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와의 시간

우리의 시간은 얼마나 남았을까?

by 사각사각

주말의 이틀은 엄마의 집에서 보내기로 했다. 극심한 주차 스트레스와 코로나와 고립 생활로 인한 외로움이 이끌어 낸 결과이지만 토요일 수업이 끝나고 서울로 달려 가는 마음은 즐겁다. 주말 오후에 서울로 진입하는 차량도 꽤 많기 때문에 이 길이 마냥 가깝거나 용이하지는 않다. 하지만 한 시간 반이 이상이 걸린다 해도 그곳에는 가족이 있다. 아마 세상 사람들 중에서는 나를 평생에 잘 가장 이해하고 사랑해 줄 사람들.


이번 주의 서울행은 다소 무모한 일이었다. 다음 주가 기말 시험이어서 일요일 오후에 두 개의 보충 수업이 기다리고 있었으므로 집에서 보낼 수 있는 시간이 과히 길지 않았다. 굳이 사십 여 킬로를 달려서 서울까지 왔다 갔다 하기에는 상당히 긴 거리였다. 하지만 주말을 가족과 보내기가 몇 주 동안 습관이 되니 텅 빈 집에 우두커니 혼자 있는 시간을 견디고 싶지가 않았다. 코 앞에 집이 있어도 수업이 끝나고 알을 낳으러 가는 연어처럼 다시 돌아가는 서울행.


가족이 주는 힘은 불가사의하다. 산해 진미가 아니라 해도 엄마가 알뜰살뜰하게 챙겨주는 밥이 주는 힘은 크다. 평소와는 다르게 먼 거리를 달려와도 힘이 솟는 느낌이었다. 집에 도착하여 아침 산책에 이어 다시 자녁 산책을 나섰다. 비를 예고하는 수상한 바람이 불어오고 회색 먹 구름이 군데군데 흩어져 있었다. 급기야 하늘에서는 천둥 소리가 먹이를 노리는 짐승처럼 나지막하게 으르렁 거리기 시작했다. 이상하게도 한참이나 천둥 소리가 나도 비는 내리지 않았다.


마침 공원 근처에 엄마가 좋아하는 황태구이 집이 보였다. 항상 부족하고 더하지 못하는 아쉬운 마음. 황태 구이 두 마리를 포장해 달라 주문해 놓고 다시 공원으로 나섰다. 불길한 천둥 소리가 한참이나 나더니 소낙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우산도 없으니 이 십여 분은 집까지 달려야 한다. 가는 길에 비닐에 포장된 황태구이를 꽁꽁 묶어서 빠른 걸음을 옮기기 시작햤다. 후두둑 굵은, 몸에 마구마구 떨어지는 비를 좀 맞았지만 마음은 알 수 없게 뿌듯하였다.


집에 도착할 즈음이 되니 전화벨이 울리기 시작한다. '아마 비오는 데 우산도 없이 나간 나의 행방을 궁금해하는 전화겠지.'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니 엄마는 마침 나를 찾아나서려 했다고 한다. 식탁에 포장 비닐을 놓으며 무덤덤하게 던지는 한 마디.

"엄마, 황태구이 사왔어."


엄마와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얼마나 남았을까? 한참이나 모자라지만 엄마에게 해 줄 수 있는 일이 무엇이 있을까 헤아려 본다. 아직 함께 공유하고 누릴 수 있으니 행복한 나날들.(ㅎ)

엄마와의 시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