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 한파가 몰려와서 연일 기온이 영하 10도를 훌쩍 오르내리고 있다. 하지만 나는 집에서 반팔의 짧은 원피스만 입는다. 왜냐? 방안이 후끈후끈 덥기 때문이다.
나의 방은 부엌이 분리된 원룸 구조이다. 방과 부엌 사이에 베란다 창문 같은 큰 유리문이 있다. 크기는 7~8평이 된다. 보통 집에서 큰 방 하나 정도. 난방을 잠시 껐을 때 현재 방안 온도는 18~19도 사이다. 약간 쌀쌀한 느낌이 들면 보일러를 1~2도 높여서 가동한다.
며칠 전 보일러가 한번 고장이 난 적이 있었다. 한밤에 자다가 차가운 방바닥의 기운에 놀라 깨서 화가 났지만 반나절만에 수리가 완료됐다. 우리나라는 참 어디든 서비스 정신이 투철한 나라다!
보일러가 제대로 가동이 될 때는 현재 온도의 1도만 높여도 방 바닥은 따땃하게 달아오른다.
조금 더 올려볼까? 1도를 더 올리고 잠이 들면 방바닥이 뜨거워서 잠이 들었다가도 일어나서 온도를 내려야 한다. 활동을 하고 책상에 앉으면 더워서 창문을 살짝 열어 환기를 해야하고.
보일러가 마치 장작불을 땐 것처럼 심하게 방바닥을 달구는 것 같긴 하다. 그래도 그 유명한 귀ooo 거꾸로 타는 보일러이니 불량품은 아닐게다.
삭신이 쑤시는 날, 뭐 거의 매일, 이 찜질방처럼 뜨끈한 방바닥에 누워있으면 정말 행복하다. 옛날 어린 시절에 살던 단독주택의 아랫목과 비슷한 느낌이랄까.그 당시에는 연탄보일러였는데.
옛집은 방바닥만 뜨겁고 공기가 시베리아 벌판처럼 차가워서 묵직한 솜이불을 얼굴까지 끌어올리고 잤던 기억이 난다. 등은 뜨거운 데 코는 시려온다.
이불은 요즘의 가볍고 폭신한 이불이 아니고 한뼘은 되게 두껍고 무거웠었지.그 이불 겉에는 하연 색 면으로 호청이라는 게 있어서 이것만 뜯어서 세탁하고 다시 꿰맨다.
할머니가 방안 가득 이불을 펴고 이 호청을 커다란 바늘을 능숙하게 움직이며 바느질하시는 걸 신기하게 바라봤었다. 잔치를 하는 것 같은 떠들썩한 날의 풍경. 이불을 방안 가득 펼쳐놓고 노는 놀이인건가.
응답하라 19××. 정말 옛날에는 집안일이 끝도 없었겠다. 그나마 시대를 잘 타고나서 망정이지 게을러서 소박 맞을 뻔 했다.
가끔 이 방에 누워있으면 나중에 돈이 생겨도 계속 원룸에서 살까 하는 생각이 든다. 혼자 살기에 이 정도면 적당한 공간이고 네 달은 넘는 겨울을 이렇게 뜨겁게 보낼 수 있다니 이 무슨 호사인가. 이 집은 삼층 짜리 다세대 건물인데 13억인가 한다고 들었다.
'집주인분이여, 이 방 딱 한칸만 나에게 매매하시면 안될깝쇼'(집이 추워서 걱정이시면 원룸을 구하시라!하하, 속 편한 소리하고 있다)
먼 훗날에도 독수공방하는 자의 겨울을 덥혀주던 이 방의 뜨거움은 잊지 못하리.
제 전자책을 한번 봐 주시기 바랍니다. 좋아요와 별점은 후하게 부탁드려요. 정겨운 댓글도 부탁드립니다. 따뜻한 겨울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