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취는 팩트로 겸손하게 표현하되, 당당하게 자신의 의견을 낼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과 그것을 인정해 주는 문화 모두 중요하죠.
아이러니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미국에 와서 회사 동료들과 대화하며 느낀 게, 이들은 당당한데 겸손해요. 이것도 일반화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저와 같이 일하는 사람들은 그런 것 같아요. 본인 의견을 내되, 내기 전에 "이런 것도 생각해 봤을 테지만~" 내지는 "내가 괜히 긁어 부스럼 내는 건 아닐까 걱정되지만 (I hope I'm not opening a can ofworms)~" 등의 말을 붙여가며 부드럽게 얘기해요. 제가 상사와 얘기할 때는 당연하겠지만, 제 상사도 저한테 얘기할 때 이렇답니다. 그래서 한국에선 상사의 의견과 반대일 경우 혼자 간직하곤 했는데 여기선 저도 분명히 의견을 내게 되었어요. 설령 의견이 반영되지 못해도 상사는 "좋은 의견이다. 분명 고려해야 할 점인데, 아직은 때가 아니니 그 점은 잠시 미뤄두고(put in a parking lot) 후에 다시 얘기해보자(revisit) " 라며 존중해 주어요.
미국이라면 자기 과시나 자랑도 있을 것 같고, 자기 PR도 잘 할 것 같은데 그렇지는 않나요?
물론이죠, 자기 PR 중요해요. 근데 이걸 겸손하게 해야 해요. 자만심과 자존감의 차이랄까. 잘난 척, 큰일을 이룬 척 내세우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성취한 건 팩트로 표현을 하고, 이것을 성취하기 위해 도움을 준 모든 사람들의 공을 알려요. 저도 아직 자기 PR은 소극적이라 변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자신이 가진 실력’ 이 있어야 하고, 자기 자신을 PR 할 줄 알아야 해요. 그게 없는 사람은 무시당하는 경우가 있긴 있어요. 그게 인종 차별의 범위는 아니라고 생각하지만요. 그건 미국에서뿐만이 아니라 어느 나라, 어느 회사에도 다 존재한다고 생각해요. 자신을 PR 할 줄 모르면 손해를 많이 볼 수밖에 없고요. 저는 늘 사람들과 이야기하고, 학생들을 가르칠 때 항상 하고 싶은 이야기가 한국은 겸손이 미덕인 문화라, 회사에서 아랫사람이 튀어도 안 되고, 아는 척을 해서도 안 되지만, 미국 업무 문화는 또 다르다는 거예요. 우리는 회의 시간에 중요하지 않은 이야기를 잘 안 하려고 하고, 업무상 중요한 이야기만 던지려고 준비하잖아요. 중요하지 않은 이야기를 해서도 안 되고요. 그래서 외국 사람들이 회의하는 걸 보면, 이렇게 되죠. 저 사람은 남들이 다 아는 바보 같은 이야기를 왜 또 할까?
그런데 미국은 문화가 다르기 때문에, 반대예요. 중요하지 않아서 난 가만히 있는 건데, 미국 사람 눈에는 이 단순한 이야기도 말을 안 하는 저 사람은 못 알아듣고 있는 거라고 비춰져요. 중요하지 않은 이야기라고 가만히 있으면 안 되는 거죠. 가만히 있으면, 그 사람은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 되고, 대화에 참여하지 못하는 사람이 되는 거예요. 따라서 자신이 이 회의를 따라가고 있다는 게 인식되려면, 자기가 생각하는 건 어떤 이야기든 정확하게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해요. 자신이 묻고 싶은 것은 물어보고, 이해 못한 건 이해 못했다고 말해야 하고, 자신이 생각하는 건 정확하게 표현할 줄 알아야 하죠, 언제든지. 우리나라는 그렇게 교육을 받지 않기 때문에 바로 그렇게 하기에 힘든 점은 있어요. 그런데 미국 사람들은 이렇게 말해요. “멍청한 질문이라는 건 없어요(There are no stupid questions.)” 언제든지 뭐든지 질문하고 표현하는 게 중요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