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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미셸 Michelle Apr 23. 2017

왜 꼭 행복해야만 하나요? -2-

할리우드 배우&작가 : 에스터 채님

-2-

#예술가로서 창조적인 힘을 유지하시는 방법

#진로나 삶의 멘토

#배우나 작가가 되기 위해 학부 때부터 하면 좋을 준비

#미국에서 배우를 하고 싶다면

#하고 계신 일을 학생들에게 추천해 준다면

#지향하는 가치

#지금 행복하신가요?



#예술가로서 창조적인 힘을 유지하시는 방법

지금의 자리에 오시기까지, 많은 드라마, 광고, 연극, 1인극 등을 경험해 오셨는데요. 심지어 1인극으로는 4명의 서로 다른 여성들을 연기하는, 북한 여성 스파이에 대한 작품도 제작하셨었습니다. 배우나 예술가로서, 어떻게 창조적인 힘을 유지하시나요?

  아주 좋은 질문이기도 하고, 어려운 질문이기도 하네요. 예술가는 여러 방면을 통해서 창조성을 얻는데요, 오디션은 에이전트가 찾아서 주는 것이기 때문에 오디션은 보면 되는 거예요. 그런데 배역을 맡고 난 후에 그 역할을 어떻게 전달할지는 배우의 책임이라, 훈련을 통해서만 할 수 있는, 전문적으로 해야 하는 아무도 못하는 영역이기도 하죠.

  또 어떤 일을 창의적으로 하느냐고 질문을 하셨으니, 과거를 회상해 보면요. 제가 쓴 1인극인 ‘그리하여 화살은 날아가고(So theArrow Flies)’는 특별한 계기가 있었어요. 저희 엄마가 몸이 많이 편찮으셨던 점, 아시안-아메리칸으로 예술 계통 일을 하면서 불만이 많았던 점 등이 시발점이 되어서, 여러 사건들이 누적이 되면서, 글이나 대본, 작품으로 승화가 되었어요. 또 어떤 일들은 제 개인적인 일이니, 누적이 되어서 제 안에 그대로 있고요. 학문적으로 읽고 공부한 것들은 리서치 퀘스쳔으로 남아 있고요. 많은 경우에는 동료들과 이야기를 하면서 어떻게 다음 단계를 가야 할지 의논하면서 창의성을 기르기도 하는 거죠.




#진로나 삶의 멘토

 저와 교감이 되는 사람들은 다 멘토예요. 저는 지금 한국의 젊은 여성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잘 모르니까, 미셸 씨가 제 멘토가 되는 거고요. 제 공식적인 은사님들과는 말을 자주 하지는 않아요. 그래도 ‘오, 역시 어떤 좋은 작품을 올리셨구나’ 지켜보면서 필요하거나 조언을 구해야 할 때, 찾아뵙고요. 가장 중요한 건 제 계통에 있지 않은 분들과 교류를 할 수 있도록 계속 연락을 취하는 거죠. 그런 친구들도 제게는 멘토고요.



#배우나 작가가 되기 위해 학부 때 하면 좋을 준비

공식적으로 인문학을 공부하지 않아도, 인간에 관한 공부를 전반적으로 한다면 어떤 전공이라도 창의적인 작가나 배우가 되기에 적합할 것 같아요. 인류학, 문학, 예술, 수학, 음악 뭐가 되었든요. 어떤 전공 선택을 하나만 하는 게 아니라, 우리의 역사, 인류 자체에 대해서 공부할 수 있는 여러 가지를 공부하면 좋을 것 같아요.



#미국에서 배우를 하고 싶다면

 가장 먼저 중요하게는 시민권자나 워킹 비자를 확실히 준비를 해서 합법적으로 일할 수 있는지 알아보는 거예요. 또 LA이건 뉴욕에 와서 액팅 패스(Acting Pass)를 받아야 해요. 시스템도 너무 다르고, 기대 수준도 달라서요. 무대, 영화, TV 어디에서 일하는지에 따라 성향이 다르죠. 또 인턴십이 가장 좋은 길인데, 법적으로 어떻게 대우를 받고 일을 하고 공부를 할 수 있는지 우선순위로 알아봐야 하는 거죠. 그게 해결이 되면, 직접 부딪히면서 동료들을 만나고, 선생님들을 만나 뵙고 하면서 다양한 길들을 볼 수 있게 될 거예요. 또 관련해서 수업을 들을 수 있는지도 알아보고요.

 오디션만 나가라고 할 수는 없고요, 영어가 아주 수월하지 않고, 고유의 악센트가 있어도 의사 표현만 잘할 수 있으면 그건 괜찮아요. 하지만, 네이티브처럼 영어를 할 수 없다면, 내가 할 수 있는 역할들에는 이런 것들이 있겠구나라고 인지하는 건 중요하죠. 또 구체적으로 여기 왔을 때, 진짜 뭘 얻고 싶은 건지 목표를 잡는 게 중요해요. 갑자기 오자마자 할리우드에서 일해보고 싶다는 건 너무 포괄적이니까. 더 큰 물에서 놀아보고 싶다든지, 더 좋은 교수님께 배워보고 싶다든지, 혹은 여기서 내가 합법적으로 다른 일을 하면서 부업으로 연기를 하고 싶은 건지.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구체적인 계획을 가지고 오지 않으면, 원체 큰 물이라서, 혼자 오게 되면 연이 없으니까 힘들 수도 있어요. 그래서 앞서 말한 준비들이 꼭 필요한 것 같아요.      





#하고 계신 일을 학생들에게 추천해 준다면

 모든 성향의 학생들이 자신이 원하기만 한다면 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에 제 쪽에서 어떤 성향의 학생이라고 추천하기는 어려울 것 같아요. 왜냐하면 굉장히 소극적이거나 내성적인 연기자들도 많거든요. 꼭 무대에 나가서 튀고 끼가 있어야만 배우가 되는 게 아니에요. 또 굉장히 활달하고 스포츠를 좋아하는 작가가 있을 수도 있고요. 예술가가 된다고 해서 어떤 고정적인 성향일 필요는 없을 것 같아요.



#지향하는 가치

지금은 미국 선거 바로 직후여서 요, 제 개인적인 가치관이나 예술적으로 지향하는 가치관은 ‘예술 내에서의 다양성, 모두의 평등’ 등이 되겠네요. 개인적으로 굉장히 걱정하는 부분은 그런 가치들이 훼손될까 봐에요. 지난주에는 가족들과 함께 ‘트럼프 반대’ 집회에 참여했었는데요, 저는 언제나 시민으로 그런 곳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걸 소중하게 생각해요. 그래서 그런 가치는 시민으로서, 예술가로서 중요하게 생각하죠.


집회는 어떠셨나요?

엄청 컸고요. 개인적으로는 굉장히 화가 나는 일이었어요. 인권이 위협받을 수 있다는 생각만으로도 그런데, 미국이 전 세계를 연결 짓는 힘을 가진 국가라는 점에서는 문화적, 사회적, 국제적, 국가적으로도 큰 일이라고 생각하죠. 그리고 그걸 목격하는 것 자체가 굉장히 슬픈 일이었죠. 몇 만 명인지는 모르겠지만 LA 도심을 꽉 채울 정도였으니까요.


시민권자이신가요?

네 맞아요. 저는 미국에서 태어났고, 한국에서 자랐어요. 그래도 미국 시민권자이지만, 한국에서 살게 되었더라도 이런 정치적인 이슈에는 목소리를 내는 사람으로 살았을 것 같아요. 어디에서 사는지에는 관계없는 일이니까요. 유학생이라고 해서, 잠깐만 공부하다가 가는 사람이 아니라면, 정치는 모두에게 영향을 미치는 부분이니까요.





#지금 행복하신가요?

 지금 이 순간은 굉장히 즐거워요. 이렇게 친구처럼 만나서 밥을 먹을 수 있고, 해변가를 걸을 수도 있고요. 물론 삶 전체를 놓고 보면 업 앤 다운이 있을 수 있는데요. 저는 이 질문도 입체적으로 생각해보고 싶어요. 매 순간 행복한 사람이 있을까요? 그리고 이런 질문을 받으면 행복하지 않더라도 행복하다고 생각하게 되지, 정말 행복하지 않다고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요? 어쨌거나 저는 ‘지금’은 행복해요. 그래서 왜 이런 질문을 하게 되었는지, 미셸 씨 내면의 답을 생각해보면 좋지 않을까 해요.


  에스더 님은 또 다른 프로젝트를 위해 일찍 자리를 떠나셔야 했지만, 배우의 모습으로, 작가의 모습으로, 또 거리에서 의견을 표출하는 시민의 모습으로 세상에 표현하는 ‘열정’은 온기가 되어 자리에 남았다. 특히 인터뷰이님으로부터 ‘왜 행복에 관한 질문을 하게 되었나요?’라는 질문을 들은 적은 또 처음이라 신선했다. 원래 삶은 행복하기만 한 건 아닌데, 나는 왜 그분들의 삶에서 행복을 찾고 있었을까? 에스더 님의 질문은 ‘왜 꼭 행복해야만 하는 거죠, 삶이?’라고 묻는 것만 같았다.
  나 스스로도 이번에는 ‘삶’에 대해서 우리나라 주입식 교육처럼 생각하고 있던 걸까? 삶에 정답이 있다고 생각해오며, 나는 마치 그 정답을 나도 모르게 ‘행복’으로만 한정 지어 온 건 아닐까? 솔직히 심란했다. 그래도 한 편으로는 이런 새로운 생각거리가 생겨 감사했다.




인터뷰를 마치며


  자국민도 무수히 많은 오디션을 거치는데, 인종적, 젠더적 차별로부터 완전히 자유롭지 않은 상황 속에서 할리우드 배우로 살아가는 일 역시 결코 녹록지 않을 수 있다. 그래도 에스더 님께서는 시민권자이시기도 했고, 또 미국 유명 대학교와 대학원에서 관련 전공 공부를 하셨다. 그런 배경이 없는 사람에 비해서 어떤 정보들에는 보다 접근성이 좋으셨을 것이다. 따라서 이 한 분의 삶을 보며 ‘우리 모두, 누구나 할리우드의 배우가 될 수 있어!’라고 말 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그러나 우리가 에스더님으로부터 본받을만한 점은 ‘할리우드 배우’로 살아남기, 혹은 직접 제작하신 ‘그리하여 화살은 날아가고’라는 1인극을 보며 예술가로 살아남기와 같은 생존 방법들이 아니었다. 에스더 님은 자신만의 삶도 살아가며, 끊임없이 ‘변화’에 대한 목소리를 내고 있었다. 거리에 나가 지향하는 가치를 위해 피켓을 들고, 할리우드의 불평등을 더 효과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테드 무대에 선다. 또 꿈을 이루기 위해 배우의 길을 가는 동시에, 나에게, 나와 같은 한국의 학생들에게, 에스더 님의 수업을 들을 학생들에게 ‘왜요?’라는 질문을 던져주고 있다. 결국 모든 걸 떠나 배울 점은 ‘멘토요? 저와 교감이 되는 모든 사람이 멘토죠’라고 말씀하시면서 함께 인터뷰를 하고 있는 인터뷰어에게 ‘멘토가 되어주기’도 하는 에스더 님의 진솔한 적극성이었다.





Michelle's Note

  화려한 레드카펫과 무수히 쏟아지는 플래시 라이트, 그 위를 걷는 화려한 드레스의 미녀들과 턱시도의 미남들을 할리우드 스타들의 전형으로 생각했다. 그건 비행기에 오르기 전, 백인으로 대표되는 할리우드 영화인들을 자연스레 내 안의 가치관으로 소화시키고 있었던 내 모습이었다. 지금도 ‘영화배우’ 혹은 ‘미국’이라고 하면, 라라 랜드의 ‘미아’나 ‘세바스찬’과 같은 동화 속 주인공들이 먼저 떠오른다. 현실은 달랐다. LA 공항에서부터 안내 데스크에는 코에 달랑거리게 안경을 쓰신 인도인 할머니가 있었고, 동전을 거슬러 주는 캐셔는 레게 스타일로 머리를 땋아 올린 흑인 남자였다. 식당 종업원은 히스패닉일 때도, 백인일 때도 있었고, 호스텔 주인의 아들은 유치원생인데, 우크라이나에서 이사를 왔지만 세계 각국에서 온 아이들과 어울려 놀며 서로를 ‘아메리칸’이라고 불렀다. 미국 시민권자(US Citizen)라는 이름 아래 총 천연 빛 사람들이 거리를 활보하는 주토피아 현실판이었다. 중부는 가보지 않아서 다를 수 있지만 적어도 LA는 그랬다. 그리고 이렇게 다양한 사람들이 어우러지는 곳이 미국이고, 이런 다양성이 미국의 저력이겠구나 싶기도 했다.
  그런데 곱씹어 보면, 이렇게나 다채로운 LA 전경이 스크린에는 전부 드러나지 않고 있었다. 현실이 다 반영되지 않은 일부가 ‘미국’이라는 브랜드의 전체인 양 전 세계에서 소비되고 있음이 흥미로웠다. ‘소비’는 수요와 공급이 일치할 때 일어난다.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겠지만 우리도 모르게 영화와, 미디어를 통해 획일적인 ‘백인’의 이미지를 평균처럼 받아들이고 그 이미지만을 원하고 있지는 않은지 생각해 볼 만하다. 어떤 기사에서 한 번은 인공지능에게 ‘사람’의 이미지를 그려보라고 했더니, ‘백인 남성’의 얼굴을 합성해 와서 논란이 일었다. 기계가 인종 차별을 하는 게 아니라, 기계는 사람들의 인식을 반영했을 뿐이라는 의견이 떠올랐다. 생각들이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그렇다면 이처럼 나는 혹시 ‘행복’도 그렇게 획일적인 이미지로 생각해온 건 아닐까? 흥미로웠다. 사실 아침에 눈을 뜨고 목구멍으로 밥 한 술을 떠넘길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우리는 행복할 수 있다. 굳이 배낭을 들쳐 메고 전 세계로 뻗어 있는 산과 바다를 넘지 않아도, 비싼 물건을 사고 화려한 집이 없어도 행복할 수 있고, 거꾸로 행복하지 않아도 좋다. 우리는 너무 자주 '행복해야만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오히려 더 불행한 게 아닐까? 어쩌면 그냥 괴로우면 괴로운 대로, 슬프면 슬픈 대로, 혹은 때로 즐겁다면 즐거운 대로 그 순간에 머무는 것도 그럼 행복일까? 행복을 생각하는 관점이 하나 더 늘었다. 짭쪼름한 바닷바람이 살가웠다.

  인터뷰가 끝나고 산타 모니카 해변을 보니, 행복도 여기 펼쳐진 모래알만큼이나 자잘하고 다양한 모양이지 싶었다. 우리 눈에 보이는 남들의 행복은, 혹은 절대적인 행복은 ‘단 하나’ 같아 보여도, 그건 화면에 드러나는 미국의 모습만큼, 딱 그렇게 개미 발톱만큼 작은 부분일지 모르겠다.
  솨아- 소리는 똑같았는데, 파도의 모습은 달라 보였다. 커리어로 자아 실현을 하는 모습 속에서 ‘절대 행복’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싶어 나선 길에서 ‘절대적인 행복’은 애시당초 없었음을 배우고 있었다. 다시 답이 없어진 것 같아 살짝 두렵기도 했지만, 이젠 그럼 더 많은 행복의 모습을 볼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 보기로 했다.

  LA에서의 인터뷰 여정이 마무리 되고 있었다.

  행복은 현재와 관련되어 있다. 목적지에 닿아야 행복해지는 것이 아니라 여행하는 과정에서 행복을 느끼기 때문이다. -앤드류 매튜스


* 다시 한 번 깊은 생각과 풍성한 정보들로 미국 배우와 예술가의 세계를 소개해 주신 에스더 님께 감사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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