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학생들에게 가끔 MBTI 유형이 무엇인지 물어본다. 이 MBTI의 유형을 심리학과에서는 사용하지 않고 신빙성이 없다는 주장도 있으나 서로 다른 사람의 성향을 진지하게 파악하고 이해하고자 하는 취지라면 충분히 효용성이 있다고 믿는다.
나는 INFP 성향이고 이 성향에 설명된 문장에 부합하는 것 같고 상당히 공감하기 때문이다. 이 성향의 사람들이 유난히 MBTI에 빠져든다고 하던데 아마 세상 풍파에 시달리다가 그나마 내 존재를 가장 잘 설명해 주는 문구를 보고 위로를 받는 것 같다. 인간에게 위로를 못 받으니 MBTI에 위로를 받는다.
가르치는 학생들 중에 ENFP인 학생들은 어떨까? 일단 ‘E’ 성향은 외향성이므로 매우 밝고 적극적이다. 처음 만나는 사람들에게도 사교적이며 대화를 주도하는 경우가 많다. 이 학생들을 보면서 ‘참, 한끝 차이인데 INFP와는 참으로 다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외향성과 내향성 중에 어떤 성향이 더 긍정적인 것일까? 사회에서는 외향성을 내향성보다 더 훌륭한 기질로 인정할 수 있다. 다른 사람 앞에 나서길 즐기며 의견이 분명하고 돋보이는 사람들일 수 있으므로. 하지만 최근에는 내향성 사람들의 장점도 부각되고 있다. 내향성의 사람들은 대중 앞에서 빛나지는 않을 지라도 혼자 소소하게 하는 일들에 강하다.
그러므로 내향성의 비중이 높은 사람이라면 직업을 찾을 때 혼자 하는 일을 찾아보는게 더 유리하리라. 이것은 수십 년간 사회생활을 하며 내 자신을 분석하고 느끼는 점이다. ‘조직 생활보다는 혼자 하는 프리랜서를 진작에 시작했다면 더 성공할 수도 있었을텐데.’ 뒤늦게 이러면서.
여기에서 ENFP성향을 비판하려는 건 아니다. 다만 지극히 개인적으로 느끼는 바를 써보자면 이 성향의 학생들의 단점은 집중력이 부족하다. 전체적인 분위기는 매우 밝고 즐거우나 수업에 집중시키기가 어렵다. 대화의 주제가 다방면으로 풍부하고 끊임없이 샛길로 빠지기 때문에 다시 수업으로 돌려놓기가 힘든다. 문제는 이 대화가 매우 재미있어서 교사의 본분을 잊고 함께 빠져 들수도 있다. 시시때때로 정신을 차리고 다시 제자리로 돌려 놓아야 한다.
ENFP학생들은 정이 많다. 내게 MBTI이 검사를 해보라고 한 학생도 ENFP였다. 대체 왜 내가 이걸 여기서 하고 있어야 하는지 모르겠지만 하도 종용하여 해보았다. 이 학생은 현재 일년 정도 수업을 하고 있는데 방문하면 수업 시간이 마침 본인의 식사시간이라면서 고기를 굽거나 할 때도 있다. “왜 수업 시간이 너의 식사시간이냐?” 아무리 얘기해도 소용없다. 기가 막히지만 스테이크를 구울 때도 혼자 먹지 않고 꼭 같이 먹으려고 한다. 배가 부르다고 하면 작은 조각을 보여 주며 “딱 이만큼만 드세요.”라고 하면서. 이 훌륭한 맛을 반드시 보여 주고 싶은 것이다. 이러니 미워할 수가 없으나 다만 넘치는 에너지가 좀 부담스럽다.
또 다른 ENFP학생은 전반적으로 영어를 그리 잘한다고 할 수는 없지만 발음은 매우 좋다. 낭랑한 목소리로 교재를 읽는 걸 좋아하고. 여러 가지 신변잡기 이야기를 꺼내 놓으면서 갑자기 “선생님, 제가 피아노 쳐 드릴까요?” 라고 해서 얼떨결에 그러라 했더니 신나게 두 곡 정도를 쳐 주었다. 떨떠름해도 브라보를 외칠 수밖에는.
행동패턴이 이러하니 ENFP학생들이 공부에 집중하는 건 어렵다. 인간의 지능이란 비슷하다고 봤을 때, 공부를 잘하고 못하고는 한 과목에 얼마나 열중하여 끝까지 할 수 있는가에 달려있기 때문에 집중에 대해서 ENFP학생들에게는 반복해서 강조해야 한다. 공부는 머리로 하는 것이 아니라 집중하고 몰입하여 노력과 끈기로 하는 것이다!
타고난 성향도 자라온 환경에 따라 바뀔 수 있다. 그리고 인간이 한 가지 성향만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 ‘I’ 성향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퍼센티지로 60% 정도라면 ‘E’ 성향도 40%로 그리 적지 않은 비율로 나타난다. 한 학생은 자기는 기분이 좋을 때는 ENFP가 나오고 안 좋을 때는 INFP가 나온다고 했다. 나의 경우에도 대중 앞에 서는 건 좋아하지 않지만 필요나 상황에 따라 혹은 일대일의 경우에는 낯선 사람에게 먼저 말을 잘 걸며 외향성이 도드라지게 나올 때도 있다.
예를 들어 여행을 하고 있을 경우에 혼자일 때는 더더구나 처음 보는 사람에게 말을 잘 걸게 된다. 심심하기도 하고 정보가 필요하기도 하고 친구 같은 존재를 원할 때 그렇다. 혹은 외향성이 발휘되어야 하는 상황에서, 통역을 해야 한다거나 할 때도 적극적이다. 하지만 언제나 내향성은 깊숙이 잠재되어 있다.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외향성과 내향성은 어느 정도는 섞여 있으리라.
INFP학생은 거의 늘 조용하나 가끔 활동적이며 작은 목소리라도 자기 의견은 분명히 말한다. 그 내용도 꽤 흥미롭다. 어째 INFP를 예찬하는 것 같지만 수업에도 집중을 잘 하는 편이다.
MBTI가 유행인 것은 서로를 더욱 잘 알고자 하는 노력의 하나일 것이다. 단순히 혈액형으로 사람의 성향을 구분하는 것보다는 과학적일 수도 있다. 자신의 성향을 파악하기 위해서 설문에 답하고 결과를 받아보는 것도 의미가 있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 하였으니.
어떤 어머님은 수업을 시작할 때 자녀의 MBTI 결과와 자세한 설명을 보내주시기도 했다. 당황스럽긴 했지만 서로를 더 잘 이해하고자 하는 노력의 한 방법이지 않을까.
결론적으로는 MBTI 성향이 어떠하든, 사람은 모두 개성이 있고 취향이 다르니 각자의 독특한 성향이 가장 잘 발휘되고 어우러지는 사회가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