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자 유감

문자에 대한 예의

by 사각사각

문자로 부정적인 일을 전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누누이 주장하는 바이다. 워낙에 문자를 자주 보내는 세태이다 보니 문자 사용이 익숙하기는 하다. 하지만 난데없이 하늘에서 돌 하나가 날아와 마음에 쿵 떨어지는 것 같은 부정적인 내용의 문자를 보면 답답해진다.

그래서 문자에 대한 소회를 적어보고자 한다.


1. 문자로는 감정 전달이 어렵다.


문자를 보낼 때 대부분 ' ^^, ^^; tt' 이런 기호라던가 이모티콘을 함께 덧붙이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이유는 문자로는 전달되지 않는 감정을 어떻게 해서든 끌어내어 눈으로 보여주기 위해서다. 나 역시도 문자를 길게 쓰지 않기 때문에 혹시라도 상대방의 기분을 상하게 할까 싶어서 ^^ 을 남발하는 편이다. 마음속으로는 그럴 상황이 아닌데 왜 계속 실없이 웃는 건가 싶어도 예의상 쓴다. 다소 불편한 내용이 오가는 데 기분이 불쾌한 것이 들킬까 하는 우려에 억지로 문장 끝마다 ^^ 을 짜낸다.


이럴 때는 실제의 감정을 들키지 않았으니 문자가 고맙고 다행스럽기도 하다. 때로는 반대로 문장 끝마다 ^^ 를 제외하여 불편함을 은근히 소심하게 보여줄 때도 있다. 혹시 자기만족일 뿐 상대방에게는 안 느껴지나?


제발~ 글을 잘 쓰니 문자로도 감정 전달이 충분할 거라는 자만을 버리자. 우리는 대화를 할 때 타인이 보여주는 얼굴 표정이라던가 제스처 등으로 문맥을 이해하는 경우가 많다고 들었다.(음성언어 30%, 그 외의 요소들 70%라던가)


2. 장문의 문자 좀 자제하자.


가끔씩 문자로 A4 반 페이지 정도는 족히 될만한 문자를 보내는 이들이 있다. 하아, 읽기도 전에 한숨이 나온다. 이 정도로 전달할 내용이 많으면 전화를 해야 마땅한 거 아닌가? 그나마 내용이 긍정적이라던가 내 미모를 찬양한다던가 하면 그건 참을 수 있고 괜찮을 것 같다. A4 두 페이지까지 써도 된다.


하지만 불편한 상황에서 서로의 기분을 잡치게 되는 화제를 올려놓은 경우에 길고도 긴 장편 소설 같은 문자를 보면 다 읽지 않게 된다. 혹은 별로 중요치 않게 생각되는 일을 핵심만 보내지 왜 이리 늘어놓는가 싶은 경우라던가.


대체 문자를 이렇게 길게 쓰는 사람은 노안이 아직 안 온건가 아니면 혹은 그 어마 무시한 길이로 보아 컴퓨터로 작성하고 복사 붙이기를 하는 건가 진심으로 궁금해진다. 이토록 긴 문자를 정성 들여 한 자 한 자 다 읽는 이가 과연 있을까? 대충 파일을 스크롤하듯 읽어 내려가면서 처음에 발 끝에 있던 손톱만 하던 화가 머리끝까지 분출되어 올라간다.


여기에서 문자질을 멈추고 통화를 했더라면 문자로 서로 공방을 벌이다가 결국에는 조용히 손절까지는 가지 않을 것 같다. 대목에서는 오기로 전화를 하지 않은 자기반성을 포함해야 할 것 같다.


3. 웃는 얼굴에 침 못 뱉는다. (요즘 세상에는 뱉을 수도 있으려나?)


인간은 만나서 이야기하는 게 가장 의사 전달이 확실하다. 전화로도 비이성적인 상태에서는 의사가 잘 전달이 안될 때가 있다. 서로 감정이 격앙되면서 오디오가 겹치고 결국은 대화의 파국을 맞이할 때도 다. 하지만 만날 수가 없다면 그나마 문자보다는 전화가 낫다고 본다. 정말 미안함을 표시해야 한다거나 컴플레인 등을 해야 할 때에는 전화통화로 하는 게 예의가 아닐까.


그리고 또 다른 한 가지는 직접적으로 당사자에게 전달하는 게 다른 삼자를 통해 전해 듣는 것보다는 훨씬 낫고 분명하다. 제삼자에게 컴플레인을 전해 들으면 기분은 더 상하고 오해는 증폭되게 마련이다. 결국 전해질 건의 사항을 제삼자를 통해서 말하면 마음이 한결 편한가? 스스로도 이런 경우를 당하여 두 배로 기분 상하는 경험을 한 적이 살면서 한 번도 없었는가?


나날이 문자를 주고받는 게 더 일상이 되어 가고 있다. 청소년들이 평균적으로 하루에 문자를 백 통 이상 쓴다는 기사를 본 적도 있다. 그러니 문자는 이 시대에 피해 갈 수 없는 문명의 이기일 것이다. 바쁜 세상에 전화를 하여 상대방에게 불편을 주는 것보다는 백번 나은 경우도 많다.


하지만 문장 몇 줄로는 도저히 전달하기가 어려운 내용이라면, 게다가 그 내용이 긍정적인 게 아니라면 문자는 절대 피해야 하는 도구임이 확실하다. 우리 모두 건강한 문자 생활을 하여 물 흐르듯 소통하길 바라며 적어본다.

그림으로 모든 화를 승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