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과외 인생

분노를 내려놓을 때

장수할 수 있다

by 사각사각

이번 사건의 전말은 이러하다. 3월 말, 과외를 찾는데 혈안이 되어 있었다. 월말이고 중간고사를 앞둔 시점이어인지 문의가 굉장히 많이 왔다. 하지만 이 과외 싸이트는 수많은 교사들이 있다. 요청서가 들어오면 보통 7~8명 이상이 견적서를 보내는 시스템이다.


그러다 보니 처음 과외상담을 하러 가면 “다른 선생님에게도 수업을 받아보고 결정하겠다.” 라는 분들도 많았다. 처음에는 마음이 안 좋았지만 반복되니 익숙해졌다. 그래서 무조건 시범 수업비를 받는 조건으로 간다. 아니라면 평균 30여분이 되는 거리를 운전까지 해서 갈 이유가 없으니.

한 분이 이 주정도 전에 연락이 왔다. 이런 경우는 일단 제쳐놓는다. 왜냐면 과외가 시작되는 시점은 이렇게 길지가 않다. 보통 일주일내로 연락이 오가고 수업을 결정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무지막지하게 급한 성격 알지 않는가? 하루 이틀 내로 답변을 안하면 다른 선생님을 찾는 분위기다. 아마도 월말에 다른 학원을 정리하고 새로운 과외를 찾는 분들이 많아서인지 내 수업은 마지막 주에 거의 다 찼다. 정신을 못 차릴 정도로 전화를 받고 수업을 하면서 선착순으로 채웠다.


그런데 이주 전 전화를 한 분이 연락이 온 것이다. 사실 큰 기대를 하지 않고 있었다. 그래서 일단 만나보려고 간 것이다. 이 분이 요구하는 조건은 그다지 탐탁치 않았다. 많은 사람들을 만나다 보면 이 사람은 인연이 아니며 이 일은 오래가지 못할 거라는 촉이 오지 않는가?


게다가 요일이 맞지 않았다. 그래서 미안한 마음에 주말이라도 하겠다고 했으나 주말은 할 수가 없다 하여 죄송하다는 말을 거듭하고 돌아왔다.

그 이후 이 분은 수업비를 송금하지 않았다. 나는 메시지로 요구를 했고 이분은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면서 수업비를 절충해달라고 했다. 30분이나 운전을 하고 한 시간을 수업을 했는데 나 역시 불쾌해졌다.


하아, 여기서 합의를 보고 끝냈어야 했는데 뒤늦은 후회가 밀려온다. 돈 문제는 민감하다. 이미 명시를 하고 갔고 이런 일은 없기에 따박따박 반박하였고 이 분은 송금을 마쳤다.


그리고 나서 내 프로필에 약속을 어긴 사람이라니, 시간을 채우지 않았는데 돈을 절충하지 않았다느니, 과외를 의뢰하시는 분들이 바로 결정을 하지 않는 분이라니(내 입으로 이 상황을 설명하기 위해 친절하게 알려줬다), 이런 분과 수업 하시겠음? 이렇게 빈정거리며 십대나 쓸만한 어투로 내 프로필에 1점인지 평점을 남기고, 댓글을 달아놓으신 거다.


격분하였다. 당장 글을 지우라 심호흡을 가다듬으면서 메시지를 보냈다. 하지만 이분은 절대 나를 응징하고야 말겠다는 뜻을 거두지 않았고 우리는 번갈아 이 00싸이트에 전화를 해대며 정당성을 인정받고자 했다. 결국 댓글은 함부로 지울 수 없다는 무논리로 완패하였다.

하지만 일주일이 가깝게 분노의 화신이 되어 부르르 떨며 초죽음이 되어가는 내 자신을 보고 결정했다. “그래, 그만두자. 계정탈퇴를 하는 거다.”이 계정탈퇴라는 개념을 생각지도 못했다.


살면서 이런 일은 처음이었기에 이 옳지 않은 댓글을 어떻게든 지워야 겠다는 생각밖에는 없어서 뜻대로 되지 않아 돌아버릴 지경이었다. 왜냐? 이 프로필은 내 견적서와 함께 새로운 분에게 계속 보내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평점은 필요없다. 문의는 차고 넘친다. 앞으로 새로운 프로필에는 정중히 평점이나 댓글은 남기지 말아 달라고 부탁을 할 예정이다. (백에 하나 정신 나간 인간은 그래도 할 것이나)


예전에는 연예인들이 본인의 sns에 나온 댓글을 보고 자살을 하고 하는 걸 이해하지 못했다. “그까짓 수준미달에, 초등학생도 안 쓸, 기도 안 차는 댓글은 안 보면 되지 않나.” 이렇게 가볍게 생각을 했던 것 같다.


허나 무시할 수가 없고 그 싸이트를 어떤 이유든 반드시 운영을 해야 한다면 문제는 달라진다. 이번 사건을 겪고 나니 이 문제가 어마무시하게 심각한 일임을 알게 되었다. 한 사람의 의견으로 마치 그것이 기정 사실인양 몰아가는 분위기, 두고 두고 남아 있는 댓글, 볼 때마다 끓어오르는 화로 인해 정신이 피폐해져 가는 걸 느꼈다.


정상적으로 살기 위해서는 당장 이 끓어오르는 분노의 용광로를 벗어나야만 한다!


한편으로 생각하면 이 문제의 발단은 과욕이었다. 이 분의 제안을 거절했어야 하는데 적당한 때에 하지 않고 좀 더 욕심을 부렸던 것 같다. 이미 차고 넘치는 수업이었는데, 나쁜 의도는 아니었지만 진즉에 접었어야 했다. 자, 이제 마음도 내려놓아야 할 때이다.


주변에 보면 엽기적인 사건들이 단 하나의 사소하기 이를데 없는 분노에서 시작되는 걸 볼 수 있다. 어째 저런 일로 사람을 죽일 수가 있을까 싶은 일들의 발단은 ‘화’ 이다.


그러니 우리 모두 목숨을 부지하고 건강하기 살기 위해서는 자기 마음을 잘 다스려야 한다. 결국은 마음속의 불덩이를 품고 활활 타오르는 것은 자기 자신일 뿐이니.


또한 글의 힘은 강하다. 어쩌면 말보다 글은 더 오래 남으며 지울 수가 없는 것이다. 그러니 조심하고 자중해야겠다.


이 벚꽃이 만개하는 절정의 봄날, 분노를 내려놓고 슬렁슬렁 꽃 구경이나 하면서 마음을 다스리려 한다. 이미 마음을 접고 내려놓은 순간 핑크빛 평화가 스며들고 있다.

평화를 위해 진정하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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