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들어오자마자 쓰러져 잔 관계로 아침에 일찍 일어났다. 어제 내 주차 자리에 아직 만나보지 못한 새로 이사온 이층 남자인지 여자인지가 주차를 하였다. 밤 열시 삼십 분경에 들어왔는데. 일단 옆집 다세대 비어 있는 공간에 주차를 하긴 했는데 또 이 문제를 전화로 집주인과 당사자와 논하자니 시작도 하기 전에 기가 빠진다. 주차 못해 죽은 귀신이 붙었는지 환장할 노릇.
일단 다 잊고 산책을 나왔다. (렛 잇고 렛 잇고~) 아침 산책은 참 상쾌한 일이다. 날마다 새롭게 세상에 피어나는 꽃들이 반겨준다. 역시 부지런한 벌은 아침부터 일을 나왔다. 하지만 과도한 일 중독은 타고난 수명을 재촉하니 일도 적당히 해야 한다. 추운 겨울에 벌통 안에서 꼼짝않고 노는 벌은 육개월을 살고 봄, 여름날 한창 때 날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밖에 나와서 일하는 벌은 채 이개월 정도를 살다 죽는다. 불꽃 같이 짧은 삶을 살다 사그라져 죽고자 하는 게 아니라면 인간도 일과 휴식은 적절하게 균형을 맞춰야 한다
아침의 느낌은 좋다
적당히 해라 벌아~나비가 한 마리 있었는데 잔디밭 풀숲에 내려 앉았다가 나가는 길을 찾지 못하고 있었다. 성긴 잔디 사에에 갇혀 파닥거리는 나비가 안돼 보였다. 나이가 들었는지 날개도 조금 찢어져 있는데 눈에 뻔히 보이는 틈을 찾지 못하고 당황하며 허둥대는 몸짓. 몇 초간 나비의 힘겨운 날갯짓을 지켜보았는데 그래도 무사히 길을 찾아 나와서 안도의 한숨을 쉬며 팔랑팔랑 멀리 날아갔다. 잠시 식겁했겠지만 인생 살다보면 사고도 있고 하는 거지.
해방된 나비~까치도 여러 마리 보였다. 까치도 요즘 번식력이 좋은지 개체수가 늘어나서 유해조수에 들어갔다고 한다. 가끔 까치가 기차 전선줄을 갉아먹거나 하면 전력이 차단되어서 문제가 되는 것이 뉴스에 나오는 걸 보았다. 까치는 우리집 주택 이 층 난간쯤에도 살고 있는데 아침마다 깍깍 거리는 거 외에는 경험상으로는 비둘기만큼 신경을 건드리지는 않는다. 까치는 화장실이 어딘지 모르겠지만 함부로 배설물을 인간의 차 위에 벌려 놓지 않는 지각있고 예의를 갖춘 새이다. 다만 어느 날 무심코 골목길을 돌고 있는데 도둑처럼 몰래 음식물 쓰레기 봉투를 쪼아 먹는 까치를 발견했다. 뾰족한 부리로 몇 번 비닐 봉투를 콕콕 찍으니 금방 구멍이 나버렸다. 그 안에 들어있는 하얀 상한 밥알인지를 쪼아 먹는 까치를 보니 참 불쌍하였다. 길가에 널부러져 뜯어진 음식물 쓰레기 봉투는 참 보기 싫은 데 범인은 길고양이가 아니라 까치였다니. 헉~반전 드라마.
귀여운 까치까치는 길에서 아장아장 걸어다니기도 하고 점프도 하고 고개를 갸웃거리는 것도 꽤나 귀염성이 있는 새이다. 새까만 등에 흰 배에 파란 깃털이 달리고 꽁지가 긴 것도 예쁘게 생겼고. 오늘 공원에서 본 까치는 나무 밑에서 위로 오르려 하고 있었는데 몇 센티미터 안 되는 높이를 번번히 실패하여 미끄러져 내려왔다. 자꾸 허망하게 미끄러지는 모양이 우습기도 하고 왜 그러는지 모르겠지만 아마 나무 사이에 벌레를 쪼아 먹으려는 데 생각한대로 쉽게 안착이 안된 것 같다. 바보 같으니. 그래도 계속 해 보고 싶은 것은 다 해 봐라. 안 돼도 그만 돼도 그만이다. 여의치 않으면 쿨하게 다른 먹이를 찾아나서면 되는 거지.
이리하여 아침의 싱그러운 새 소리 가득하고 바람마저 감미로운 산책을 마쳤다. 당황스럽게도 아침에 변기가 막히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아무 생각 없이 잔뜩 집어넣은 휴지 때문인 것 같다. 휴우~재생 용지라 하여 누런 빛의 휴지를 조금 두꺼운 감이 있었는데 습관대로 마구 집어 넣었다. 결국은 화장실을 가고 뚤어뻥을 사려고 겸사겸사 산책을 나왔는데 마트가 아직 오픈을 하지 않았다.
인생에는 피하고 싶어도 피할 수가 없는 거추장스럽고도 거북한 일들이 있다. 꽉 막힌 변기 뚫기 같은. 그래도 살려면 또 꾸역꾸역 해내야 한다. 우이쒸~내 팔자야.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