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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미셸 Michelle Apr 01. 2017

꿈을 따라왔다고 생각했는데 또 헤매는 것 같아요!-3-

디즈니 본사 프로그램 코디네이터 : 이지은 님

-3-
#스펙 경쟁으로 힘들어하는 친구들에게 한 말씀  
#좋아하는 일 vs 잘하는 일?  
#디즈니에서 일하고 싶다면 선택할 전공 
#마무리 -지금 행복하신가요?




#스펙 경쟁에 힘들어하는 친구들에게 한 말씀

 안타깝죠. 저도 그랬던 것 같고요. 스펙 따라서, 사람들 따라서 적성에 맞지도 않는 은행에서도 일하는 시행착오를 겪어본 결과, 경험을 많이 했으면 좋겠어요. 인턴 경험, 여행 경험, 봉사활동 경험, 워킹홀리데이 경험 등등요. 좋은 영향을 끼치는 사람들을 많이 만나고, 많은 것을 보고. 우물 안에서 경쟁하느라 시야가 좁아지지 않도록 우물 밖으로 한 발짝만 물러서서 더 많은 걸 보면 좋겠어요. 그래서 결국엔 어떤 라이프 스타일을 갖고 싶은지, 어떤 일이 적성에 맞는지 잘 생각해보길 바라요.

 혼자 동유럽 배낭여행 중에 보스니아 게스트 하우스에서 알게 된 친구가 있어요. 알고 보니 고 스펙자 더라고요. 하버드를 졸업 후 뉴욕 구글에서 일을 했던 친구인데, 스스로 너무 앞만 보고 달려온 것 같다고 한 발짝 물러나서 다른 걸 봐야겠다는 생각에 여행 중이라고 얘기하더라고요. 장난스레 너 돌아가면 이력서에 빈 공간 남을 텐데 걱정 없냐고 물었더니, 자기는 여행 다니면서 시야도 넓어지고, 맘의 여유도 더 생겼다고. 이런 변화를 좋게 봐주지 않는 회사에선 본인이 일하고 싶지 않다는 당당한 모습에 놀랐어요. 스스로 능력을 키운 후에 최고의 회사를 들어가는 것보다 자신의 삶에 가장 맞는 곳을 찾아가는 게 나쁘지 않겠구나 싶었어요.


 어떻게 보면 학력이 뒷받침되어서 그런 마음가짐이 나오지 않았을까요?

 본인 실력이 있고 자신감이 있으니 가능한 것 같아요. 그리고 본인이 무엇을 원하는지 잘 알고 있는 것 같아요.

 또 이런 예를 들어보면 어때요? 이 친구는 엔터테인먼트사에 일하고 싶은 생각에 미국 대학원에 진학한 케이스예요. 한국에서 대학교를 졸업 후 본인이 가진 GRE로 갈 수 있는 최고의 대학원을 택했어요. 미국 동부에 있는 대학원이요. 아무래도 갈 수 있는 가장 좋은 학교를 가야지 나중에 본인이 하고 싶은 일을 하기가 쉬워질 거라 생각한 거예요. 그런데 미국에서는 그게 꼭 그렇지는 않더라고요. 오히려 처음부터 엔터테인먼트사에서 일하고 싶다고 생각을 한 순간 엔터테인먼트사가 많은 LA 쪽에서 공부를 했어야 해요. 그래야 네트워크 만들기도 좋고. 근처 여러 엔터테인먼트사 직원들 보면 UCLA, USC 이쪽 졸업생이 가장 많아요. 고로 다수 스펙만이 중요한 게 아니라 본인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그걸 얻기 위해 어떤 길을 택해야 하는지 잘 살펴볼 필요가 있어요.




# 좋아하는 일과 잘 하는 일 중에 고른다면?

 난 무슨 일을 하면 좋을까?'라고 생각될 때, (좋아하는 일이 잘하는 일이라면 좋아하는 일을 하면 되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좋아하는 일보다는 잘 하는 일을 해보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내가 좋아하는 일은 나중에 바뀔 수 있거든요. 과거에 내가 좋아했던 가수를 내가 지금은 더 이상 좋아하지 않는 것처럼 말이죠. 본인이 좋아하는 건 꾸준히 바뀌지만, 본인이 잘하는 일은 항상 같거나 비슷하더라고요.  예를 들면, 저도 국제 관계학 공부를 하기로 마음먹었을 때,  어느 지역학을 공부할까 고민했어요. 아프리카 지역학도 관심이 갔고, 서유럽도  좋았고요. 그런데 크게 보면, 나는 아시아인으로서 아시아 지역학쪽에  비교 우위를 갖겠구나 싶더라고요. 아무래도 이 지역에 관한 기본 상식, 지식, 그리고 언어를 알고 있으니 공부하기에도, 커리어를 키워나가기에도 도움이 되겠다 싶은 거예요. 어느 세계적인 기관에서 아시아 담당자를 뽑을 때 아무래도 아시아인이 뽑힐 확률이 높은 것처럼요.


내가 가고자 하는 분야에서 내가 가지고 있는 비교 우위는 무엇일지 객관적으로 생각해보라는 말씀이 좋았다. 당연히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해왔는데, ‘잘 하는 일’은 잘 바뀌지 않는다는 예상치 못한 답변이었다. 이에 대해서 독자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그리고 대망의 질문이 등장했다. 






#디즈니에서 일하고 싶다면 선택할 전공

디즈니에서 일하고 싶다면 어떤 전공을 선택하면 좋을까요?

 디즈니에서 일하려 하기보다는 본인이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를 먼저 살피길 바라요. 무조건 디즈니에서 일한다고 자기만족이 되지 않잖아요? 하고 싶은 공부를 먼저 하고, 그 분야가 디즈니에 있는지 찾아보면 될 것 같아요. 이공계열 쪽으로 실력 있는 친구가 꿈의 직장인 디즈니랜드에서 팝콘 판다고 행복하지 않은 것처럼, 팝콘만 잘 튀기는 친구가 디즈니에서 소프트웨어 개발하는 것도 행복하지 않을 거고요. 

 그러니 본인이 탁월한 능력을 보일 수 있는 것부터 잘 해보세요.  광고 홍보를 공부했다면 디즈니의 커뮤니케이션 팀에서, 마케팅 공부를 했다면 마케팅 부서에서, 건축을 공부했다면 디즈니 기구(rides) 설계 팀에서, 디자인을 공부했다면 소비재 디자인 부서에서 , 소프트웨어 공학 공부를 했다면 IT팀에서.  연기를 공부했다면 디즈니랜드 캐릭터 담당 일을 할 수 있겠죠.  디즈니 자체를 목표로 해서 뭘 공부하기보다, 본인이 뭘 공부하고 싶은지를 먼저 정하고 회사를 정하세요. 그러다 보면 굳이 디즈니가 아니어도 워너 브라더스 등 다른 엔터테인먼트로 갈 수도 있고 어디에도 갈 기회가 많아지겠죠.


의대를 다니거나, 생명 공학을 공부해도 디즈니에 갈 수 있을까요? 하하, 제 친구들이 물어봐달라고 해서 여쭤봅니다. 

 그럼요! 디즈니 랜드, 리조트, 크루즈 등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엔 사고의 위험도 높아지니 medic이나 medical assistant가 필요하거든요. 또한 디즈니 랜드나 리조트 쪽은 정기적으로 클리닝을 할 때 어떻게 해야 물을 덜 낭비하는지, 에너지를 덜 낭비하는지 친환경적으로 바뀌기 위한 연구를 많이 해요. 환경공학 공부를 해도 올 수 있는 거죠.

 위에서도 말했듯이 일단 본인이 뭘 잘하는지 찾고, 그다음에 가고 싶은 데를 찾으세요. 20대엔 몰랐던 알짜베기 회사들도 알게 되면서 시야가 넓어질 테니까요.  



  우문현답이었다. ‘본인이 어떤 일을 하고 싶을지 먼저 살펴보고, 가고 싶은 데를 찾는다’는 당연한 진리. 이 당연한 걸 실천하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만약 디즈니가 목표 그 자체가 된다면, 디즈니에 가지 못하거나, 예상한 미래가 달라질 때 불행해질 수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니 우리가 다시 한번 찾아야 할 건, 어떻게 하면 디즈니에 갈 수 있을지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내 안의 목소리를 찾을 수 있을까이지 않을까.



인터뷰가 끝나니 어두워져 있었다.




인터뷰를 마치며


  지은님을 통해 느낀 건 순간순간 해오신 선택들이 마법처럼 지은님을 지금의 자리로 이끌어왔다는 거였다. 있는 자리에서 열심히 하며, 세상에 도움이 되고자 하는 꿈을 꾸었다. 그러다 보니 사랑도 만났고, 가정을 찾아 미국에 오게도 되었다. 국제기구의 꿈을 이어가지 못했다고 해서 세상을 이롭게 하고자 했던 지은님의 꿈이 끝나지는 않았다. 꿈을 펼치는 형태야 조금 달라졌을지 모르겠지만, 지은님은 디즈니라는 플랫폼을 통해 세상에 행복을 더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당당한 겸손함’과 지은님이 겪어오면서 느낀 부분들을 나눌 줄 아는 ‘따뜻한 마음’ 등이 지은님으로부터 배울 가장 큰 장점이라고 생각되었다. 그리고 어느 순간에 있든 최선을 다해 준비하고, 적극성을 발휘한다면 기회는 그런 사람을 지나칠 수 없다는 것도. 



디즈니 스튜디오 골목을 지나며


Michelle's Note

  사람들은 누구나 이야기 주머니를 가지고 태어난다. 그 주머니는 등에 얹혀 있는데 각자 무게도 다르고 투명해서 다른 사람들에게는 보이지 않는다. 대신 ‘자동 채움’ 기능이 있다. 오늘 아침에 까먹은 귤 색이 노랬던 것에서부터 학교에서는 친구들과 무슨 말을 했고, 뉴스는 뭘 읽고 무슨 생각을 했고, 직장에서 어느 동료와 무슨 말을 하고, 무슨 행동을 했는지까지, 뭐가 담기는지도 모르는 새 채워진다. 그러다 문득 주머니를 열어 보면 그동안 담긴 것들이 보이고, 남들을 위해 입구를 열면 조금씩 이야기가 새어 나오는 것 같다. 나는 이 투명 주머니를 잊고 있었다.
  지은님을 만나 뵙기 전까지 내가 알고 있던 사실은 ‘디즈니’라는 브랜드 이름 세 글자뿐이었고, 또 지은님께서 링크드인에 풀어 둔 이야기의 일부만 들여다보며 아직 주머니 안에 있을 이야기가 무엇일지 몰랐다. 그런데 지은님과의 인터뷰를 통해 결국 우리도 모두 ‘과정 중’ 임을 떠올릴 수 있었다. 지은님도 은행권에 가는 게 좋을 줄 알고 은행에 취업했다가 일이 맞지 않아 그만두었다. 다시 국제기구에 가고 싶어서 국제기구 공부도 했지만 사랑을 만나 바다를 건너가 다시 새로운 분야의 공부를 시작하기도 했고, 그곳에서 인연을 만나 여러 경험도 쌓다 보니 디즈니에 도착하기도 했다. 성공의 여정이 아니라 성장의 과정이었다. 뒤집어 생각해보면 어떤 형태이든 충실했던 순간들은 보석처럼 모여 다른 어디로 가든 짜잔하고 연결된다는 게, 지금 내가 가는 이 길이 맞나 고민일 때 힘이 될 사실 같았다. 물론 이렇게까지 휙휙 방향을 바꾸는 일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도 아니고, 누구나 해야 할 일도 아니다. 다만 나에게 무슨 일이 맞고 맞지 않고 결단력을 가지고 빨리 포기해야 할 때는 포기하는 용기를 발휘하고, 순간의 보석은 결국 ‘내가’ 만든다는 전제를 명심하다 보면 나만의 이야기들이 꿰어지지 않을까.
  누구에게나 아직 세상 밖으로 꺼낸 이야기들보다 주머니 안에 담긴 이야기들이 더 많다. 앞으로 더 살 날이 많은 우리들에게는 주머니에 ‘담길’ 이야기들도 더 많을 것이다. 지금 당장 내가 선 자리만 보면 아무것도 없는 것 같아도, 인생은 긴 실타래니 조금만 더 길게 봐 보면 어떨까? 또 가끔 그 과정을 이해해주되, ‘뭣이 중헌데?’ 물어봐도 주고 지금 내가 나에게 무슨 짓을 하고 있는가 생각이 들면 때로는 결단을 내리며 방향도 바꾸어 보면 되지 않을까? 필요 없는 경험은 없다. 투명 주머니는 늘 우리의 등 위에 있고, 언제나 채워지는 중이다. 


* 다시 한 번, 유쾌한 차분함과 통찰력으로 즐겁게 인터뷰 해주신 이지은 님께 감사인사를 드립니다 :)



 디즈니 스튜디오 랏 안에도 어느덧 어둠이 내렸다. 꿈같은 대화도 막을 내렸고, 지은님과 디즈니 내부를 구석구석, 하지만 아쉬움에 느릿느릿 걸으며 주차장으로 향했다. 디즈니에서의 밤은 낭만적으로 저물고 있었다.



밤이 되자 불이 들어온 디즈니 로고
주차장으로 통하는 건물. 캐릭터들이 스테인드 글라스로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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