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에게는 삼십 년이 더 남았습니다

어머니, 저도 힘듭니다

by 사각사각

오늘의 글은 화목한 설날에 어울리지 않게 상당히 불경스러운 수 있다. 다만 나는 솔직한 글이 좋다. 한 사람에게는 다양한 모습이 있고 늘 옳거나 바르지 않고 화가 나거나 잘못을 할 때도 있는 것이다. 그러니 신이 우리를 용서한 것처럼 우리가 서로를 용서해야 할 테고.


얼마 전 어머니와 전화로 설전을 벌였다. 주된 내용은 나는 아버지가 남기고 가신 상속분의 일부를 받고 싶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1.5, 1, 1중의 1인 내 몫을 이제 간절하게 받고 싶다. 아버지는 이미 17년 전에 돌아가셨고 난 젊었기에 지금까지는 상속 재산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없으나 지금은 필요하다.


이제 나도 오십이 다 되어가니 몸이 여기저기 힘들어졌다. 건강이 썩 좋지 않고 일을 상당 부분 내려놓고 싶은 마음이다. 게다가 올해 받은 성인병이 난무하는 건강 검진 결과지는 내 의지를 더 꺾어놓았다. 그래서 상속분을 받고 조금 쉬려 했으나 아시다시피 부동산이다 보니 쉽게 정리가 될 상황이 아니었다.


난 이제 경험으로 인한 공감능력을 더 키워서 다른 사람들이 부모님의 사망 후에 재산 싸움이 나는 것도 이해 및 공감하겠다. 가족이라도 돈 앞에서 사람들은 이성을 잃고 자기에게 유리한 주장을 펼칠 수 있다. 한 푼이라도 더 받겠다면서. 왜냐?돈은 일하지 않을 자유를 주기 때문이다.


난 한 가지 일에 꽂히면 거기에 엄청 집중을 하는 경향이 있다. 우리는 각자의 입장에서 첨예하게 대립하였고 그 와중에 의도치 않게 서로에게 상처가 되는 말들도 오갔다.


어느 날 어머니와의 통화 내용이다. 엄마는 내가 상속을 주장하는 것이 화가 나시는 것 같았고 난 당연한 권리로 여겼다.

엄마 왈 "네가 상속을 얘기하는 건 나에게 빨리 죽으라는 거야."


왜일까? 전부를 달라는 게 아니고 단지 내 몫만을 분리해서 달라는 것인데. 누가 죽고 말고 할 일이 아니지 않은가? 지금 상태로는 내 목숨도 간당간당한데. 분노와 억울함에 가득 차 올랐다.


"난 팔십까지 살려면 아직 삼 십 년이 남았어요. 그런데 내가 엄마의 장수를 걱정할 시점인가요?"


부당하다는 생각에 흥분하여 따박따박 반박하였다. 그렇게 통화가 끝나고 그 후에는 냉랭한 기류가 흐르고 있다. 엄마는 내 생일날 금일봉을 보내셨으니 화가 풀리신 것 같기는 하다. 혼자 삐져 있는지도. 원래도 다정다감함이 넘치고 연락을 자주 하는 편은 아니었으나 이런 연유로 설에도 집에 가지 않았다.


이 불이 나는 감정을 추스르고 싶을 뿐이다. 어차피 똑같이 반복되는 지겨운 각자의 입장차를 울화가 치밀어서 다시 꺼내기가 싫다. 그런데 아직 이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했으니 성급하게 말이 나올 수 밖에 없다.


시간은 흐르고 어떻게든 해결은 될 것이다. 다만 사람은 나름의 생존본능과 가치관으로 현재의 상황을 판단한다. 아무리 가족이라고 해도 서로 의견이 전혀 다를 수가 있다. 이성적인 대화로 혹은 법적으로 풀어내는 수밖에는. 가족이고 혈육이니 서로를 위하는 마음은 기저에 깔려 있기에. 하지만 돈 앞에서는 그마저도 의심이 들 수 밖에 없다.


여기에는 나의 독특한 장수관(?)도 한몫했다. 난 사실 팔십이면 인간이 살기에 충분한 나이가 아닌가 라는 생각을 늘 하고 있다. 주변에 심심치 않게 치매 환자 이야기도 들려오고 편안하고 존엄한 죽음에 대해서도 깊이 고심하는 편이다. 그래서인지 장수에 매달리는 모습에 그다지 찬성하지 않는다. 그걸 눈치 없이 내 어머니에게도 적용한다는 게 문제이지만.


하지만 인간이 자만하지 말아야 할 것이 아직 팔십을겪어보지 못했다는 점이다. 그 나이에 혹시라도 내가 예상한 것보다 건강하여 장수를 꿈꿀 수도 있으니 그 장수를 바라는 마음 또한 존중해야 할 테다.


서서히 내 소처럼(?) 일할 팔자에 대해서 받아들이는 중이다. 그렇다고 일을 완전히 그만두고 싶지는 않고 조금 더 나에게 여유를 주고 싶을 뿐이나 주변 환경은 나를 계속 앞으로 쟁기를 끌고 나가게 한다. 이랴이랴. 영하 13도가 되는 이 추운 날에도 공원에서 으싸으싸 운동을 하는 사람들처럼.


이래서 사람들이 몸과 마음이 힘들 때 사주팔자를 보러 가는 것 같다. '언제 대운이 오고 귀인이 나타나는 것인가' 하면서. 어차피 점을 보러 가봐야 앞으로 이 년 정도 고생하면 다 풀린다고 것이다. 왠만한 일은 이 년 정도 묵묵하게 열심히 일하면 다 해결이 되지 않나?(답정너: 답은 정해져 있다. 너는 곧 잘 된다)


아마 꽃 피는 봄이 오고 어머니의 팔순 자치를 할 때가 되면 모든 원망을 내려놓고 다시 가족들을 마주할 수도 있으리.



팔순 잔치를 열어 드릴 돈을 벌어보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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