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집과 친해지기

잘 지내보자

by 사각사각

이사온 첫날, 역시나 잠이 쉽사리 깼다. 수면 생활이 불규칙해진지는 꽤 되었다. 잠이 들었다가도 두세시간이 지나면 눈이 번쩍 떠지며 정신이 완전히 깨어난다.


그리 애정해 마지않던 커피도 거의 끊었다. 하지만 불규칙한 수면 패턴에는 별 변화가 없었다. 그래서 생각해 낸 방법은 '잠이 오지 않으면 벌떡 일어나기' 이다. 자는 중에 깨어났다가도 반 수면 상태이면 다시 스르르 잠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아무리 애를 써도 다시 잠들 수가 없다면 순순히 일어나는 게 상책이다.


일어나서 책도 읽고 이것저것 하면서 두 세시간 보내면 다시 잠들게 마련이다. 그렇게 새벽에 일어나서 튀김 우동을 하나 먹고 잠이 들었는 데 아침이 되니 다세대 주민들이 하나 둘 깨어나기 시작하는 소리가 들렸다. 아침 여섯시경인가 첫 번째 외출하는 주민이 문소리도 요란하게 나섰다. 그 후에도 계속되는 문이 부서져라 꽝 닫히는 소리. 아, 다시 잠들기는 글러 먹었다.


'그래, 그럼 일어나야지.' 다행히도 출근을 하지 않으니 오전 시간 내내 자다 깨다 해도 큰 상관은 없다. 간단하게 준비를 하고 운동을 할 차림새로 나섰다. 집 근처에 운동 기구 몇 개가 놓여 있는 공원이 보인다. 익숙한 기구들 몇 개에 올라서 힘차게 하루를 시작해본다.


이 동네는 대학가이다. 그래서 문이 부서져라 닫고 등교하는 에너지가 넘치는 학생들이 다수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오랫만에 이 학교를 잠시 탐방해볼까나. 학교로 들어서니 경사가 상당한 오르막길이 펼쳐진다. 이 정도면 딱히 등산을 하지 않아도 등반 효과가 날 것 같다. 이른 시간이라 학생들도 거의 없어서 힘차게 등반에 나섰다.


한 시간 여 걷기 운동을 한 후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작은 공터에 피어난 보라빛 나팔꽃, 알록달록 예쁜 백일홍, 노란 빛깔의 호박꽃, 자주빛 콩깍지 같은 걸 애정어린 눈으로 유심히 들여다본다. 동네 한켠에서 고양이들을 불러모아 다정하게 밥을 챙겨주는 캣 맘이 아니고 캣 대디도 있었다. 고양이를 좋아하는 자로서 언젠가 나도 슬쩍 끼어들어 참견해보고 싶은 생각이 든다. 동네를 슬슬 걸으며 익숙한 듯 새로운 풍경을 눈에 찬찬히 담는다.

"우리 잘 지내보자."

맑은 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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