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글은 화목한 설날에 어울리지 않게 상당히 불경스러운 수 있다. 다만 나는 솔직한 글이 좋다. 한 사람에게는 다양한 모습이 있고 늘 옳거나 바르지 않고 화가 나거나 잘못을 할 때도 있는 것이다. 그러니 신이 우리를 용서한 것처럼 우리가 서로를 용서해야 할 테고.
얼마 전 어머니와 전화로 설전을 벌였다. 주된 내용은 나는 아버지가 남기고 가신 상속분의 일부를 받고 싶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1.5, 1, 1중의 1인 내 몫을 이제 간절하게 받고 싶다. 아버지는 이미 17년 전에 돌아가셨고 난 젊었기에 지금까지는 상속 재산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없으나 지금은 필요하다.
이제 나도 오십이 다 되어가니 몸이 여기저기 힘들어졌다. 건강이 썩 좋지 않고 일을 상당 부분 내려놓고 싶은마음이다. 게다가 올해 받은 성인병이 난무하는 건강 검진 결과지는 내 의지를 더 꺾어놓았다. 그래서 상속분을 받고 조금 쉬려 했으나 아시다시피 부동산이다 보니 쉽게 정리가 될 상황이 아니었다.
난 이제 경험으로 인한 공감능력을 더 키워서 다른 사람들이 부모님의 사망 후에 재산 싸움이 나는 것도 이해 및 공감하겠다. 가족이라도 돈 앞에서 사람들은 이성을 잃고 자기에게 유리한 주장을 펼칠 수 있다. 한 푼이라도 더 받겠다면서. 왜냐?돈은 일하지 않을 자유를 주기 때문이다.
난 한 가지 일에 꽂히면 거기에 엄청 집중을 하는 경향이 있다. 우리는 각자의 입장에서 첨예하게 대립하였고 그 와중에 의도치 않게 서로에게 상처가 되는 말들도 오갔다.
어느 날 어머니와의 통화 내용이다. 엄마는 내가 상속을 주장하는 것이 화가 나시는 것 같았고 난 당연한 권리로 여겼다.
엄마 왈 "네가 상속을 얘기하는 건 나에게 빨리 죽으라는 거야."
왜일까? 전부를 달라는 게 아니고 단지 내 몫만을 분리해서 달라는 것인데. 누가 죽고 말고 할 일이 아니지 않은가? 지금 상태로는 내 목숨도 간당간당한데. 분노와억울함에 가득 차 올랐다.
"난 팔십까지 살려면 아직 삼 십 년이 남았어요. 그런데 내가 엄마의 장수를 걱정할 시점인가요?"
부당하다는 생각에 흥분하여 따박따박 반박하였다. 그렇게 통화가 끝나고 그 후에는 냉랭한 기류가 흐르고 있다. 엄마는 내 생일날 금일봉을 보내셨으니 화가 풀리신 것 같기는 하다. 나 혼자 삐져 있는지도. 원래도 다정다감함이 넘치고 연락을 자주 하는 편은 아니었으나 이런 연유로 설에도 집에 가지 않았다.
이 불이 나는 감정을 추스르고 싶을 뿐이다. 어차피 똑같이 반복되는 지겨운 각자의 입장차를 울화가 치밀어서 다시 꺼내기가 싫다. 그런데 아직 이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했으니 성급하게 말이 나올 수 밖에 없다.
시간은 흐르고 어떻게든 해결은 될 것이다. 다만 사람은 나름의 생존본능과 가치관으로 현재의 상황을 판단한다. 아무리 가족이라고 해도 서로 의견이 전혀 다를 수가 있다. 이성적인대화로 혹은 법적으로 풀어내는 수밖에는. 가족이고 혈육이니 서로를 위하는 마음은 기저에 깔려 있기에. 하지만 돈 앞에서는 그마저도 의심이 들 수 밖에 없다.
여기에는 나의 독특한 장수관(?)도 한몫했다. 난 사실 팔십이면 인간이 살기에 충분한 나이가 아닌가 라는 생각을 늘 하고 있다. 주변에 심심치 않게 치매 환자 이야기도 들려오고 편안하고존엄한 죽음에 대해서도 깊이 고심하는 편이다. 그래서인지 장수에 매달리는 모습에 그다지 찬성하지 않는다. 그걸 눈치 없이 내 어머니에게도 적용한다는 게 문제이지만.
하지만 인간이 자만하지 말아야 할 것이 아직 팔십을겪어보지 못했다는 점이다. 그 나이에 혹시라도 내가 예상한 것보다 건강하여 장수를 꿈꿀 수도 있으니 그 장수를 바라는 마음 또한 존중해야 할 테다.
서서히 내 소처럼(?) 일할 팔자에 대해서 받아들이는 중이다. 그렇다고 일을 완전히 그만두고 싶지는 않고 조금 더 나에게 여유를 주고 싶을 뿐이나 주변 환경은 나를 계속 앞으로 쟁기를 끌고 나가게 한다. 이랴이랴. 영하 13도가 되는 이 추운 날에도 공원에서 으싸으싸 운동을 하는 사람들처럼.
이래서 사람들이 몸과 마음이 힘들 때 사주팔자를 보러 가는 것 같다. '언제 대운이 오고 귀인이 나타나는 것인가' 하면서. 어차피 점을 보러 가봐야 앞으로 이 년 정도 고생하면 다 풀린다고 할 것이다. 왠만한 일은 이 년 정도 묵묵하게 열심히 일하면 다 해결이 되지 않나?(답정너: 답은 정해져 있다. 너는 곧 잘 된다)
아마 꽃 피는 봄이 오고 어머니의 팔순 자치를 할 때가 되면 모든 원망을 내려놓고 다시 가족들을 마주할 수도 있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