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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미셸 Michelle Feb 20. 2020

에세이 |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것

200220

1.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것. 힘들어하는 친구의 힘듦을 나의 이야기처럼 듣고 공감한다는 것. 언제나 행복할 수는 없겠지만, 하루하루 되새겨보면 감사하고 행복한 일이 하나쯤은 있다는 것을 믿고, 내일은 오늘에 비해 더 나은 우리가 될 거라는 믿음을 함께 공유한다는 것.


2.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것. 나도 힘든 부분이 있지만, 그 힘듦을 감내해보고, 때로 벌어지는 어이없는 일들에는 와장창 웃음을 터뜨려 주고. 내가 나의 기분을 지키고 싶은 만큼, 상대의 기분도 배려해주고, 지켜주고, 즐거운 시간을 만들어나가고자 함께 노력하는 것. 


3.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것. 나의 바보 같은 면모를 용기 내어 보여준다는 것. 한 번 보면 호기심이지만, 계속 되면 인연이라는 말처럼. 아무 목적이 없더라도 때로 함께 흘려보내는 시간을 아까워하지 않으며 그 자리에 머문다는 것.


4.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것. 그 사람의 과거, 현재, 미래 모두에 호기심이 일어나는 것. 어떤 음식을 가장 좋아하고, 왜 좋아하고, 어떤 운동이나 취미를 가장 좋아하고, 혹은 가장 좋아하지 않고.. 그 사람이 앞으로 하고 싶은 것, 해보고 싶은 것들에 관심을 가지고 진심으로 응원해주는 것. 나 이외의 사람에게도 관심을 가지는 것. 하지만 그 사람이 온전히 자유롭게 그 사람일 수 있도록, 그 사람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사랑해주는 것. 또 괜찮은지, 오늘은 어떤지, 살펴보고, 가만가만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


5. 마지막으로 정말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것. 그 사람으로 인해 내가 중요시하는 가치들의 순위도 바꿀 수 있다는 것. 바쁜 삶 속에서 그 사람을 위한 시간을 내고, 선물해주고 싶은 음악을 고르고, 함께 웃음 지을 만한 엉뚱한 일도 생각 해보는 것. 이기고 진다는 느낌 없이 사랑하기만도 짧은 삶 속에서 언제나 먼저 사랑을 표현하고, 조건 없이 내어주는 것. 또 때로 별 것도 아닌 일에 토라지고 다투게 되더라도 원 밖으로 멀리 벗어나지 않고, 사과의 손길을 내밀어 다시 가까워진다는 것. 영혼이 피로할 때 어깨를 내어줄 수 있는 것. 내가 먼저 그 사람보다 일찍 죽게 되었을 때 그 사람이 슬프지 않았으면 해서, 그 사람보다 나중에 죽고 싶다고도 생각해볼 수 있는 것.






성취 지향적으로 지내 왔던 일상 속에 균열이 생기게 된다면 그 나름대로 나도 모르게 살짝 무서움이 피어오를지도 모르겠지만, 그 무서움도 감내하고 지켜내고픈, 더 잘해주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픈 누군가를 만나고 싶은 건, 어쩌면 여러 삶의 우선 순위 중에서도 나의 삶 속에 싹 틔우고 싶은 엷은 감정이 있어서인지도 모르겠다.


올해는 누군가를 좋아하게 될 수 있을까?

그렇게 되기 위해서 나는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할까?

누군가가 되는 게 다른 누군가가 아닌 내 자신이라면,

내가 좋아하고 싶은, 좋아하게 되는 사람을 만났을 때는 어떻게 알아볼 수 있을까?






고요한 일상 속에 잠시 머릿 속이 복잡하지만, 그 복잡함마저도 흠뻑 느껴주고 싶은 어느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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