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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미셸 Michelle Feb 20. 2019

"아이스크림을 사러 가는 중입니다."

190219

* 제목에 대한 이야기는 맨 밑에!


    아직까지도 23살 정도인 것 같은 26살. 요즘 내 머릿 속에는 생각이 너무나 많다. 끊임 없이 새로운 것들을 배워서 흡수하고, 그 속에서 상상의 실타래를 얽어 내어 가며, 미래는 어떻게 변할까? 그리고 그 속에서 나는 어떤 사람이 될 수 있을까?를 상상하기 좋아하는 나였는데, 지금 있는 내 자리에서는 또다시 그 미래를 향한 연결 고리가 잘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점점 AI며 머신 러닝, 빅 데이터 등 내가 아직 직접적으로 기여할 수 없는 분야들은 무서운 속도로 진화해 나가고 있는 걸 지켜보면서, 그러면서도 내 주변은 때로 이렇게나 평화롭고, 느린 속도로 시간이 흐를 때가 있는 걸 보면서 나는 정말 어떻게 이 흐름에 기여하고, 발 맞추어 살아야 할까, 고민들이 켜켜이 쌓여 갔다. (그 고민들을 풀 방안 중 하나로 최근엔 디지털 마케팅 공부를 틈틈이 하고, 유투브를 보고, 사소한 불편들을 기억하거나 기록하고, 영문으로 테크 기사들을 읽으려 노력하고, 네트워킹 모임도 나가지만 이것만으로는 언제나 아주 많이 부족한 느낌이다.)


    그래서 오늘부터 이 매거진에 매일매일 글들을 담아내기로 다짐했다. 2019년, 사회에 나와서 좌충우돌은 겪지만 그러면서도 나만의 답들을 찾아갈 나를 위해, 그리고 어딘가에서 나처럼 고군분투하면서 그 안에서도 즐거움을 찾으려 노력할 누군가를 위해 쓰기로 했다.


    주제는 솔직히 나도 잘 모르겠다. 일단 브런치 매거진 이름이 '깨달음 나누기'이니, 일상 속에 깨달음들을 담아낼 것 같다. 그냥 내가 생활 속에서 배운 잡다한 것들을 나눌 수도 있을 것 같고, 누군가와 나눈 대화들에서 인상 깊었던, 꼭 기억하고 싶은 구절들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길이도 사실 잘 모르겠다. 들쭉날쭉 할 것도 같은데, 그래도 매일 쓴다는 사실 그 자체가 의미 있을 것 같다. (이 글을 업로드한 게 19일 밤 12시 반이었으니까, 2월 10편, 3월~12월까지 하면 2019년에는 총 316편의 글을 쓸 수 있다. 올해의 OKR 한 가지.)


    나는 절대 부지런한 사람이 아니지만, 지금껏 성장해온 사람이었다. 또 나아가는 사람이기 때문에, 도전하고, 노력하고, 성취하고, 나누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것은 알기에 조금은 덤덤하게, 하지만 설레는 글들을 차곡차곡 담아가고 싶다고 생각한다. 그러다 보면 2019년의 끝에는 지금 보다는 조금 더 뿌듯하지 않을까.


    그리하여 시작하는 오늘의 한 편..


[지난 한 주의 깨달음들]


    1. 부끄러운 마음을 부끄럽더라도 솔직하게 나눌 때, 용기와 위로, 성장을 얻는다.


    요새 들어 내 부족함들이 참 많이 보이는데, 이걸 어떻게 개선하면 좋을지 답은 또 모르겠어서 글들 읽고, 책을 찾아 읽으면서도 끙끙 앓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 주에 만난 고마운 언니와 지인들 덕분에 많은 위로를 받고, 다시 앞으로 나아갈 용기를 얻을 수 있었다. 업무적으로 내가 아쉬운 점은 어떻게 보충할 수 있을지 고민도 많았고, 나에 대해서 내가 제대로 알아가고는 있는 건지 마음도 참 바빴는데, 그렇다는 사실부터 '인정'하는 게 시작이었다. 내가 참 그렇구나, 인정해주고 나니 마음이 훨씬 편해졌다.


    게다가 눈물까지 핑 돌았다. 안 그래도 요새 내가 많이 힘들어하는 것 같았다고, '그래도 때 되면 말해주겠지'라고 기다리고 있었다고 말해 준 지인들 덕분에... 이렇게 좋은 지인들이 내 곁에 있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으면서, 참 감사했고, 소중한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더 나은 사람이 되어야 겠다고 다시 한 번 다짐했다. 고마운 언니 뿐만 아니라, 고마운 팀 멤버도 있었고, 어제 만난 고마운 친구도 있었다. 게다가 그 친구가 해준 선물 같은 말..ㅋㅋㅋ


    윤선이는 찹쌀떡 같은 사람이야!

    찹쌀떡?ㅋㅋㅋㅋ 비유가 너무 참신해서 한참을 웃었는데, 그 이유가 새삼 고마웠다. 겉으로만 볼 때는 잘 모를 수 있지만, 안을 들여다 보면 팥도 있고, 계피도 있고, 잣도 있고 참 알차다며..ㅋㅋㅋㅋㅋ 그래서 부끄러워져서 '아니다, 우리 모두는 통통 튀는 공같다'는 이야기도 했다. 텅 빈 것 같은 공기를 안에 품고 있지만, 그 공기를 품고 있는 게 중요하고, 그리고 그 공기의 중요성을 알아봐주는 사람과 서로서로 만나게 되는 것 같다고. 처음에는 내 힘겨움에서 시작했지만, 결국 그런 긍정 뿜뿜 대화로 마무리할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 또 힘든 일, 어려운 일 있으면 뭐든지 말 하라는 겁내 멋진 언니, 지금 한창 새로 사회적 기업 시작하느라 돈도 없고, 바쁠 텐데도 놀러오면 김밥천국ㅋㅋㅋ 여기서부터 저기까지 싹 다 사준다고 힘든 거 다 말하라고 해주시는 지인 분까지ㅋㅋㅋ

    나는 그간 힘겨움을 혼자서만 짊어지려고 애썼던 것 같은데, 새삼 나도 기댈 수 있겠구나, 참 고마운 사람들이 주변에 참 많구나, 나는 감사할 일이 많은 사람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2. 내가 먼저 내 모습을 드러내며 웃을 수 있을 때, 상대도 나에게 한 발 다가올 수 있다.


    나는 4개월 정도 팀 내에서 계속 막내였는데, 한 달 전 쯤 새로 막내 한 분이 들어오셨다.ㅋㅋㅋ 사실 좀 신이 났다. 어쩌면 친구가 될 것 같다는 예감이 들어서 신이 났고, 내가 맨날 도움만 받는 사람이 아니라, 이제는 도움을 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신이 났다. 게다가 외국에서 공부를 오래 하고 오신 분이라는 것도 좋았다. 오, 어쩌면 말이 잘 통할지도 몰라!


    사실 테슬라 좋아하고, 마윈 좋아하고, 빅 데이터 좋아하고, 이런 이야기들이 때로 코드가 안 맞는다는 생각이 들어서 (우리 회사에서는 주로 스몰 톡을 하거나, 스몰 톡이 아예 없거나, 아니면 넷플릭스 이야기 등등이 주로 오가기에..) 낄끼빠빠로 잘 안 하고 있었는데, 왠지 모르게 이 분한테는 어쩌다 보니 이런 이야기들을 꺼내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이 분도 마윈 좋아하셔서 최근에 마윈 책도 2권이나 읽으셨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고, 지속가능한 패션, 스마트 팩토리, 플랫폼 비즈니스 등을 좋아하시는 분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ㅋㅋㅋ 게다가 심리학 관련해서도 말이 잘 통했다. 지이이인짜 신이 났다.


    그렇게 우리는 점심 때, 한 시간이 넘게 수다를 떨었다. 광대가 그렇게 아플 정도로 웃어보기도 오랜만이라 기분이 너무너무 좋았다. 게다가 오늘은 플랫폼 관련 책도 빌려 주셨다. 회사에서 '동료'로 만난 '언니'지만, 친구로 변할 수 있는 관계였으면 좋겠다. 그렇게 하기 위해 나도 관계를 위한 노력을 할 것이다.



    3. 마지막으로 이 글을 시작한 이유, '아이스크림을 사러 가는 중입니다.'


    내 사랑하는 동생이 최근 한국에 들어왔다. 이 녀석도 이별의 아픔을 겪고 연초에 많이 힘들어 했고, 가족들이 돌아가면서 부둥부둥 해줬었는데, 최근 집에 와서는 인턴을 준비하며 씩씩하게 지내고 있다. 오늘은 아빠와 셋이서 저녁을 먹으면서 이야기를 나누다가 밥을 다 먹고는 또 동생과 이야기를 단둘이 나누게 되었는데, 오늘 나눈 대화가 너무 좋았다.


    "동생아, 그런데 나는 요즘 내가 너무 행복을 미래에 두고 달려오기만 했다는 생각도 들어. 그러다 보니까 덜컥 겁도 나는 거야? 이렇게 달려가기만 하다가 그 미래의 행복도 신기루였다면 그 땐 어떡하지?"


    그러자 현명한 내 귀요미가 대답했다.


    "언니, 너무 급하게 살지 말고, 마음만은 천천히 가. 그리고 '행복하게 살자'가 아니라, '덜 슬프게 살자'고 생각하면서 살자."


    "ㅋㅋㅋㅋㅋ그래, 그래도 그 먼 행복에 조금이라도 빨리 가닿고 싶은걸!?"


    "그건, 아이스크림을 사러 가는 거랑 똑같은 거 같아. 아이스크림 맛있는 거 알고, 빨리 먹고 싶은 거 알겠는데, 옷 입고, 양말 신고, 신발 신고, 문 열고 집 밖에 나가지 않으면 먹을 수 없잖아? 언니도 아이스크림 먹고 싶다, 먹고 싶다만 생각하지 말고, 어떻게 하면 옷 입고, 양말 신고, 신발 신고, 문 열고 집 밖에 나갈지 하나하나 해봐야지"


    라고 두 살이나 어린 동생이 대견하게 말해주었다. (역시 사람은 어릴 수록 진화하는 건가!?) 그 밖에도 별 시덥지 않은 소리로 떠들기도 하면서 나도 모르게 쌓인 스트레스를 풀 수 있었다.


    참 좋다, 이런 시간들.


    이런 작은 순간들을 앞으로 잊지 않고 소중히 하기 위해 나는 매일매일 조금 더 부지런해지기로 한다.


    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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