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는 기말 고사 기간이다. 고로 수업은 여러 개 취소 되었다. 예전에 선생님을 할 때도 시험 기간이 그리 여유롭고 즐겁더니만 과외를 해도 기분은 은근히 좋다. 무급만 쿨하게 받아들이면 되는 거다. 보충 수업이 간혹 있어서 아주 수업이 없지는 않으나 상당히 한가한 한 주가 될 전망이다.
산책을 했는데 날씨가 꽤 더웠다. 아침에 조금 더 일찍 나와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머리가 멍하고 몽롱한 느낌이어서 힘들것 같다. 어느 날 예상 외로 아침부터 컨디션이 좋으면 가능하겠지.
아무 그럴싸한 생각이 떠오르지 않았고 그냥 루틴 대로 정해진 길을 걸었다. 운동복을 입고 나온 사람들의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보고 따라가면서.
집에 들어갈까 하다가 마트 앞에 벤치에 잠깐 앉았더니 기분이 좋아지는 바람이 솔솔 불어온다. 땀을 식히고 새 소리와 푸른 나무를 감상하기에 좋은 자리였다. 대나무가 난데 없이 울창하게 자라고 있고 소나무와 그런대로 어깨를 맞대고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매실이 다 익어서 노랗게 되어 땅에 떨어져 있다.
우리 나라는 공원에 과실수를 채집하는 게 불법이라는 데 그래도 땅에 떨어져 썩어 버리는 것을 보니 아깝기는 하다. 깨끗하게 씻어 말려서 설탕에 절여 밀봉해 놓으면 삼 개월 후에 매실액이 되는 건데. 음~상상은 해보았으나 귀찮다. 귀찮아.
도ㅇㅇ 직원님께서 자꾸 연락을 하신다. 나도 같이 일했으면 좋겠다고 하셔서 단호하게 관심이 없다고 했건만 자꾸만 문자를 보내시고 연락하신다. 전화번호를 차단 했는데 카톡으로 연락하셔서 내 카톡 프로필의 과거 사진들이 예쁘다고 지금도 예쁘지만 이라고 요상하고도 꺼림칙한 뉘앙스의 문장을 남기시며.
이 분은 알쏭달쏭하게 신경을 건드리는 직설 화법을 종종 사용하신다. 남자 사람 친구분을 나에게 소개시켜 준다는 데 얼렁뚱땅 이상한 핑계를 대며 거절하였다. 이제 단 두 번 밖에 보지 못한 나를 어찌 알고 다른 사람에게 소개를 한다는 건지. '나아~~참. 싫소!'
허브 오일이 모공 축소도 된다며 내 얼굴에 안그래도 커져서 신경 쓰이는 모공을 굳이 꼭 집어서 지적하셨다. 그 이후로는 유투브에서 모공 줄이는 법을 찾아보고 아침, 저녁으로 세안을 열심히 하고 있다. 피부가 건조해질까봐 아침에는 물 세안만 한게 문제였던 것 같다. 아무래도 주름 때문에 호호바 오일을 사용하다보니 모공이 좀 막힌 듯. 이것이야말로 주름과 모공 사이에서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며 진퇴양난.
'저도 압니다요. 여기저기 많이 늙었지요.' 음~ 이분이 도대체 왜 내게 자꾸 미련을 못 버리시는지 모르겠다. 여기저기 지병이 있는 내 몸을 허브 오일로 직접 치료하고 연구해보고 싶으신 것 같다.
건강과 미용 관련 마루타인가? 일단 허브향을 좋아해서 열심히 쓰고는 있다만 만병통치약은 아닐테고 이 일에는 관심이 없다고 분명히 말씀드렸건만. 허브 오일이 좋긴 하나 꽤 가격이 비싼 편이다. 허브는 잡초처럼 쑥쑥 잘 자라니 필요하면 직접 키워 보는 게 나을지도.
아~~~이제 이 분의 카톡을 씹는 수밖에는 뾰족한 수가 없다. 카톡 메세지에 빨간 색 1이 남아 있는 걸 궁금하고 미결 사건 같이 찜찜해서 못 견디는 데. 열지 않고 참아야 하느니라.
오늘 오후도 비가 예보되어 있어서 바람이 적당히 불어온다. 반백수처럼 오전에 벤치에 앉아 바람을 쐬며 한껏 부리는 여유도 좋구나. 이번 주에는 현대인으로서 문화 생활과 정신 건강을 위해 영화라도 한편 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