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피로한 증상이 자주 있었다. 눈 위쪽과 머리 근육이 상당히 아파서 혹시 뇌에 다른 병이 걸렸나 하는 주책 맞고 뜬금 없는 상상을 하게 된다. 몸이 이제 사십 년을 훌~~쩍 넘게 사용하다보니 여기저기 고장이 나는 느낌이다. 기계도 몇 십년 사용하면 부품이 하나씩 망가지는 이치와 같다. 몸은 부품처럼 장기의 교체가 쉽게 불가하다는게 문제.
아뭏든 그러하여 일단 안과를 가보기로 했다. 안과를 찾는 데 시간이 꽤 걸렸다. 최근에 안과를 방문한 적이 없어서 오래 전 검색해 본 대~~충의 위치만 알고 있었다. 근처에 여러 개 있는 상가를 샅샅이 뒤져서 안과 간판을 찾아냈다.
내게 지극히 말하기도 남부끄러운 능력이 있다면 시각이 발달했는지 다닥다닥 붙어있는 간판에서 원하는 곳을 기가 막히게 빨리 찾는다. 시각, 청각 등 감각 기관이 다 잘 발달 됐다고 보면 되겠다.(아무거나 잘 먹는 걸 보면 미각은 별로 인듯)
차라리 감각의 발달과 함께 원더 우먼처럼 하늘도 날고 하는 초능력도 있다면 살기가 훨얼~씬 편했을 텐데. 각설하고 그래서 까마득한 오층에 간판도 희미해져가는 안과 간판을 단박에 찾아냈다.
병원은 간호사 한 분이 접수를 받고 있고 지금 막 계산을 하고 나가려는 환자분이 단 한 명 있는 썰렁한 분위기였다. 몇 달 전에 한번 왔을 때도 코로나로 인해 문을 닫았었던 걸로 기억이 난다. 이 주변에는 아파트가 거의 전부인데 동네 주민도 찾지 않으면 이 병원도 운영이 어려울 것 같다.
의사 샘은 깡마르고 신경질적으로 보였지만 의외로 친절하셨다. 하아~환자가 없으니 말이라도 몇 마디 더 자세하게 해주고 싶은 마음이 생기셨나보다. 대학 병원에서 의사 선생님이 한 환자를 보는 진료 시간이 4분 컷이라던데. 그렇게 짧게 끝내지 않으면 병원 운영이 어렵다던데.
의사 샘은 "눈이 많이 피로하여 그런 것이다. 다른 문제는 없다."고 간결하게 진료를 봐주셨다. 핸드폰을 하거나 티비를 볼 때 누워서 보지 말라는 말씀과 함께. 차마 이유를 따박따박 물어보지 못했으나 속으로 '집에서 앉아서 핸드폰을 하는 사람이 있나?'라는 반감이 들었다.
(핸드폰은 누워서 해야 제 맛이거늘) 다만 눈이 계속 아프면 핸드폰이나 책을 볼 때 1.5 돋보기를 쓰라 하셨다. 돋보기라니 돋보기라니. 쿠궁~ 어릴 적 할머니가 바늘 귀에 실을 넣으실 때 쓰시던 그 렌즈가 자그마한 돋보기라는 물건을 말하는 것인가?
눈 안으로 자꾸 들어가는 아래쪽 눈썹 몇 개를 뽑고 인공 눈물을 처방받고 나오는 길이었다. 근처에 안경점이 보이길래 냉큼 들어갔다. 우울하네 어쩌네 잔말 말고 돋보기를 얌전히 사야겠어서이다. 예전에 친했던 동료 선생님이 "사십 대 중반에는 노안이 온다." 하여 농담인 줄 알고 눈치 없이 깔깔 웃었던 기억이 어렴풋이 난다.
'노(늙을 )'라는 단어 자체가 할머니도 아니고 백세 시대라는 데 딱 반절도 못 산 인간에게는 어울리지 않고 웃기지 않은가? (노안이 오신 선생님의 진심이었건만 이해를 못하고 웃다니)
안경점도 손님이 한 명도 없고 썰렁한데 갓 삼십 대 정도 되어 보이는 팔팔한 주인분이 만 오천원이라는 완제품 돋보기 대신 좀 더 비싼 테를 고르라고 은근슬쩍 부드럽게 권유를 했지만 단호하게 뿌리치고 저렴한 돋보기를 구매했다.
안경점 주인: 아~혹시 다른 분에게 부탁 받고 사러오신 건가요?
나: 아니요. 그건 아니지만 라식 수술을 해서 시력이 아직 좋고 돋보기는 자주 쓰지 않을 것 같아서요.
그냥 부탁 받았다고 할것을 때로 지나치게 솔직하다. 안경이 어울리지도 않을 뿐더러 딱히 심하게 시력이 나쁘지도 않았는데 굳이 라식 수술을 해서 시력이 좋고 눈도 아직 쓸만하다. 다만 렌즈를 오래 끼다 보니 자꾸 감염이 되고 세척하기가 너무도 귀찮아서 십 여년 전에 라식 수술을 덜컥 해버렸다.
커피를 마시며 글을 쓰면서 돋보기를 쓰니 눈이 한결 편안하고 좋은 것 같다. 금방 적응되는 느낌적인 느낌. 돋보기든 뭐든 핸드폰을 주구장창 끼고 사는 처지에 고마운 물건일 뿐이다. 게다가 모양도 슬림하고 작은 가방에도 쏙 들어가서 마음에 든다. 받아들이자.
'돋보기야, 반갑구나 어서 오렴.'
쓰린 속은 커피로 달래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