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 선생님이 입원을 하시게 되었다. 마지막으로 화실을 당분간 정리하시는 선생님을 만나서 여러 조언을 듣고 왔다. 그림 그리기에 푹 빠진 현재 상태에서는 매우 애석한 일이다.
게다가 이 병은 심각한 것이어서 어떻게 위로를 드려야 할지 모르겠다. 빨리 나으시고 돌아오시라는 말 밖에는. 단지 한달 여의 기간 동안 알아온 사이인데 어디까지 친밀함을 드러내야 적정한지 애매했다.
선생님께 들은 조언을 바탕으로 캔버스에 이런 저런 그림을 시도해 보려고 한다. 첫 캔버스 그림도 가져와서 조금 수정해 봤다. 이 그림은 스케치 정도만 했고 선생님이 슥슥 대부분 수정하며 지도해 주신거라 내 그림이라기엔 머쓱하다. 책상 위에 올려 놓으니 뿌듯하고 색감도 마음에 들어 오고 가며 계속 힐끔거리게 된다.
제목: 꽃이나 따고 싶다그림을 그리면서 유투브에서 미술에 대한 채널을 찾아서 검색하게 되었다. 현대의 작가로는 데이빗 호크니 라는 분이 유명하다. 이 분의 아래 수영장 그림이 천억대로 판매되었다고 한다. 하아, 이 분은 아직도 팔십이 넘으셨지만 왕성하게 활동하며 생존해 계신데 그림을 판매하여 받은 돈으로는 무얼 하고 계실까? (LA에 수영장이 있는 집을 사서 연인과 여유롭게 지내며 날마다 수영장만 그리고 있는 것 같다. 부러워라!)
천억 대의 재산이 있다면 더 이상 그림을 판매할 이유가 없겠는데. 이 정도라면 딱 하나만 그리고 은퇴해도 되겠다는 택도 없는 부러움이 생긴다. 이래저래 놀 궁리만 하는 편.
사실은 이 분의 그림의 매력이 무엇인지 아무리 들여다봐도 모르겠다. 개인적으로는 선호하지 않는 스타일이다. 각진 네모난 건물에 수영장 그리고 뭐하는 지 모르겠는 사람이 멀뚱이 서서 구경을 하고 있을 뿐인데 여기서 무슨 감동을 느껴야 하는 건가? 채도가 낮은 현대적인 단순한 건물에 물만 살아있는 듯 생동감이 넘쳐서 수영장 그림이 유명하다고 한다. 이 분이 물을 표현해 내는 데만 이 주씩 걸린다 하고. 요즘 잘 나가는 분이니 모사를 하여 따라서 그려는 봐야겠다.
부러운 분하나의 사실은 새로운 그림의 학파는 처음에는 늘 환영받지 못했다는 점이다. 수련을 그린 모네 같은 분이 속한 인상파도 처음에 등장했을 때는 "뭐, 저렇게 형태가 희미한 미완성 같은 작품을 그리냐?"는 혹평을 들었다. 순간의 인상을 잡아내서 그린 그림 보다는 사실적으로 살아있는 것 처럼 정확하게 그려내는 스타일이 대세였던 시대였기 때문이다. 그러니 백억 대 작가가 되려면 시대를 앞서가는 자기 만의 스타일을 개발해내야 한다.
자기 만의 시각으로 새로운 스타일을 완성해내는 작가의 그림이 후대에 대대로 전해지는 훌륭한 그림이 된다. 시대가 좋아져서 호크니 같은 분은 생존해 계셔도 위대한 작가로 인정을 받고 계신다. 많은 작가들이 고흐 처럼 그림 한 장 판매하지 못하고 가난하게 살다가 비참한 최후를 맞이했는데. 현대에는 독특한 개성과 뛰어난 재능이 있을 시에는 홍보만 잘하면 성공하는 것 같기도 하다.
아크릴화의 매력은 그림 위에 새롭게 덧칠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그림을 그린 후 마음에 들지 않거나 새 캔버스를 사고 싶지 않으면 그 위에 새로운 그림을 올리면 된다.
우리의 매일의 삶도 이와 비슷하지 않을까? 날마다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일을 하면서 어제와 다른 색을 입혀간다.
어제의 그림이 못마땅하다면 새로운 색을 얹어서 시도를 해보면 또 다른 그림이 그려지게 될 것이다.
그림을 그리는 또 하나의 장점은 세상의 아름다움을 더 자세히 들여다보게 되는 것이다. 나무 잎 하나도 빛을 받은 곳과 어두운 곳의 색감이 달라지는 걸 주의 깊게 관찰해야 한다. 어떻게 저 색감을 표현해 낼까 궁리를 하면서 세상을 바라보는 즐거움이 더 커진다. 단지 사물 뿐 아니라 사람에게서도 어두운 면 보다는 아름다움을 발견해내길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