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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미셸 Michelle Feb 22. 2019

별 생각

190222






오래 전 어느 날에는, 난 작은 아이였다!
인어가 되어 물고기, 바다 거북과 춤추다보면
바다의 바닥에 닿을 거라 믿어 진짜 바다도 만들었다.
다만 욕실에 만든 물바다라
엄마가 쏟아낸 꾸지람의 태풍을 피하지는 못했다.

요즘의 어느 날에는,
욕실 대신 "Resume"라 쓰인 망망대해를 헤맨다.
흰 화면이 너무 넓고도 추워 몇 글자로 덮으려 해도,
그럴수록 더 발가벗겨진다.
활동이란 이름의 몇 줄의 행동들이 과연 얼마나 솔직했는지,
마우스 커서만 화면 가득 춤춘다.

언어의 한계에 발끈하다가도
금방 부끄러워져 창을 닫는다.
나 또한 가디건 밖 보풀 같은 것들로 남을 예단했을까?
이 가격표 같은 잡것들을 다 떼어내고도 난 여전히 괜찮을 사람일까? 묻게 된다.




오래 전 어느 날에는, 난 작은 아이였다.
사실 누구에게나 수호 천사가 있고, 그 천사들은 1인 1몫이라,
하늘이 공평하게 내려준 크리스마스 선물 같은 거라 믿었다.

요즘의 어느 날에는,
천사 대신 다름의 공평함을 믿는다.
또 때로 우연들이 어우러질 때의 화음을 믿는다.
다만, 제 몫을 지킬 수 있는 건
천사도 어른도 아닌 각자 스스로라는 생각도 곁들인다.





오래 전 어느 날에는, 난 작은 아이였다.
더 잘 해주지 못 해 나비가 되기 전에 죽은
호랑나비 고치를 붙들고 울었고,
학년이 바뀌면 자연스레 멀어지는 친구들에는 남몰래 서운해했다.

요즘의 어느 날에는,
슬픈 영화에도 잘 울지 않지만,
밀물과 썰물 같은 인연들에도 쉽게 아쉬워하지 않는다.
다만 사람은 사람에게 모닥불이라 생각한다.
가까워질수록 따뜻하지만,
지나치면 데일 수도 있으니까.





오래 전 어느 날에는,
상상의 세계를 그림으로 그려내는 게 즐거웠다.

요즘의 어느 날에는 상상 속 내 모습에 가까워지는 게 즐겁다.
다만 행복조차도 강요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평생에 걸쳐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내 안의 모순들, 그 벌어진 간격을 좁히는 일.

비록 타인을 향해 말로 돌멩이를 던지기는 쉽고,
내 한 몸에 면죄부를 내리기는 더 쉬우며,
내가 엎지른 무책임함에 채찍들기는 너무도 어렵지만,
그래도 노력 안에 우주가 있다고 믿는다.

계속 질문해야겠다.
답에 대한 지름길을 찾고 싶어질 때면,
그으래애?라며 대답을 보류하거나,
질문의 가짓수를 더 늘려야겠다.

그러다보면 별과 가까워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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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 4학년의 어느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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