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미셸 Michelle Nov 13. 2019

[서평] 중국의 젊은 부자들

191110 그들은 우리와 무엇이 다른가

* 본 서평은 퓨처잡 서평단에 뽑혀 쓰게 되었습니다. 글 시작에 앞서, 멋진 책을 읽고 서평을 써보도록 기회를 주신 두 분 작가님들과 연락 주신 팀장님께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



    5년 전(2014년), 상해는 충격이었다. 푸동신구 한 복판에 건설되고 있는 '찐롱따샤'라는 타워가 하루가 다르게 올라갔다. 그때 처음 중국의 발전 속도를 체감했다. 그 거대한 건물이 하룻 밤만 잤을 뿐인데, 다음 날 아침에 변화된 모습을 보였다. '박물관이 살아있다'처럼 도시 전체가 살아 꿈틀거리는 것만 같았다. 또 교환 학생을 지내면서는, 외국인(한국인)이라고 차별을 두지 않고, (물론 당시 한류가 강세이긴 했지만) 설령 중국어를 '중국 아기'만큼 할 줄 알더라도 '그 정도 하는 것도 대단한 것'이라며, 택시 기사부터 서점 점원까지 칭찬이란 칭찬을 아끼지 않아주었다. 새삼 그 포용력에 신기하면서도 감사했다. (그렇게 가는 곳마다 우쭈쭈 칭찬을 받다보니 신이나서 중국어를 더 잘 하고 싶어졌는데, 당연한 것 아니었을까?) 흔히 세계 1위라는 미국에 여행을 가면 간혹 '누구나 다 사용하는 당연한 영어를 왜 못해?'와 같은 분위기가 살짝 느껴질 때도 있었기에 이런 사회 문화적 분위기는 더 비교가 될 수 밖에 없었다. 


    또 이후 잠시 한국에 돌아왔었고, 상해를 떠올리면 떠오르는 좋은 기억들을 바탕으로 다시 북경으로 인턴십을 갔다.(2016년) 그리고 북경에서 느껴지는 활기는 또 달랐다. 그 때는 우연히 베이징 대학에서 유학을 하고 있는 대만 친구의 도움으로 베이징 대학 캠퍼스를 돌아보며, '중관춘'이라는, 중국 정부가 지원해주고 있다는 스타트업 혁신 단지 안을 둘러보게 되었는데, 그 땐 그곳이 지금처럼 중국 혁신의 산실로 자라날 줄 몰랐다. 돌이켜보면, 막 설립 된 중국의 실리콘 밸리라면 실리콘 밸리일 수 있는 그곳을 둘러본 것은 엄청난 행운이었던 것 같다. 물론 당시에는 나조차도 스타트업이라는 개념이 생소했기에, 저녁 8, 9시가 넘었어도 밝은 표정의 젊은이들이 환한 공간 안에서 떠들고 있는 모습, 위워크 저리가라 싶게끔 아기자기 예쁘게도 꾸며진 내부 인테리어들이 생소하면서도 신기했다. 중국이 정말 크게 달라지고 있다는 기분은 어렴풋하기만 했다. 


 

    그런데 그 이후로 다시 한국에 돌아와서는, 중국의 바이트댄스나 알리바바, 턴센트, 샤오미 등 큼직큼직한 기업들 위주로 소식들을 접하며, (물론 선전 혁신 기업 탐방단, 중국 어느 지역 여행단 등 기회는 많았지만) 취업 준비에 매진하다 보니 곧잘 하던 중국어를 많이 까먹기도 했다. 그런데, 이 책은 그런 내게 다시금 경종을 울려 주었다. 그간 '한국이라는 버블' 안에서 내가 얼마나 안전하지만 안일하게 지냈는지 돌아보게 되었기 때문이다.


 





'중국의 젊은 부자들, 그들은 우리와 무엇이 다른가?'


제목을 처음 접했을 땐, 14억이 넘는 거대 규모의 시장(환경) 외에 어떤 요소들이 그들을 부자로 만들었을지, 또 '젊은 부자들'이라면 어떤 젊은 부자들일지 궁금했다. 아마 이 서평을 읽기 시작한 분들도, 책 제목을 듣고 비슷한 궁금증을 느끼셨을 것 같다. 그래서 소개부터 드리자면,


1. 우선 첫 째. 이 책이 다루고 있는 중국의 '젊은 부자들'은 재벌 2세들, 인플루언서들은 아니다. 그보다는 '자수성가형 창업가, 엔지니어, 공학도들'이 대부분이며, 기업 가치 10억 달러가 넘는 유니콘 기업을 운영하고 있거나, 외국인이지만 중국에서 엄청난 사업 확장을 이루고 있는 사람(리테시 아가왈, 인도인이자 오요의 창업자)도 소개 되고 있다.


2. 둘 째. 이 책에서 '젊다'는 그럼 무슨 뜻일까? 원래 '젊다'의 사전적 정의는 다음과 같다.

출처 : 네이버 국어사전

그렇다면 이 책에서의 '젊음'은 무엇일까? 굳이 정의하자면, 위 세가지 뜻 중 2번, '혈기 따위가 왕성하다'에 가까울 듯하다. 책에서는 유니콘 기업을 일군 창업자들을 조명하는데, 제일 나이가 많은 사람이 80년생(왕타오,DJI 창업자)이고, 놀라울 정도로 젊은(?) 93년생(원청후이, 리우슈어 창업자)이 가장 어린 자다. 그렇다. 모두 80년대 이후에 태어난 2, 30대이고, 이들은 포브스가 선정한 각종 부자 순위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건물주도 아니고, 재벌 2세도 아니며,
인플루언서는 더더욱 아닌 이들은
그럼 어떻게 그런 막대한 부를 쌓았을까? 

            

     이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 책은 13명(외국인 제외)의 삶의 궤적을 따라간다. 그리고 이 궤적들은 놀라우리만치 거침 없고 대담하며 롤러코스터를 타듯 짜릿했다. 


    미국의 뛰어난 기술을 빠르게 흡수해 복제하던, BAT(바이두, 턴센트, 알리바바)로 대표되는 IT 1세대와 이 젊은 부자들로 대표되는 IT 2세대는 완전히 다르다. 이들은 퍼스트 무버 전략으로 없던 시장을 만들고(리우슈어-원청후이), 거대한 공유 택시 사업체들을 모조리 인수해버리며(디디추싱-청웨이), 버블티와 밀크티가 판치는 레드 오션에서 '치즈폼 밀크티'라는 제품을 개발하고 독자적인 브랜드로 승부수를 띄워 세계로 뻗어가고(시차-녜윈천), 드론계의 애플로 불리며, 세계 드론 특허의 70프로를 가져가 버려, 세계의 기술자들이 그들에게 손을 벌리게까지(DJI-왕타오) 한다. 


    그런데 이러한 결과들만 알게 되었다면 사실 놀라는데 그쳤을 것이다. 마음에 울림까지 받지는 않았을 텐데, 이 책을 읽으면서는 이들의 성공이라는 장막 뒤에 얼마나 많은 밤샘과 더 나은 기술로 발전시키기 위해 끝도 없는 재시도, 적은 수입으로 버티던 시간들이 농축되어 있는지 들여다 볼 수 있었기에 무언가 마음에 끓어오르는 게 달랐다. 


    그리고 마치 처음 상해에 교환 학생을 갔을 때, 내가 지금껏 자라온 세계관이 미국 중심적 세계관이었다는 것을 깨달아 가치관 전체가 뒤집히는 것 같은 기분을 느꼈을 때와 같은 느낌을 이 책을 읽으면서도 느꼈다.




    2~300년  안에 세계 초강대국이 된 미국이 이제는 성공, 자기계발학의 '성숙기'(?)에 접어들고 있다면, 이 책에 드러난 중국 젊은 부자들의 성장 궤도는 제각기 달라 한 명 한 명이 몸소 '성공에 통하는 단 하나의 방정식이란 없다'를 말해주고 있는 듯 했다.


    사실 한 명 한 명의 성장 스토리가 너무 인상 깊어서, 다 요약하고 싶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인상 깊었던 인물들은 4명이었다. 중국의 우버이자, 빅데이터 기업으로 성장하고 있는 구글과 경쟁하겠다는, 택시 승차 공유 플랫폼 디디추싱의 창업가 청웨이가 첫번째였고, 작은 휴대 전화 매장을 망해 본 경험 이후로 중국 SNS에 엄청난 바이럴과 매장 마케팅 등으로 스타벅스에 버금가는 치즈 밀크티 카페를 세운 시차의 녜윈천이 두번째였다. 하루 한 끼 온전히 먹는 것이 온 가족의 소원이었던 가난한 가정에서 태어나 중국 최대의 IT 첨단 온라인 교육 기업을 설립해 학교 외의 장소에서도 누구나 양질의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한 장방신, 마지막으로 여자 친구와 학교 앞에서 QR 코드를 읽히면 목소리가 나오는 엽서를 팔다가 선물을 추천해주는 플랫폼으로까지 확장시킨 리우슈어의 원청후이였다.


    이 넷이 인상 깊었던 가장 큰 이유는, 13명의 중국 젊은 부자들 중에서도 이들은 명문대에 들어갈 정도로 한 분야에 수재이지도 않았으며, 실패와 역경도 겪었지만 그에 굴하지 않고 자신들의 직감과 시장이 자라날 방향, 소비자들을 대하는 태도 등을 익히며 성장해냈다는 점이었다.



그리고 그런 '태도' 면에서 가장 소개하고 싶은 인물은,
개인적으로 디디추싱의 청웨이다. 

    청웨이는 학점에 맞춰 대학을 들어가, 발마사지 숍을 비롯해 7개의 직장을 전전했다. 이후 무작정 알리바바데스크에 찾아가 알리바바에 입사하게 되기까지, 어떻게 보면 정말 별 볼일 없고, 어쩌면 근성도 없는 평범한 청년이었다. 하지만 이후 알리바바에서는 8년 동안 밑바닥 영업 사원에서부터 알리페이 B2C 사업부문장까지 승승장구했고, 미래가 보장된 29세에 가지고 있던 10개의 사업 아이템 중 모든 사람들이 가장 반대했던 택시 호출 플랫폼을 기획하기 시작했다. 다들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지만, 청웨이가 믿고 있었던 한 가지는, '그가 생활 속에서 느끼는 불편함'이었는데, 물론 모두의 예상대로 시작도 순조롭지 않았다. 택시 기사들이 앱을 다운 받아 사용하게끔 하기 위해 189개의 회사를 다니며 설득해야 했고, 그나마 주어진 시간은 15분 정도가 다였다. 그렇게 그나마 16명의 택시 기사를 모으자 이번에는 승객이 없어서, 사람을 고용해 베이징 곳곳에서 택시를 부르게 시킬 정도였다. 그러다 한 번 시내에 큰 눈이 내렸다. 청웨이의 근성과 노력에 감복한 하늘이 내린 기회였는지, 하루에 1000건의 호출이 생겼고, 디디추싱의 전신이었던 디디다처는 앱을 수요에 맞게 수정해 나가며 폭발적인 성장을 이루게 된다. 그리고 역경은 그에 그치지 않았다. 복제품이 많은 만큼, 지적 재산권에 있어서는 비교적 유한 사회적인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는 중국인지라, 디디다처의 경쟁사들도 속속들이 생겨났고, 미국의 우버까지 시장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청웨이는 뛰어난 전략가를 영입하며, 경쟁사들을 하나하나 인수해 나가 디디추싱이라는 거대 기업으로 탈바꿈시켜 버리고 만다. 


    청웨이의 이야기가 이럴 진대, 다른 젊은 부자들의 이야기는 어떨까? 


    저자분들께서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미국의 유명한 기업가들의 일화들도 섞어 가며 이야기를 전개해 주기 때문에 마치 소설책 읽듯 몰입해서 쭉쭉 읽을 수 있었는데, 하나 같이 '열정과 근성'으로 똘똘 뭉친 노력형 인재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DJI의 왕타오는 '기술력'이 핵심이라며 하루에 20시간씩 몰입해 일을 하기도 했고, 로욜의 류쯔홍도 16시간씩 일하며 해외의 대기업들이 십여 년은 걸린 폴더블 디스플레이라는 기술을 6년 만에 완성 시켜 갔다. (하지만 여기에서 핵심은, 그들의 원동력은 몰입을 통한 에너지 분출이었다는 것에 있다.)


    또 중국이 엄청나게 무서운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는 사실은 알았지만, 사실 거시적인 차원에서 뉴스로 중국을 추상적으로 접하는 우리는 그 저력이 중국 정부의 막대한 투자와 강력한 리딩 등이라는 것만 어렴풋이 알 뿐이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는, 중국의 그 무서운 저력은 물론 정치, 경제적인 국가의 뒷받침도 있었겠지만, 사회적인 시선이나 주어진 환경에 굴복하지 않고 묵묵히 자신이 옳다는 소신을 믿고 혁신을 이뤄낸 개개인들 덕분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게다가 그 20, 30 개개의 혁신가들은 미국이나 유럽 등지의 젊은이들처럼 스티브 잡스 등의 성공 신화를 읽고 자라난, 글로벌 감각과 세계를 무대로 삼는 포부에 대해 익숙해, 돈과 권력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인류를 위해 기술을 만들고 활용해야 한다는 것을 아는 세대이다. 저자 분께서 이 정도로 추려낸 젊은이들이 13명일진데, 책에 드러나지 않은 어마무시한 다른 젊은 부자들은 어떠할지 궁금해지면서도, 앞으로 이 젊은이들이 만들어 갈 중국의 경제 질서, 중국을 넘어선 세계 질서를 생각해 보게 되었다. 그리고 앞으로 우리가 겪을 그 새롭게 개편된 질서는 아마 지금껏 우리가 한 번도 겪어보지 못했던 소용돌이일 것임을 예상하게 해주기도 했다. 


    (현재 중국은 신중국 설립 100주년인 2049년을 기점으로 세계 최고의 최첨단 기술 강대국이 되고자 하며, 세계 AI 포럼을 상해에서 개최해 일론 머스크를 비행기로 불러다 마윈 옆에 앉힐 정도다. AI 알고리즘의 먹이라고 할 수 있는 빅데이터는 중국 내 펼쳐진 각종 인프라를 바탕으로 무서운 속도로 쌓이고 있을 뿐만 아니라, 중국은 정치적으로도 미국과의 무역 전쟁에서도 밀리지 않는 위세를 보인다.)


    저자는 몽골 제국과 로마 제국의 역사 속에서 오늘 날 중국의 모습을 볼 때가 있다고 할 정도인데, 나 역시 개인적으로 우리나라도 이제 다시 고려 시대와 조선 시대 때 그랬듯, 사절단을 보내 중국의 문물(특히 기술)을 들여와야 할 때가 아닌가 싶었다. 


    실리콘 밸리에만 있는 기업가 정신은 더 가까운 중국의 선전, 광저우, 베이징 한복판에서도 피어나고 있었고, 엄청난 수의 타겟 사용자, 내지는 소비자를 대상으로 빠르게 실험하며 혁신에 혁신을 거듭해 이전에는 상상도 못했던 새로운 시장들을 만들어 내기까지 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렇게 기술들을 들여오기에 앞서, 이 책을 통해 우리나라의 열정과 꿈 많은 젊은이들의 중국 혁신가들의 유연하면서도 전략적이고, 뚝심 있는 자세들을 먼저 배웠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아래에는 책을 읽고 내가 느낀 중국 젊은 부자들의 공통점을 정리해 보았다.




<중국 젊은 부자들의 공통점>


1) 전체 12명의 부자들 중 8명은 흙수저거나 아웃사이더였다. (중국에서 흙수저라 함은 딱히 별 볼일 없는 평범한 집안에서 태어났거나, 심지어는 농촌 출신에 밥 한끼 제대로 먹는 게 소원이었을 정도로 최하층을 의미하기까지 한다.)


2) 하지만 몰입해서 즐겁게 배우거나 공부할 수 있는 분야를 찾아다니기를 멈추지 않았다. (독서광이었던 장이밍-바이트댄스-은 생물학과에서 전자공학과로, 전자공학과에서 소프트웨어학과로 전과를 2번씩 하기도 했고, DJI의 왕타오는 더 나은 학교에서 기술을 배우고자 편입을, 핀둬둬의 황정은 미국 학교에서 원하는 과목을 배우기 위해 장학금 지원을 받아 환경을 바꾸기도 했다. 하지만 필요하다면 학업을 중단하는 것도 과감히 선택했다. 쾅스커지의 인치는 인공 지능 개발에 더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해, MIT 박사 학위 중단, 잘나가던 게임 회사의 방향을 트는 것도 서슴지 않았다. 리테시 아가왈(인도)은 이론이 아닌 현실을 배우기 위해 결혼 못한다는 어머니의 만류에도 중퇴를 결정했다.)


3) 주변에서 실현시키기 힘들다고 일컬어지는 서비스/제품이더라도 스스로 불편함에서 출발했거나, 커나갈 시장의 가능성을 확신했다면 멈추지 않았다.


4) 필요하다 여겨지는 인재를 유연하고 과감하게 영입했다.


5) '안 될 것도 없다'는 마인드로 '될 때까지 했다' (GRIT)


6) 빠르게 고객의 피드백을 반영하고, 충성 고객들 위주로, 잘 하고 있는 핵심 사업 분야 하나를 확실하고 탄탄하게 다져 두고 그 후에 제품이건, 사업이건 확장했다.


7) '단 하나뿐인 브랜드'가 되기 위해 노력한다. (DJI, 바이트 댄스, 시차, 오요, 리우슈어 등)


8) 조언을 구할 수 있는 롤모델을 찾았고, 인연을 이어 나갔으며, 이후 사회에까지 환원했다.


9) 레드 오션이라면 변방에서부터 중심부로 향한다던지, 포지셔닝을 새롭게 한다던지 다른 전략을 취했다.


10) 마지막으로 실패에 좌절하지 않고, 배움의 기회로 삼아 배움들을 눈덩이처럼 불려나갔다.


11) 대륙만큼이나 큰 꿈. 그 큰 꿈에 있어서는 타협하지 않는 기질. 우리나라 교육 아래에서 처럼 똑같이 큰 꿈을 꾸는 법 따위는 배운 적 없는 사람들이었지만, 남과 비교하지 않고(한 자녀 정책의 작용도 있었을까?), 무모하게 큰 꿈들을 꾸었다.







    이 밖에도 이 책을 통해서 더 깊게 느꼈던 것은 스트릿 파이터들의 경험치는 역시 엄청나다는 것이었다. 미국의 유명한 기업가들도 어렸을 때부터 작은 것이라도 팔아보는 기회를 가졌 듯, 중국의 기업가들도 뭐라도 팔아보는 경험에서 재도전하며 성장해 나갔다. 그리고 그런 측면에서 중국과 우리나라가 가장 다른 점이라고 느낀 것은 놀랍게도 '교육'과 '교육을 바라보는 측면'이었다. 우리나라에서도 회사에 들어가기 위해 경영학과를 선택하는 경향은 높다. 하지만 그렇게 교수님들로부터 배우고 있는 경영학 지식이 '이론'이라는 것을 거시적으로 깨닫고, 실제 경험을 통해 실패한 데에서 다시 도전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더 득이라는 것을 깨닫는 경향은 아직 많지 않은 것 같다. 정말 창업을 하고 싶다면, 단 한 번이라도, 내 손으로 만든 무언가를 세상에 내놓아 팔아보고, 그 판매를 통해 배우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또 정부 측면에서의 스타트업 투자에 관해서도 다시 생각해 보았다. 정부의 다양한 지원 사업들이 있지만, 그 지원 사업들은 어떤 사업이 망하거나 망하지 않을지 가늠하는 잣대로 활용되어서는 안 되지 않을까라고 생각했다. 물론 귀한 세금이니 만큼 알맞은 곳에 씌여야 하는 것은 맞지만, 그 평가의 방향이 사업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이론적인 잣대를 들이 밀며 어느 한 팀이라도 떨구려 할 것이 아니라, 누가 진정성 있게 제대로 된 기업가 정신으로 사업을 꾸리고 지속시키며, 경제와 사업, 직원 모두의 발전을 위해 노력할 것인지 최대한 알아보고, 테스트 배드가 되어주어, 실패를 하더라도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코칭을 해주고, 실패 후에 다시 도전해 더 큰 성공을 일굴 수 있도록 하는 사회적 안전망이 되어주어야 하는 게 더 맞지 않나 싶다.


    '장병규의 스타트업 한국'이라는 책에서도 나왔듯이, 벤처 투자자들이 투자를 통해 이익을 보는 스타트업은 극소수다. 스타트업의 90프로는 망하기 마련이며, 투자한 금액은 극소수의 성공한 기업들로부터 회수한다고 할 정도이니 말이다. 그 정도로 어느 사업이 망할지 망하지 않을지는 정말 누구도 모르는 일일 수 있다. (망한다고 하는 사업도 성공하거나, 꼭 성공한다던 사업이 망하기도 하는 수많은 사례들 때문이다.) 그러니 이런 특성상, 중국 정부가 엄청난 지원을 해주고 있는 것처럼, 혹은 중국의 젊은 부자들이 좋은 멘토들을 만났을 때 엄청난 정신적 지원을 받았던 것처럼, 정부도, 교육 제도도 인재들의 가능성을 더욱 보고, 더 많이 지원해주고, 실패가 실패로 끝나지 않도록 도와 줄 수 있어야 한다.


    물론 이 책에 나타난 중국의 젊은 부자들의 성공, 성장 스토리를 우리나라에 그대로 들여와 적용하기에는 무리인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중국과 우리나라는 걸어온 역사도 다를 뿐 아니라, 사회 시스템, 분위기, 교육제도도 면밀히 뜯어 보면 다른 부분이 많아서, 개별적인 요소들의 복합적인 작용을 통해 탄생한 결과물을 공식처럼 개개인에게 들이밀기에는 무리일 것이다. 


    다만, '중국에는 인권'이 없다고 종종 말하는데, 나는 오히려 이 책을 통해 '우리나라에도 인권'이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바로 '바보같고 어이 없더라도 자신이 좋아하는 길을 찾고, 그 길을 따라 걸어가는 것을 용인해주는, 꿈 꿀 권리'로서의 인권이 그것이었다. 중국은 꽌시가 중요하지만, 다른 사람의 일에 훈수를 두거나 꼬치꼬치 개입하며 눈치 주는 등, 동질성을 강요하는 문화가 없다. 워낙 땅덩이가 넓고 각종 소수민족도 함께 모여 살기에, 개개인이 다르다는 것을 기본적으로 인지하고 있으며, 누가 어떤 선택을 하든 개인적인 선택이라고 생각하고 만다. (단점으로는 그만큼 남에게 무관심한 측면?도 있을 때가 있는 것도 같지만, 그런 무관심은 어느 문화에나 존재하는 측면이 있다고 본다.)


    그리고 '흙수저'라는 프레임. 우리나라에서 더는 없어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언어가 영혼을 담는 그릇이라고 하듯, 다른 나라의 말을 쓰면 성격이 달라지기도 하고, 우리가 자주 사용하는 언어 습관에 따라 마음 가짐이나 태도가 달라지기도 한다. 그 정도로 언어는 중요하고, 우리 사고의 틀을 거꾸로 형성하기도 하는데, '흙수저'라는 비관적인 프레임으로 우리 자신을 더 비참하게 옭아매진 않았으면 좋겠다. 중국의 젊은 부자들, 많은 역경과 고난을 극복하고 다른 사람에게 영감을 주는 중국 이외 국가들의 많은 인물들은 태어날 때부터 주어진 무언가를 직시는 하되, 비관적으로 계속 그 상황에 머물기 보다 다른 할 수 있는 것들을 찾아 즐겁게 몰입했다. 물론 그러면서 좋은 교육의 기회들을 찾아가 지적, 경험적 성장을 이끌어줄 멘토들을 만날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았고, 그렇게 도움을 요청할 수 있을 정도로 겸손했다.


    그리고 1만 시간의 법칙이며, 일주일에 80시간씩 일하는 창업가의 전설같은 스토리며.. 엄청나 보이는 말은 많지만, 그 기저에는 '자신이 진정으로 좋아하는 일'을 먼저 찾았다는 전제가 있다는 것이 더 알려졌으면 좋겠다. 그리고 좋아하는 일이 무엇일지는 각자가 해온 일들을 되돌아 보면서, 아주 작은 행동에서부터 단서를 찾아 점을 이어나갔으면 좋겠다. (예를 들어, 나는 개인적으로 글쓰기를 취미로 하고 있고, 할 때마다 행복해 하는데, 최근까지 글쓰기를 이렇게까지 좋아한다는 점을 알지 못했다. 그런데 어떻게 발견했냐면, 초중학교 시절이라는 과거를 돌아봤을 때 친구들과 밤을 새워 가며 릴레이 소설을 쓰거나, 혼자 창작해 내는 이야기를 끝맺으려고 밤을 새울 때에는 몇 시간도 10분처럼 느껴지던 때를 떠올릴 수 있었다.)


    인상 깊은 책이었던 만큼 말이 많아졌는데, 사실 결론은 하나다.

    

    지금 이 책을 집어든 당신이 10대, 20대, 30대라면. 중국의 젊은 부자들과 자신을 비교하기 보단, 자기 자신의 과거를 돌아보며, 내가 언제 가장 반짝반짝했고, 무엇을 가장 좋아했고, 지속하고 싶었는지 자신의 이야기 안에서 단서를 찾아 자신만의 성장 스토리를 써나갔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 방향이 내 주변을 밝히는 것도 좋지만, 기왕 글로벌 시대에 더 크게 세상을 밝힐 만한 아이디어를 생각한다면 더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당신을 제한할 수 있는 것은
당신 자신의 생각뿐이라는 말이
결코 틀린 말은 아니다.
달리 말해, 당신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것도
당신 자신이다.

    요즘 같은 글로벌, 기술 발전의 시대에 더는 언어 장벽은 문제가 아닐 수 있다. 아이디어와 그 아이디어를 현실화 시킬 수 있는 실행력, 용기, 끈기, 피드백을 수용할 수 있는 능력 등을 기른다면, 우리도 중국과 미국이 성장하는 것을 조금은 더 흥미롭게 지켜볼 수 있지 않을까? 


    오요의 인도 창업가 리테시 아가왈처럼, 그 나라 문화의 이방인이더라도, 이방인이기 때문에 가져올 수 있는 관점은 분명히 있을 것이고, 어느 문화에나 통하는 기본 상식 또한 분명히 있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우리나라 발전의 염원을 담아 이 책을 써주신 저자분들의 닫는 말에서처럼, 우리나라의 가능성 많은 젊은이들도 중국과 미국의 성장을, 그 커다란 두 시장의 성장을 흥미롭게 지켜보며, 칭기즈칸이 몽골 제국을 만들었듯, 언젠가 우리도 중국과 미국 시장에 다 통하는 무언가를 생산해 내어 물리적인 국경을 뛰어넘는 통합을 이루어 버리기를 기대한다.

    



    마지막의 정말 마지막으로, 가장 흥미로운 부분 중 하나였던 인치의 말로 이 서평을 끝맺고 싶다.


"서양 사람들은 많은 것을 표준화시키려고 합니다. 심지어 우수하다는 정의까지도 표준화하려 하지요. 많은 젊은이들이 투자 은행에 취업하는 것을 선호하고, 복장부터 생활방식까지 비슷합니다. 하지만 나는 자유롭고 싶습니다."


    이 서평과 앞으로 읽을 이 책을 통해 당신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이는 누구일지, 생각해 보았으면 좋겠다.










이 책에 등장하는 13명의 중국의 젊은 부자들

DJI 왕타오, 80년생

바이트댄스 장이밍, 83년생

쾅스커지 인치, 88년생

로욜 류쯔홍, 83년생 

디디다처 청웨이, 83년생 

핀둬둬 황정, 80년생

시차 녜윈천, 92년생

베이베이왕 징량룬, 86년생

오요 리테시 아가왈(인도), 93년생

리우슈어 원청후이, 93년생

다이웨펑 위자후이, 82년생

하오웨이라이 장방신, 80년생

클룩 에릭 녹 파, 87년생



이 책을 추천해주고 싶은 대상

- 실리콘 밸리형 성공 스토리들을 넘어 중국형 자수성가 스토리가 궁금한 사람

- 린하게 사업을 꾸려나가고 싶은 스타트업 준비생, CEO. (특히 글로벌 기업을 꿈꾸는 대한민국의 열혈 청년들)  > 이 책에 수록된 중국형 젊은 부자들의 투지와 재도전 스토리들은 창업 '이론편'이 있다면 '실전편'이다.

- 중국의 사업 문화, 빠르게 성장하는 중국식 혁신 문화, 소비자 중심 철학을 실현하는 전략 등을 배우고 싶은 사람.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요약] 작가를 위한 집필 안내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