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일기 - 보라카이 탈출기 5

by 사각사각

월요일 아침..함께 동고동락 했던 분들이 다른 여행사를 통해서 오셨기 때문에 먼저 다른 루트로 집에 가게 되셨다.


그동안 도시락도 먹고 여행도 다니고 하면서 꽤 즐거웠기 때문에 그분들이 떠나고 호텔방에 덜렁 남게 되니 너무 슬펐다. 아니, 서서히 미춰가고 있었다.


남편은 당시 백수(?)생활 중이셔서 아주 평소와 같이 여유자적하시면서 꿀잠을 즐기셨고 얼른 학교로 돌아가 이 모든 사태를 해결해야 하는 나는 미쳐 버릴 것 같았다.


모든 인맥을 동원하여 조선 일보에 다니는 아는 동생분을 거론하며 여행사에 분노의 폭풍 전화질(?)을 하기 시작했다. "당장 보내 주지 않으면 신문 기사에 나올 것이다." 라며 엄포을 놓으면서.


여행사는 우리에게 다시 세부로 가는 국내선 티켓을 끊으라고 하였다.(우리 필리핀 전국 일주 중?) 왜냐하면 마침 그 때 전날 대항항공의 선전(?)을 본 아시아나 항공사께서 우리를 구하러 세부로 오시기 때문이었다.


그야 말로 여기저기 한국인 여행객들이 울고불고 하고 계셨던 것이었다.(마치 필리핀 천국에서 지옥을 경험하는 기분이랄까? 아니면 집으로 가는 길?영화 시나리오 한 편도 쓸 수 있을 것 같다. 코믹버전으로)


나는 여행사에 국내선 티켓을 내놓으라 하고 (절대 한푼도 더 쓸수는 없었다) 결국 나의 ㅇ랄ㅇ랄(?)로 표를 받아 낸 우리는 다시 세부로 향한다.


세부에서 인천을 알리는 전광판에 글자가 떴을 때 얼마나 눈물나게 기뻤는 지. 우리는 활주로에 있는 비행기까지 대열을 이루며 걸어갔다. (이 와중에도 사진을 찍었음 ) 비행기에 타고 나서 눈물을 찔끔 흘렸다. 장장 나흘에 걸친 길고 긴 여정을 통해 집에 가게 된 것이다.(남편은 우는 나의 사진을 재밌다며 찍고 아주 신이 났다)


그리고 그 이후에 우리는 보상비로 일 인당 25만원을 받았다. 내가 학교 출근 한 후 교감실에 끌려 가서 폭풍 욕을 먹고 사유서 쓰고 무단 결근(?)당한 거 치고는 너무 보상이 적었다.


그 후 사람들이 ㅇㅇ버에서 결집해서 방송에 인터뷰도 나가고 했는 데 이 노무 항공사는 아직 건재하게 영업중 이다. 아직도 여전히 뉴스에 비행기 연착으로 종종 등장하고 있는 데도 말이다.


내가 그 당시 조사(?)한 바로는 사장이 한국인이라던데 대체 무슨 빽을 가진 인간인지 궁금하다.


이렇게 파란만장한 보라카이 여행기는 끝났지만 그 곳의 눈부시게 아름다웠던 바다는 잊을 수가 없다.


또 가보고 싶다.(너 아직 정신 못차렸구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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