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려움이란 존재

두려움에 잠식당한건가?

by 사각사각

응급실행은 일부 해프닝으로 끝났다. 응급실에서 네 시간여를 보낸 후 심전도 검사, 피 검사 등등에서 '이상없음'이 나왔다. 그 이후에 다시 외래 검진을 받으러 갔지만 의사 선생님은 냉정하게 검사 내역을 훑으며 별 문제가 없다고 하셨다. 모든 질문을 대수롭지 않다는 듯 단호하게 끊어내는 듯한 그 말투에서 오히려 위안을 느꼈다.

'진짜 아무 일도 아닌데 괜히 온갖 걱정과 번민에 휩싸였었네.'


토요일 몇 달전 1,2차 백신을 놔주었던 그 의사샘은 왜 응급실로 급히 가보라 하셨을까? 혹시라도 있을 부작용을 막기 위해서? 부작용라는 단어 조차 꺼내지 않았는데 이렇게 마음대로 단정을 하고 있다. 친근하게도 "우리 나이에는 검사를 해봐야 한다."고 하셨건만. 한번 시작된 불신은 꼬리를 물고 불신을 낳는다.


이쯤에서 의심이 싹튼다. 대체 그 새벽에 느꼈던 심장이 죄어드는 고통은 무엇이었을까? 이리도 멀쩡한데 말이다.

그럼 혹시 현실이 아니라 꿈을 꾼게 아닐까? 차라리 꿈을 꾼 거라면 응급실까지가서 검사비로 16만원이나 썼더라도 마음 편히 넘어갈 수 있을 것 같다. 적어도 가까운 미래에 급사하지는 않을테니까.


곰곰히 따져보아도 꿈이었다면 아침에 생생하게 기억을 해냈을리가 없다. 보통 그런 도망을 다닌다거나 하는 악몽에서 깨어날 때는 스스로 인지를 한다. "별 희안한 꿈 다 보겠네. 쳇.' 이러면서. 잠시 눈이 떠 졌어도 몇 시간 더 자고 나면 꿈의 내용이 일말도 기억이 안난다.

그래서 꿈이 아닌 건 확실한 것 같다.


심장에 문제가 없다면 공황장애 증상인가? 그러기엔 성향 자체가 매우 긍정적이다. 긍정적이지 않아야 할 상황에서도 긍정적이며 낙관적인 편이다. 어떤 분이 내가 항상 '잔잔해서' 좋다고 하셨다. 맞다. 극한 상황에서도 파문 하나 없이 흐르는 강물처럼 잔잔하고 싶은 사람이다.


같은 분이 또 '무기력해보인다'라고도 하셨다. 무기력해 보일 때는 원없이 쉬고 있는 것 뿐이다. 체력이 좋지 않으니 무기력해 보일 만큼 무생물처럼 널브러져 있다


결론은 죽음에는 담담하기가 힘들다는 깨달음이다. 죽음의 공포를 생생하게 느껴보았다. 죽음 앞에서는 인간의 타고난 본능이 살아야 한다고 외친다. 그토록 오래 살고 싶지 않다고 누누이 말해왔건만. (팔십까지만이라면서. 이것도 그 나이까지 살아봐야 알겠다)


봄이 오고 있으니 이 날카로운 충격에서 벗어나 따뜻한 햇살을 느끼며 잘 살아봐야겠다. 머리 맡에 혈관 확장제 세 알이 든 약병을 고이 놓고 죽기 전에 꼭 털어 넣어야지.

생에 대한 의지란. 참 강하다.

맛있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