서 차근차근 가르치려고 하는데 아이가 하품을 시작한다. 그러더니 공부와는 전혀 다른 엉뚱한 화제를 꺼내놓고 이야기한다.


잠깐 들어보아도 내 수업 풍경과 별반 다르지 않다. 아이들은 공부만 하면 하품이 나오고 졸리다 하고 다른 이야기를 꺼내놓을 때는 눈빛을 반짝이고 생기가 돌며 환하게 웃기도 한다. 그 상황에서 아이를 잘 달래고 어르며 하는 것이 수업. 역시 공부는 쉬운 일이 아니다. 공부가 제일 쉬웠다니 이해할 수 없는 발언이다. (돈 버는 것보다야 백번 쉽겠지만) 그야말로 타고난 공부 재능자들이나 하는 소리.


영어 단어 중에 silver lining 이라는 단어가 있다. 이 단어를 처음 접했을 때 무슨 뜻 인지몰라서 영어 사전을 찾아보았다. ‘구름 속에도 빛이 있다. 작은 희망’ 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 단어는 실버 라이닝 플레이북(Silver Lining Playbook, 2012)이라는 미국 영화를 보았기 때문에 찾아본 것이다. 영화는 상당히 특이한 두 남녀가 나와서 결국 온갖 역경을 이겨내고 새로운 사랑을 이루어 희망을 찾았다 라는 내용이었던 것 같다. 바람을 피운 아내를 목격하고 정신병원에 갔다가 나온 남자와 사별을 하고 감정 조절이 안 되는 것 같은 여자가 주인공으로 나와서 전반적으로 공감이 좀 덜 되기는 했었다. 이성을 끈을 완전히 놓고 극단으로 치닫는 건 또 별로 취향이 아닌가 보다. 그래도 아카데미상 등 많은 상을 받으며 호평을 받았던 작품.


하늘을 올려다보면 흰 구름이 뒤덮고 있는 하늘이지만 군데군데 구름의 가장자리로 빛이 비추고 있는 걸 발견할 수 있다. 태양은 하늘에 떠 있으니 구름이 가렸다고 해도 그 흔적이 얼핏얼핏 보이는 것이다. 우리의 삶에도 절망의 구름이 닥쳐온다고 해도 항상 그 끝에는 태양의 빛이 비출 때가 있는 것과도 같다.


실버 라이닝 이라는 단어와 희미한 빛의 그림자를 연상하며 마음속으로 되뇌인다면, 인생의 어려운 순간을 이겨내고 일어설 힘을 줄 것이다. 구름이 걷히면 언제 그랬냐는 듯 항상 밝은 태양이 가득 비추는 날이 또 오기 마련이니까.

실버 라이닝 ♡

주차 문제도 해결이 되어 간다고 믿고 싶다. 어제 밤에 비어 있는 주차 공간 하나에 차를 살포시 밀어 넣었고 이제 사 개월동안 생난리를 하여 이 자리를 배정받았으니 내 것이다 라고 주장하면 되는 것이다.

(내 참~ 더럽고 아니꼽지만 뭐 어쩌랴?)


마음에 여러 가지 혼란과 번민이 있었지만 해결이 되는 시점이 있을 것이다. 누구하고든 갈등이 생기면 마음은 불편하다. 하지만 소강상태에 이르렀고 이미 강 하나를 사이에 둔 것 같은 사이이니 또 아무런 일이 없었던 듯 살아가면 되는 것이다. 내 어지러운 마음만 다른 관심사와 희망에 잘 붙들어 두면 된다.


마음의 평정을 찾기 위해 부지런히 산책을 하고 독서를 하고 방 청소를 하고 보글보글 김치찌개를 끓었다. 평범한 일상을 사는 것에서, 이 삶이 내 뜻대로 이어지는 것에 위안을 받는다. '그래, 그런대로 잘 살고 있어.'


오늘은 ‘수신’의 날이다. ‘제가’ 나 ‘치국’ ‘평천하’ 까지는 할 일이 없으니 다행이다. 작은 집에서 나름의 계획대로 하고 싶은 일은 하고 오후 수업만 마치면 되니 마음은 평화롭다. 오전부터 오후 두시 삼십분까지의 자유가 넘치는 시간. 세상에서 조금은 떨어져서 오롯이 나와 마주하여 절대 평화를 누려보리라.


'어떤 죽음이 삶에게 말했다‘를 읽고 몇 구절을 남겨본다. 완독! 항상 여기, 지금의 삶을 최대로 느끼고 즐기며 살기를 다시 기억하면서.


지금 이 순간이 마지막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고 사는 것은 일단 마음부터 편하지 않은 일이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은 내가 떠나고 난 뒤 타인의 기억에 남을 내 마지막이 어떻게 남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기 때문이다. 그것을 생각해 보는 것과 아닌 것의 차이는 내가 떠난 뒤에만 있지 않다. 지금 이 순간에, 이 삶에서 드러난다. (257페이지)


우리는 죽음만 잊고 사는 것이 아니다. 삶도 잊어버린 채 살아간다. 지금 이 순간 내가 살아 있다는 것, 이 삶을 느끼지 않고 산다. 잘 들어보라. 삶을 잊은 당신에게 누군가는 계속 말을 걸어오고 있다. 우리보다 먼저 종착역에 당도한 이들은 지금 이 순간의 삶을, 주어진 시간을 어떻게 살아낼 것인지 묻는다. 이제는 남아 있는 우리가 우리의 삶으로서 대답할 차례다. (261페이지, 에필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