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미셸 Michelle Feb 21. 2019

에세이 | 세상이 아주 빨리 바뀐다고 하더라도

190220

1. 유투브에 대한 생각들


'오늘날의 경쟁은 진열대나 케이블 상품들이 아니다. 시청자의 '시간'만이 오직 경쟁의 대상이다.' -유투브 레볼루션, 아웃 스탠딩 기사 (https://outstanding.kr/streampunks20180216/


    위의 기사와 유투브 레볼루션이라는 책에서 유투브와 넷플릭스를 모두 거친 로버트 킨슬에 따르면,  유투브에서 사람들이 찾고 있는 것은 단 한가지다. '소속감.' 앞으로 걸어 돌아다니는 곳마다 영상이 재생되는 시대가 올 거라는데 (물론 영화 HER에서 처럼 목소리로 끊임없이 연결된 시대도 오겠지만) 그렇게 된다면 전세계의 모든 사람들이 각자 자신이 좋아하는 취향들로 더 긴밀히 연결되고, 소통할 수 있는 시대가 오지 않을까 상상이 되기도 한다. 


    예전에는 비슷한 동네에 살아서, 같은 학급에 다녀서 친해질 수 있는 사이가 친구였다면, 이제는 모바일이라는 작은 화면 너머로도 나와 취향이 비슷한 지구 정반대의 사람도 만날 수가 있다. 사실 최근까지는 유투브가 현실 세계에서 사람들의 관계를 더 멀어지게 하고, 외로워지게 하는 게 아닌가 비판적으로 생각하기도 했었는데, 기술은 사람 쓰기 나름이라고. 


    만약 나와 비슷한 누군가와 연결되고, 더 깊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소통의 장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된다면, 그래서 각자 취향 공동체를 형성해서 오손도손 살고, 가끔 다른 공동체에 기웃거리기도 하다 보면, 어쩌면 세상 사람들이 조금은 덜 싸우지 않을까?라는 엉뚱한 생각까지 나아갔다.


    무튼 그래서 기사의 결론은 이제 유투버들이 해야할 일은 '커뮤니티 매니징'이라는 사실. 사람들은 누구나 자신의 생각이 Worth It 하고, 어디나에 소속되고 싶어하고, 인정받고 싶어한다. 그리고 유투브가 그런 세상을 열어줬다는 말이 인상 깊었다. 나 홀로 간직했던 엉뚱한 생각도 사람들과 나누고,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확인하고, 더 깊은 유대 관계를 맺고 등등.. 


    개인적으로 유투브에서 소통해본 경험은 많이 없던 나로서는 유투브가 '대리만족의 경험'을 제공해주는 좋은 플랫폼이라서 성장하는 것 아닌가 싶었는데, 크리에이터-팬들의 돈독한 관계를 생각하면 꼭 그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 때 크리에이터가 되고 싶다면 필요한 무기 두가지는 '진정성'과 '신선함.' 요즘의 10대들, 곧 Gen Z는 단순히 '연예인'을 좋아하지 않는다. 소통할 수 있는, 그리고 자신의 일상, 엉뚱한 생각들, 부끄러운 마음들, 약함들도 솔직하게 나누는 '인간 누군가'를 더 선호하는 것 같다. 


    결국 '소통'과 '진정성.' 활자 시대에서 영상 시대로 넘어가게 되더라도, 어쩌면 인간이 기본적으로 지녀야 할 예의, 가치들은 스크린 너머로 '소통'하는 사람들을 따라서 변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아주 오랜 옛날, 멀리로 이사간 친척들과 소통하기 위해서 우리 조상들은 '편지'를 매개로 안부를 주고 받았다면, 2차 산업 혁명 이후, '전기'의 발전으로 우리의 어머니 아버지들은 '전화'를 매개로 친구와 가족들의 소식을 주고 받았다. 


    그리고 인터넷이 중심이 되는 3차, 인공 지능과 빅데이터 등으로 대표되는 4차 이후에는 이제 '영상'을 매체로 전 세계 사람들이 더 가까워지고 더 많이 소통하는 시대가 될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문득했다. (그리고 그걸 실현시키고 있는 우리나라의 자랑스러운 기업은 '하이퍼 커넥트!'의 아자르라는 서비스도 떠오르면서!) 


    그리고 글로벌적으로 그 가치가 현재 잘 구현되고 있는 건 '인스타그램 스토리'라는 생각도 들고.. 요즘은 책 많이 읽겠다고 인스타그램을 잘 안 하는데, 한창 할 때는 한국의 일상을 외국 친구들에게 전해주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 좋았고, 외국에 있을 때는 한국 친구들에게 외국 문물을 소개해주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았던 게 떠오르니 말이다. (쓰다 보니 또 새로운 경험들 하러 여행 가고 싶...ㅎㅎ....8ㅅ8)


    결론 : '세상이 아무리 빨리 바뀐다고 하더라도,' '진정성,' '솔직함,' '따뜻한 사람 냄새' 등 '사람의 가치'는 안 바뀌었으면 좋겠고, 바뀌지 않을 것 같다.




2. 디지털 마케팅과 제품, 스토리의 상관 관계


사실 오늘 쓰려던 글은 유투브에 대한 글이 아니라, 디지털 마케팅에 대한 글이었는데, 이건 다음의 예고편? 같은 사진만 투척하고 세부적인 내용은 나중에 더 자세히 기술하는 걸로....

    솔직히 대학교 때는 '마케팅'이라고 하면 '영업'을 연결시킬 때도 많았지만, 최근 읽은 '가이 가와사키의 시장을 지배하는 마케팅'이라는 책에 보면, 결국 마케팅은 '매혹'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책의 영문 제목도 그래서 Enchanted ㅎㅎㅎ) 어떻게 내가 좋아하는 제품/서비스를 소비자에게 더 매력적으로 소개해서 '매혹'시키고, 계속 '관심'을 갖게 해서 '팬'을 만들고, 결국은 '사게'까지 하는지의 전 과정. 요즘은 그 매혹의 과정이 많이 디지털로 넘어왔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생각하기에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면 '제품 자체의 매력'과 '그 제품이 만들어지기까지 창작자가 들인 순수한 노력' 모두라는 생각이 든다.


    요즘은 사람들이 제품을 그냥 제품의 효용으로만 보지 않는다. 그 제품이 만들어지기까지의 과정도 들여다 보고 싶어하고, 그 과정 속에서 그 제품만의 '스토리'도 찾고 싶어한다. 대표적인 예가 '와디즈'의 '스토리 펀딩'인 것 같다. 창작자들은 그냥 제품의 기능에만 집중하지 않는다. 구구절절 라디오 사연처럼 길게길게 글을 쓴다. '안녕하세요 여러분?'으로 시작되는 글들도 있고, 왜 내가 이 펀딩을 시작하게 되었는지, 이 펀딩을 통해서 어떤 일이 일어날 수 있는지, 이 펀딩을 하는 단체는 누구이며, 기획하고 제작하는 과정은 어떻게 되는지 심지어 과정과정과 실패 경험들까지도 다 세세하게 공개하기도 한다. (투명성+진정성의 콜라보.) 착한 소비가 많이 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똑똑한 소비도 더 많이 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정보가 점점 더 개방 되면서, 소비자들은 내가 사고 있는 제품에 대한 더 투명한 정보를 알고 싶어하고, 그 투명한 정보들이 이 세상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도 고려해보고 싶어한다. (나는 내 식대로 이건 그만큼 선한 사람들도 아직 이 세상에 많다고 해석하고 싶다.)


    결국, 예전의 소비자는 '제품'을 사고 싶어했다면, 요즘의 소비자는 '스토리'를 사고 싶어한다. (ㅎㅎㅎ이 사실을 좀더 일찍 깨달았더라면, '2019 비저너리 달력' 기획 및 판매도 좀더 스마트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긴 하지만, 이 아쉬움은 추후에 다른 기회에 활용해 보기로 한다.) 언젠가 또 무언가 제품을 기획하게 된다면, 이 '스토리+정보+진정성'의 콜라보레이션을 잊지 않겠다.


    그래서 결론 : 역시 '세상이 아무리 바뀌어도 사람들이 보고 싶어하는 것'은 진정성인 듯.



3. 마지막으로 '세상이 아무리 빨리 바뀌어도...'


    '추억'은 바뀌지 않는다. 


    오늘의 감사한 일로 또 오늘 하루를 마무리 해보려 한다.ㅎㅎㅎ 회사에서 또 열심히 모니터를 들여다 보고 있는데, 카톡 알림이 띠링 떴다! 'ㅠㅠㅠㅠㅠ윤선아ㅠㅠㅠㅠㅠ'라는 문자였어서 오잉?했는데.. 바로바로 얼마 전에 면접을 도와준 불알(?)친구한테서 연락이 온 것이었던 것이었다. 


    이 친구는 내가 소중했던 초등학교 시절을 거의 단짝으로 보낸 친구였다. 서로 다른 가수를 좋아하긴 했지만, (요 녀석은 동방신기, 나는 버즈ㅎㅎㅎ) 학교 수행 평가 연습한다고 둘의 아파트 사이 돌담에서 만나 해야하는 줄넘기 연습은 제쳐두고 수다 떠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고.. 서로의 집을 드나들며 CD 게임을 하고, 숙제를 하고 영화를 봤던 친구였는데, 중학생이 되면서 우리는 자연스레 멀어졌다. 이 친구는 바이올린 전공으로 예중-예고를 갔고, 나는 공부한다고 외고를 가느라 한참을 서로 다른 곳에서 서로 다른 사람들과 서로 다른 시간을 보낸 것이다.


    대학교에 들어와서도 서로 바쁜 일상이었고, 공통 관심사도 많이 달라졌기에 사실 많이 소원했었다. 그런데 최근 어느 주말 다시 연락이 왔다. 


    '윤선아!' 


    예상치도 못한 연락이었기에 너무너무 반가웠고, 바로 약속을 잡아 만났다. 그리고 그간 이 친구가 얼마나 힘겨웠을지 이야기를 듣게 된다. 최근 이 친구는 임용 고시에 떨어지면서, 자기 자신에 대해 고민해볼 시기를 맞닦뜨렸다. '안정성' 하나만 보고, 남들 다 한다고 해서(실기로 원하는 대학에는 못 붙고, 재수를 해서, 음악교육과를 갔으니) 자기도 임용 고시를 보는 게 옳은 일인 줄 알았다고 했다. 게다가 내가 알기로는 이 친구는 어머니가 음악을 전공하셔서 음악을 택했던 거지, 사실 음악을 간절히 원해서 음악의 길을 택한 케이스는 아닌 걸로 알고 있다. 그러다 보니 또 엄청 열심히, 신나게 음악을 한 케이스는 또 아니었던 걸로 아는데, 심지어 최근에는 임용까지 힘들게 치룬 것이었다.


     그렇다 보니 그 과정에 병도 나서 병원도 다녔고, 공부를 하면서도 이미 자신이 떨어질걸 알았댔다. 그러다가 내 얘기도 기억나고, 여러 이야기들도 생각나면서 '좋아하는 일은 뭔지' 떠올려 보았다고 했다. 그랬더니 '오케스트라'라는 키워드가 떠올랐고, 최근에 가장 가고 싶었던 유스오케스트라단 제작지원 업무 자리가 나서 떨어질 것 같지만, 떨리는 마음으로 지원을 했다고 했다. 자기보다 솔직히 대학 생활 동안 스펙 빵빵하고, 이 오케스트라단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많을 것 같다면서... (그렇다. 이 친구에게 유스오케스트라단은 나에게 구글과 같은 곳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러면서도 26살인 자신이 너무 늦은 건 아닐까 생각도 들었다고 했다. 


    사실 거기까지 들었을 때도 그랬구나, 정도였는데, 이 친구의 다음 말이 나에게는 커다란 충격으로 다가왔다.


    "윤선아, 그런데 나는 지금 참 감사한 것 같아. 사실 처음에는 바이올린 전공도 못해서, 음악 교육과에 들어오고 했던 게 힘들었는데, 얼마 전에 교생 실습에 나가서 아이들을 만나고 마음이 바뀌었어. '음악 교육과'에 들어오는 게 꿈인 아이들이 있더라고. 내가 '음악 교육과'에 들어오지 않았더라면 이 아이들을 만났을까라는 생각이 들어서 참 좋았어. 그리고 내 이야기를 해주면서, 처음과 방향이 바뀌었더라도 괜찮다고 했어. 그리고 내가 음악 교육과로 오게 되지 않았더라면 이렇게 더 넓은 세상이 있다는 걸 몰랐을 것 같아서 좋고 감사하다고 생각 했어."


    아.... 나는 깊은 반성을 했다. 사실 요새 나는 대학교 때 그렇게 열심히 살았는데, 결국 '회사원'이라는 타이틀을 달려고 그렇게나 열심히 살았나?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사람이 되겠다'고 꿈꿨었는데, 지금 내가 그럴 수 있는 환경과 위치에서 그럴 수 있는 일을 하고 있는 건가?라며, 내가 한 선택들임에도 속으로 구시렁대기도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발상의 전환이라니!


    그렇게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우린 또 여러 이야기를 나누었고, 그 날의 대화가 많이 기억에 남았던 나는 집에 돌아와 친구에게 장문의 편지를 또 썼다. 우선 친구 혼자 힘들었을 시간이 너무 마음이 아팠어서, 앞으로 그럴 것 같은 일이 있으면 언제든 연락 주고, 특히 내가 도와줄 일이 있다면 (특히 나는 백날천날 하는 일이 자소서 쓰는 일이고, 면접 준비하는 일이었으니..) 언제든 연락 주라고 말했다.


    그리고 장하게도 녀석은 나에게 연락을 주었다! 자기소개서로 1차에 붙었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우리는 머리를 맞댔다. 주말 내내 원래 있던 계획과 약속들도 있었지만, 나는 두뇌를 풀가동해서 친구에게 면접 준비 팁을 전달해 주면서 친구가 주말 내내 준비를 할 시간을 주었고, 월요일 저녁에 집에 일찍 올 테니, 화상 통화로 면접 연습을 하자고 했다. ㅋㅋㅋㅋ네가 질문지 뽑아오면, 내가 면접관처럼 그 중에서 골라 물어봐 줄테니 질문지도 다양하게 참신하게 뽑아오라고도 했닼ㅋㅋㅋ(코치인 줄..) 그렇게 떨려하고, 쑥스러워 하는 친구를 훈련시켰다ㅋㅋㅋㅋ 전략도 짜주고, 무조건 기억에 남으려면 너를 한 단어로 표현해야 한다고, 그리고 네가 가장 간절한 사람이어야 한다고, 너는 지금이 첫 면접이지만, 마지막 면접이 되게 하자고..ㅋㅋㅋ마구 푸시를 넣었다. 그렇게 예상했던 2시간의 면접 준비는 밤이 늦어서야 끝이 났고, 녀석은 다음 날 면접을 봤다.


    "윤선아, 고마워. 이제 하늘에 맡겨야지!"


    그랬던 게 일주일 전이었던가?


    일주일이 지난 오늘, 친구에게 연락이 왔다. 소름이 끼쳤고, 내가 다 눈물이 핑 돌았다. ㅠㅠㅠㅠㅠ내 덕이 크다고 했지만, 나는 사실 내가 때로 면접에 실패하면서 배운 것들을 나눠준 것 뿐이었다. 내가 더 고마웠다. 친구는 밥을 쏜다고 했지만, 나는 나도 좀 지금의 상황들이 정리가 되면 씩씩하게 친구에게 연락을 주겠다고 했다. (그 때까지 또 열심히 살 거다.) 사실 지금 드는 생각은 친구가 쏘는 밥을 굳이 얻어먹지 않아도, 이미 나는 엄청나게 든든한 뿌듯함을 선물로 받았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지금 이 글들을 쓰면서 2시가 넘어가버린 지금, 또 하나, 변하지 않았으면, 하고 바라게 된 게 생겼다. 이처럼 바쁜 와중에도, 내 삶에서 소중한 인연들을 챙기는 나 자신. 그런 소중한 인연들을 챙기기 위해 더 강해지고, 똑똑해지자고 생각하게 된 내 자신이었다.


    '내 사람들을, 더 나아가 더 많은 사람들을 지키고 챙기기 위해 더 강한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 


    2019년에 또 하나 이루고, 지켜나가고 싶은 것이 있다면, 이 생각인 것 같다.


     이제 그 생각으로 꿈 꾸며 자러 가야지...흠냐흠냐.


     그리고 다시 한 번, 정말 고맙다, 친구야!


    


매거진의 이전글 에세이 | 2018 새해 결심을 창의적으로 해보고프다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