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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미셸 Michelle Apr 01. 2019

에세이 | 봄의 길목

190331

    꽃들이 피어오름을 시샘하는지 바람이 다시 매서워졌다. 그래도 요며칠 날씨가 많이 따뜻해졌다고 생각했는데, 그 말을 하기가 무섭게 다시 쌀쌀한 바람이 돌아온 것이다. 겨울이 다 가버리는 것이 아쉽기라도 하다는 듯이 그렇게 오늘은 차가운 바람이 얼굴을 때렸다.


    가장 친한 친구 중 하나는 최근 결혼을 해서 인생의 새로운 시기를 맞아 나섰고, 또 다른 친구들은 회사의 연차를 털어 샌프란시스코로 여행을 간다고 했다. 나는 아직 진로 고민에 있어서 자유롭지 못한 몸이라 그 친구들을 매서운 꽃샘 추위 바람 마냥 시샘했다. 물론 진짜 바람처럼 누군가에게 몰아치는 정도로 크게 티는 못 냈고, 소심하게 '부럽다..'라고 생각하며 내 속을 지나는 차가운 바람을 그러 안았을 뿐이다.


    너무 조급해하지 말라는 말, 서른이 넘어서도 고민하고, 아이를 낳고서도 고민하는 것이 사람 인생이라는 말들이 위로가 되다가도,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들이 과연 내가 가고자 하는 길에 어떻게 도움이 되는 걸까 생각을 하면 한숨이 푹푹 나올 때가 있다. 그런 생각을 하다보면, 과연 내가 가고자 하는 길은 무엇이었는지 헷갈릴 때도 있고, 그냥 주변 사람들과 행복하고 즐겁게, 웃음과 기쁨을 많이 나누면서 사는 삶도 뜻 깊고 의미있는 삶은 아닐까 안주하고 싶어지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최근 한 친구와 지하철 역에서 헤어지는 게 아쉬워 서로의 방향 쪽으로 데려다 주다가 나눴던 말들을 되새기며,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어느 직장에서나 비율이 같다고 한다더라. 자신의 일을 직업이라고, 혹은 커리어라고, 혹은 소명이라고 생각하는 비율이. 즉, 3분의 1은 자신의 일을 직업이라고 생각하고, 3분의 1은 커리어라고, 또 3분의 1은 소명이라고 생각한다고. 그런데 그 중에 가장 행복한 사람들이 누군지 알아? 바로 자신의 일을 '소명'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래.'


    내가 나눠준 이야기였지만, 친구도 듣고 크게 감명받는 눈치였다.


    나는 확실히 지금의 내 일은 '직업'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커리어'도, '소명'도 아직은 아닌 것 같다. 하지만 긴 인생에 걸쳐 확실히 '소명'을 찾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포기하지 않아야 겠다고 생각한다. 어쩌면 이기적인 이유일지도 모르겠다. 나는 직업을 통해서, 일을 통해서 아직은 행복해지고 싶고, 즐거워지고 싶고, 보람을 얻고 싶으니까. 하지만 출발은 이기적일 지라도, 이 소명을 찾는 일을 지속하다 보면 그 끝이 결국은 이타적인 곳이리라 믿는다.


    그리고 막연하게나마, 그 길 중 하나가 모호하게 조금씩 움직이려는, 지금과 같은 나의 발버둥이리라 믿는다. 어차피 한 번에 멀리 뛰기를 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어떤 운동 선수도, 어떤 국가 대표도 태어날 때부터 그럴 만한 재능을 '완벽하게 타고난' 사람은 없었을 것이다. 그저 하루하루 담금질을 하는 마음으로, 정숫물 떠다놓고 간절히 비는 마음으로, 매일을 노력하다 보니 어딘가에 간 것이겠지. 그리고 그러다보니 겨울도 가고 봄도 왔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봄의 길목이다. 날들은 아직 춥지만, 그래도 이 추운 날들이 지나면 다시 꽃들이 서로 질새라 피어오를 봄이 되리라는 것을 나는 안다. 그리고 그렇게 봄이 되었다가도 다시 겨울이 되고, 겨울이 되었다가도 다시 봄이 되는 게 삶이라는 걸 조금씩 배우고 있다. 그리고 그 길목이 요즘이라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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