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FJ - 전형적인 모범생

재미로 하는 평가

by 사각사각

나의 학생 중에 한명은 INFJ 유형이다. 나와 또 한끝 차이인데 엄청 다르다. 이 학생도 일년 정도 수업을 했는데 개인사는 거의 말을 하지 않는다. 속내를 도무지 알 수가 없는 편. 그래도 조용히 자기 할 공부는 다하기 때문에 수업을 하는 동안 마음은 편안하다. 근데 냉정하게 말하자면 공부하는 양에 비하면 성적이 안 나오기 때문에 안타깝다.


공부는 항상 새벽을 불태우면서 한다. 숙제도 곧이곧대로 하고 융통성이 라는 단어가 사전에 없는 것 같다. 수면 시간이 부족하니 수업을 하러 가면 항상 졸리다고 한다. 졸리냐는 질문에는 꼬박꼬박 졸리다고 가감없이 단답형으로 대답한다. "어쩌라고? 한대 때려줄까?" 이렇게 농담을 하면 마치 수십년전 X세대 학생처럼 벌떡 일어나 스스로 세수를 하고 온다. 그러니 농담은 안 먹하는 듯. 십대인데 좀 영감님 같고 정신이 성숙한 느낌이 든다. FM 모범생 스타일로 선생님 말씀은 잘 듣고 규칙은 꼭 지키고 예의가 바른 유형.


이런 경우에 나는 매우 수다스러워진다. 텐션이 갑자기 'E' 형으로 올라오는 날, 이 학생에게 다짜고짜 성격유형 검사를 하게 했다. 일년이 지나도 알쏭달쏭한 이 학생을 좀 더 탐구해보고 싶었다. 아하~ 마틴 루터킹이나 마더 테레사 급 성인군자로구나.


평소 헛소리라고는 전혀 하지 않는 이 학생은 몇 달에 한번씩 의미심장한 문장을 하나씩 던진다. "한국사회는 경쟁이 심해서 외국에서 살고 싶다." 라던가 "집에 있으면 마음이 불편해서 기숙사가 있는 학교에 가겠다." 등. 다소 걱정이 되서 캐물으면 더 깊이는 절대 말을 안한다. 아마 개인적인 일을 밝히고 싶지 않은 것 같다.

이 학생도 이과형이고 장래 희망이 화이트 해커 인지 개발자인지기 때문에 적극 격려했다. 인터넷 쇼핑도 싫어하는 인간(나)이 그토록 선망하는 직업인 디지털 노마드이니 신이 나서 이야기했다. "북유럽이나 캐나다 좋지 좋아." 이러면서. 평소에도 일단 학생이 미래에 외국에 나간다면 장려하고 본다. 자연스럽게 영어 공부의 필요성을 살짝 얹으려고 말이다. "그러니까 영어는 잘해야겠지? " 으쓱으쓱.


이 학생은 너무 공부에만 매진하고 걱정이나 근심이 많은 것 같아서 "제발 취미생활을 하고 친구들이랑 좀 놀아."라는 충고가 절로 나온다. 한술 더 떠서 "게임도 좀 하고."

이 학생은 그저 빙그레 웃으며 고개를 저을 뿐이다. 소리 내서 웃는 적은 한번도 없다. 이유는 정확하게 모르겠으나 가끔씩 우울해지는 것 같아 걱정스럽기도 하다.


인생이 전반적으로 재미없는 유형이다. 좀 더 느슨해지고 여유를 가지고 즐기라고 권유하고 싶다. 그리고 괴로운 일은 주변 사람에게라도 털어놓고 상담을 받으면 좋을 것 같다. 마음 속에 쓰레기처럼 꾸역꾸역 계속 쌓아놓으면 더 힘들어지지 않는가?


재미로 하는 평가이지만 이 유형의 학생은 공부 부담을 너무 주면 안된다. 말려도 하는 유형인데 채근하면 날밤을 새다가 쓰러질수도 있을 것 같다. 마음에 부담이나 책임감이 많고 어른스럽고 원래가 무엇이든 정석대로 열심히 하고 본다. 결과가 노력하는 만큼에 미치지 못하면 크게 낙담하니 다독여주어야 한다.


다만 시험을 보는 방법이 잘못되었을 수도 있다. 어려운 문제를 맞고 쉬운 문제를 틀린다. 왜냐면 어려운 문제에 너무 신경을 쓰고 풀어서 미처 쉬운 문제를 풀 시간이 없기 때문이다. 매사 진지해서 어려운 문제를 슬쩍 넘기질 않는다. 시험지를 앞 뒤로 헤집으며 꼬치꼬치 따져서 알아낸 어이없는 발견이었다.


두근두근 중간 고사가 다가오고 있다. 이 학생이 우리 모두의

무사안위를 위해서 이번에는 좀 더 잘해주기를 두손모아 기원한다!

수다 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