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탕과 욕심

마라탕 중독자의 깨달음

by 사각사각

요즘 내 최애 음식은 단언코 마라탕이다. 저녁은 거의 밖에서 사먹게 되었다. 그러던 중 우연히 만나게 된 마라탕에 완전히 중독이 됐다. 이상스럽게도 중년 아저씨들이나 좋아할 것 같은 마라탕이 청소년들에게 매우 인기가 많다. 마라탕 집에 가면 중,고생들이 항상 바글바글한 걸 보면. 네 컷 스티커 사진과 마라탕이 현대의 청소년에게 대세다.


마라탕의 매력은 무엇일까? 마라탕은 톡 쏘는 매운 맛이 있지만 목으로 넘어가는 순간 매운 맛은 순식간에 사라진다. 매운 음식을 좋아하지 않는데도 자꾸만 끌린다. 쌀쌀하고 추운 날씨에 마라탕 한 그릇이면 온몸이 훈훈하게 달궈지기 때문인가. 그냥 따질 것 없이 한 마디로 맛있다구.


다시 마라탕 이야기로 돌아와서 그리하여 일주일에 한 두번은 정기적으로 마라탕을 먹게 되었다. 가는 지역마다 매의 눈으로 방문할 마라탕 집을 정해뒀다.


마라탕은 커다란 보울에 자기가 먹고 싶은 재료를 골라 넣는다. 그런데 문제는 이 재료라는 게 진정 가지각색 다양하다는 거다. 아마 대충 삼십 가지는 될 것 같다.


마라탕을 먹을 생각에 군침이 돌아, 한껏 고무된 인간은 재료를 하나하나 쓸어넣기 넣기 시작한다. 기호에 맞춰 옥수수면, 찹쌀면(?) 얇은 면, 굵은 면, 청경채도 잊으면 안 되지. 건강을 위해 각종 버섯과 숙주, 사랑하는 어묵 잔뜩, 꼬치도 두어 개 넣고, 소고기도 추가할까? 이렇게 하다보면 두둥, 커다란 세수대야 만한 그릇이 등장한다. (원래 통이 큰 인간이다)


눈 깜짝 할 새에 13,000원이 결재되고 앞에는 인분 같은 인분의 마라탕이 놓이게 되는 것이다. 미련한 인간은 몇 번이나 다 먹기도 힘든 양의 거대한 마라탕 그릇을 받았다. 이렇게 많이 골랐지? 알다가도 모르겠지만 아까우니 억지로 다 먹어보려 노력하고, 나중에는 배불러 죽겠다한다.


마침내 어느날 번뜩 깨달음이 왔다. 재료를 덜어내야 한다. 면도 조금, 야채도 조금, 찔금찔끔, 버섯은 한 가지만, 이렇게 해야 7,500원 정도의 딱 알맞은 양의, 아름다운 사이즈의 마라탕을 마주할 수 있다.


돈도 절약하고 다이어트도 하려면 욕심을 줄이는 것이 최선이다. 인생에서 짊어진 많은 걱정과 번민도 조금씩 덜어내자. 이제라도 이런 깨달음을 얻게 되어 참 다행이구나. 하지만 후식으로 달달한 케익이 땡기는 건 어쩔 수 없는 사실이다. 먹으라. 인생 뭐 있나. 먹고 죽은 놈이 때깔도 좋다더라.

세수대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