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지역으로 전세를 구하러 갔다. 주차가 확실하게 된다는 빌라에 들어섰다. 집은 지하철역이 근처에 있고 항상 차가 붐비는 고가대로변 황량한 곳에 우두커니 서 있었다. 쌩쌩 지나가는 차량 행렬을 보니 집안으로 들어가고 싶은 마음이 사라졌다. 나는 누구 여긴 어디던가. 여기에서 과연 24시간 계속되는 차 소리 때문에 잠을 이룰 수 있을까?
게다가 위치가 정말 이상야릇한 곳에 있었다. 자기 집이 아니라면 전혀 발길도 닿지 않을 만한 곳에. 주변에 구멍가게나 아무런 편의시설도 보이지 않았다. 그래도 이왕 왔으니 집안에 들어가기는 했는 데 아무래도 도심 속에 고립된 외딴 섬같아서 마음이 가질 않았다.
부동산 아저씨와 어색하게 헤어진 후 ㅇ방 앱을 켜서 다음 찜해둔 집을 검색해봤다. 부동산마다 매물이 한 두개 밖에 없어서 부동산 순례를 해야 몇 집 구경을 할 수 있었다. 상당히 불친절하신 부동산 아저씨가 나와서 이층인가의 방을 하나 보여 주었다. 한 5평이나 될까 싶은 방이었고 극도로 작았다. 부엌이나 베란다가 분리되지 않은 집. 창문을 여니 건너편 집이 훤히 들여다 보일 지경이다. 하, 왠만해서는 창문은 열지 못하겠네.
내친 김에 세번째 부동산 아저씨와 연락하여 다음 집으로 향했다. 시간이 났으니 오늘 이 지역을 휘리릭 다 섭렵해보자. 건물의 외관은 연노란색이고 밖에는 꽃 화분이 장식된 예쁜 집이었는 데 집에 들어가보니 남자가 사는 집이 분명하였다. 좁은 방안에 운동기구며 신발이며 물건들이 꽉 들어차 있고 첫눈에 보기에도 구석구석 더러웠다. 미안하지만 다른 표현을 할 수가 없었다. 그냥 보고 싶지 않을만큼 더러웠다. 저 짐을 다 빼고 위탁 청소를 싹 하지 않고서야 집이 나갈 것 같지 않다!
휴우, 이쯤하여 다시 마음을 가다듬고 새로운 지역으로 진출하려고 검색을 했다. 대학가 옆에 원룸촌이 꽤 크게 자리잡고 있었다. 시간차로 두 군데 부동산에서 전화가 빗발쳤다. 먼저 연락된 곳에 가 보니 전세 6천 이었는데 비교적 넓직하고 괜찮아보였다. 근저당이 2억 설정되 있다고 하나 집 주인분이 건물을 몇 채나 소유한 부자라고 한다. 주변환경도 한적하고 마음이 꽤 끌리는 집이었다.
그리고 다섯번째 부동산에 방문했다. 이 분이 소개한 장소는 집이라기 보다는 사무실에 가까웠다. 방은 그럭저럭 괜찮으나 화장실이 심히 작아서 마음에 걸렸다. 여기에 들어가면 공간이 내 몸 하나로 꽉 찰 것만 같다. 폐소 공포증이 도질 것 같아서 패스.
이 아저씨는 꽤 오래 지도와 사진 자료를 보여주며 점점이 분포되어 있는 주변 원룸 및 오피스텔에 대해서 브리핑을 시작하셨다. 폭풍처럼 휘몰아친 동네 순례에 지친 나머지 당을 보충하기 위해 탁자 위의 사탕을 하나 까먹으며 열심히 들었다. 오피스텔은 월세 50정도이고 주차는 확실하다 하지만 아직 매물은 없으니 다시 연락하라 등등. 발품을 줄여줄 꽤 유용한 정보를 듣고 돌아왔다.
마음은 이전의 전세 6천에 더 쏠렸다. 집주인분께 주차 자리 하나는 비워 주십사 부탁을 했고 어느 정도 확답은 들었다. 근처에 지하 주차장이 구비되어 있다는 다른 한 집만 더 보고 결정하련다. 지금 살고 있는 집의 월세도 빼야 하니 집에 와서 청소를 부리나케 시작했다. 이 꼴을 타인에게 보여줄 순 없다! 으샤으샤. 필요 없는 물건은 다 버리리라. 한 보름 후에는 이사를 가야 할 수도 있기 때문에. 헉헉.
에너지를.보충할 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