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 주는 위안

인정해야 하나

by 사각사각

돈이 주는 위안은 꽤 크다.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인정해야 하는 순간이 있다. 이상주의자도 지엄하신 돈 앞에서는 현실 주의자의 세상에 한걸음 발을 옮겨놓을 수 있다.

치사하고 더러운 돈이지만 누구나 마다할 수는 없는 순간이 있는 것이다. 돈이 여유로운 상태라면 거절할 수도 있다. 하지만 돈이 궁하고 쫒기는 때라면 머리를 숙이고 '어서 오십쇼' 하며 반길 수 밖에 없다.


어쨌거나 돈 때문에 마음의 짐은 한결 덜어졌다. 돈은 여유를 준다. 원하는 일을 하면서 놀 수 있는 여유. 여유자적하고 그림이나 그릴 수 있는 우아함과 고상함을 유지시켜준다. 감사하다. 돈에게.


그동안 무소유를 그리 부르짖었건만 무색하다. 하지만 너무도 시의 적절한 때에 들어온 돈. 고맙기만 하다.

'돈아 너를 열렬히 사랑하지는 않지만 친구처럼 있는 듯 없는 듯 잔잔하게 영원히 우리 함께 가자. 언제까지고 마르고 닳지 않고 내 삶에 숨통을 틔워주렴.'


당분간 여유를 즐기며 그림을 그릴 수 있다니 돈에게 감사하다. 하지만 언제고 흔적도 남기지 않고 훌쩍 떠나는 친구이니 마음을 단단히 하여 아끼고 또 부단히 벌어야겠다. 건강이 허락하는 한. 몸이 완전히 가기 전에 돌보아 주는 것이 돈보다 우선이다. 아니면 한방에 통장에 고이 모셔둔 알량한 돈을 남기고 저 세상으로 갈 수 있음을 명심하자.


돈에 대한 소회. 버릴 수도 반길 수도 없는 애매모호한 친구.

자존심을 지키게 해주는 이.

그림을 그릴 수 있게 해주는 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