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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미셸 Michelle May 10. 2017

혼자 외딴곳에 떨어진 것 같나요?-1-

TED 모바일, 기타 플랫폼 총괄 디렉터 : 타냐 님

  뉴욕에 도착했다! 날은 쌀쌀했지만 아직 8시가 되기 전이었다. 시원한 뉴욕 JF 케네디 공항의 공기를 가슴 깊숙이 들이마셨다. 


JF케네디 공항. 뉴욕의 상징인 노랑 택시들이 보인다.


  뉴욕이었다. 맨해튼 시내까지 운전해준 우버 운전기사는 인도 사람이었고, 중간에 같이 카 셰어링을 하기 위해 차에 오른 여자분은 빨강 머리의 아이리쉬 같았고, 앞 좌석에 잠깐 탔던 사람은 히스패닉이었다. 맨해튼에 자리 잡은 숙소 아래층에는 그리스식 브런치를 파는 카페가 자리했다. 진짜 현지인과 어울려 보고 싶어서 잡은 숙소는 패션 스쿨을 다니는 프랑스 여대생 3명과 중국인 여대생 한 명이 함께 렌트해서 지내는 오래된 아파트였다. 중국인 친구가 다른 주로 여행을 가면서 방을 비워 둔 거였는데, 열쇠를 아래층 카페에 맡겨 놨다. 열쇠를 찾아 아파트 입구를 열었다. 4층에 방이 있었는데 계단은 가파르고 엘리베이터가 없었다. 캐리어를 포함해 배낭까지, 커다란 짐이 두덩이었다. 가을이라 다행이었다.


그리스 음식점이 아래층에 위치한 오래된 아파트



  옷장 밖으로 나와있는 옷걸이에는 쓱 봐도 다양한 옷들이 걸려 있었고, 장신구와 화장품이 정사각형 서랍 위에 즐비했다. 옷장 옆면에는 남자 친구와 함께 찍은 스냅사진이 다닥다닥 붙어 있었다. 방은 공간이 없어서 책상을 포기한 모양새였다. (학생이 책상을 포기하다니! 그것도 중국인 친구가! 반가웠다! 나도 집에서 책상 앞에 좀체 못 붙어 있기 때문에...) 침대는 메모리폼이었고, 캐리어를 집어넣고 가방을 바닥에 두자 나는 침대와 옷장, 옷걸이에 둘러 싸인 형국이 되었다. 히터가 돌아가고 있어서 공기는 건조해도 따뜻했다. ‘좁고, 낡고, 높지만 따뜻한’ 이내 게는 뉴욕의 첫인상이었다. (차마 방은 프라이버시 보호를 위해 찍을 수 없었다.)


뉴욕 지하철


  12시가 다 되어 가고 있었고, 테드 본사에서 만나 뵙기로 한 약속 시간은 2시였다. 근처에 코리아 타운이 있다는데 간단하게 끼니를 해결하고 미로 같다는 뉴욕 지하철에 올라보기로 했다. 그렇게 나는 몇 정거장을 헤맸다. 세계 지하철이 어디나 똑같겠지 생각하고 탔는데 오산이었다. 하하하. 알고 보니 같은 색이면 같은 라인이지만 종점에 따라서 알파벳으로 나뉘기도 했고, 우리로 치면 급행과 일반이 따로여서 역을 막 지나치기도 하는 것이었다. 어찌나 황당하던지. 또 Uptown 행과 Downtown행으로 나뉘어 있는데 내가 있는 위치를 기준으로 맨해튼(뉴욕 섬)이 세로로 긴데 위로 가는지 아래로 가는지에 따라 열차의 명칭이 달랐다. (그밖에도 여러 원리가 있는 것 같았다. ) 또 생명줄 같은 Wifi가 터지지 않았다! 지하철 안에서 진동하는 냄새보다도 이 와이파이가 더 당황스러웠지만, 그래도 덕분에 승객들의 패션들을 오래 구경할 기회가 생겼다. 큰 유행이랄 게 없어 보이는 게 저마다 개성 넘치는 스타일이었다.


지하철을 빠져나왔을 때
도시 중심부 곳곳에 위치한 공원들


  LA의 시간은 느리게 흘러갔다면 뉴욕의 시간은 몇 배로 빨랐다. 노숙자도 LA에서는 누워있었는데, 뉴욕에서는 걸어 돌아다니고 있었다. 골목골목은 자잘했다. 지하철도 급히 가야 하는 곳에나 타고 가지, 목적지가 세로로 펼쳐진 길 위에 있고 시간만 많다면 운동 겸 걸어 다녀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대신 거리 사이사이에 크고 작은 공원들이 위치해 있었다. 강아지들 도정 말 많았다. 오버 조금 보태서 거리의 사람 수만큼이나 있는 건 아닌지 싶었다.



  그렇게 돌아다닌 것 치고는, 천만다행으로 테드 건물 앞에 조금 일찍 도착했다. 질문지를 검토하고, 인터뷰이의 약력을 다시 한번 훑어보자는 생각에 건물 앞 스타벅스에 들어갔다. 점심시간이 조금 지난 때였는데도 정장을 입고, 노트북들을 들고 바삐 오가는 사람들 덕에 1분에 문이 몇 번씩이고 열리는 스타벅스였다. 그런 바쁜 뉴욕에서도 스타벅스의 점원들은 친절했고, 히스패닉이었다. 



뉴욕에는 여행 차 온 건가요, 아니면 직업이 사진작가세요?



내 목에 걸린 사진기를 보고 하는 말이었다.



네, 여행도 맞지만 뉴욕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들을 인터뷰하고 사진 찍으러 왔으니 사진작가라고 할 수도 있겠네요.


 오, 흥미롭다는 미소를 띤 채 남자 직원이 행주로 커피 기계들을 닦았다. 이제 스몰 톡쯤에는 긴장하지 않고 답할 수 있는 경지에 오른 기분이라 짜릿했다. 이름이 뭐냐고 물어서, 미셸이라고 대답했더니 그게 원래 이름이냐고 했다. 아니라고 했다. 직원은 그럴 것 같았다는 눈빛으로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방인들끼리 서로 잘 알지 않냐는 듯 묘한 미소를 주고받았다.


길 위에서 만난 피카츄. 데이팅 앱 광고를 이렇게 한다!
테드가 위치한 건물


         1시 55분이 되어 테드 회사 건물로 향했다. 리셉션에서 여권을 보여주고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테드가 위치한 5층에 도착했다. 유리문 안에서는 뽀글거리는 파마머리의 흑인 여자분이 TED라고 쓰인 로고가 놓여 있는 무대 위를 날아다니며 의자 위에 올라선 직원들에게 마이크와 카메라 테스트를 시키고 있었다. 촬영을 앞둔 것 같았다. 생각보다 그렇게 큰 오피스는 아니었다. 중앙에는 무대가 위치했고, 무대 뒤편으로 객석이 높다랗게 이어졌다. 전 세계로 뻗어나가는 영향력의 발원지였다. 좁은 무대 위의 로고와 의자는 마법의 소품들처럼 신비해 보였다. 마법은 마법이었다. 무형의 아이디어들이 이 작은 뉴욕 오피스에서 뻗어 나와 전 세계 곳곳 관객들의 마음으로 스며들어간다니. 기술과 예술이 부리는 마법이라는 생각에 벅찼다.



-1- 
#취미 
#업무 외의 시간이 있다면 하는 일? 
#좋아하는 운동 
#지향하는 가치


       나는 비서 업무를 맡고 있다는 샤우나를 찾았다. 내게 타냐 대신 이메일 회신을 보내준 사람이었고, 샤우나는 나를 타냐에게 데려다주었다. 타냐는 크지 않은 체구이나, 부드럽지만 강한 인상을 풍기는 태국인이었다.


 

         처음 뉴욕인데 지하철에서 많이 헤매지 않았어요?


         잔뜩 긴장한 채로 뉴욕에 오고 나서 처음 마음이 풀어지는 인사말이었다. 어쩜! 이렇게 마음을 알아주시다니. 타냐는 메일 끝마다 ‘~로부터’라는 뜻의 (Bests) 대신‘가장 따뜻한(Warmest)’을 붙였었다. 사소한 부분이 차이를 만든다. 이런 형용사를 쓰는 사람은 어떤 사람일 까궁 금했었다. 타냐의 출신이나 학력, 커리어 패스와는 또 다른 부분이었다. 타냐는 그에 걸맞게 낯선 땅에서 헤매는 뚜벅이 여행자의 언 마음을 녹여주는 따뜻한 사람이었다. 뉴욕 인터뷰이를 찾기 위해 20여 통이 넘는 메일에서 변호사, 금융권 종사자, UN 산하 기구 직원, 패션업계 종사자 등 국적을 불문하고 아시안이면 최대한 메일을 돌려보기도 했었다. 그런데 그중에서 비 한국인으로서 유일하게 답장을 해준 건 타냐뿐이었다. 뉴욕의 삶은 누구에게나 바쁠 테지만, 일부러 업무 시간을 비워 인터뷰어를 위해 짬을 내주는 일은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이다. 국적을 불문하고 귀한 시간을 내어 준 타냐에게 고마웠다. 또 얼른 ‘타냐’라는 사람은 누구일지 궁금해졌다.


         일 하고 있는 직원들 사이를 지나 회의실로 들어가 인터뷰를 시작했다.






-1-

#취미

#업무 외의 시간이 있다면 하는 일?

#좋아하는 운동

#지향하는 가치


#현재 담당하고있는 업무

#처음 이 분야에서일하고 싶다고 생각한 때

#담당하고 있는업무의 매력과 챌린징한 부분

#다양한 필드를 넘나들게 한 원동력

#이직할 때 고려하는 것

#왜 TED였는지-네트워킹을 해온 방법

#진로나 삶의 멘토

#도움을 받고 싶으실 때는 어떻게


#현재 분야에서 일하고 싶다면 선택하면 좋을 전공

#현재 분야를 추천해주고 싶은 성향의 학생

#TED라는 회사의 강점

#미국과 다른 나라들에서 TED의 성장을 예측한다면

#모바일, 기타 플랫폼의 미래를 예측한다면





#취미

  서핑을 좋아하고요, 여행도 좋아하는데 어드벤처 여행을 좋아해요. 얼마 전에는 탄자니아와 킬리만자로를 다녀왔어요. 꽤 거대한 여행이죠. 8일이었고요, 엄청 어려웠어요. 숨쉬기가 엄청 힘들었어요. 아시아 사람들은 산 근처에서 살게끔 안 태어났잖아요, 게다가 저는 바다 옆에서 태어났거든요. 


#업무 외의 시간이 있다면 하는 일?

  서핑이요. 아침 6시쯤 보통 일어나는데 서핑 뉴스를 보고 Rock Way라는 해변가로 운전해서 가는데요, 뉴욕에도 사실 해변이 있거든요. 거기 가서 아침 좀 보내다가 12시 전에 와요. 보통 1시간에서 1시간 반 정도 타죠.



뉴욕의 해변에서도 서핑을 할 수 있다니! 좋아하는 일도 하며, 근처에서 서핑도 하면 얼마나 좋을까란 생각이 들었다.



#좋아하는 운동

  조깅도 하고요, 요가도 좋아해요. 조깅도 요가도 일주일에 1번 정도 해요. 뉴욕에는 운동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운동 트랙도 많아서 아침에 일어나면 아마 운동하는 사람들을 많이 볼 거예요. 제가 어딜 가면 좋은지 적어 줄 수도 있는데, 타임스퀘어는 가지 마세요! 한 번 정도는 가 볼만 해요. 



#지향하는 가치

  이야기로 들려주고 싶은데요, 제가 UAE에 가서, 캠핑하고 있을 때에요. 엄청 큰 사막 한가운데였고, 아무것도 없는 데였어요. 캠핑에서 한 사람을 만났는데, 별이 쏟아질 것 같은 밤하늘 아래에서 얘길 나눴죠. 이집트에서 온 사람인 것 같은데 저한테 물어봤어요. “타냐, 인생에서의 목적이 있나요?”그래서 제가 오히려 되물었죠. “당신의 목적은 뭔데요?”그랬더니, “제 목적은 다른 사람들을 위해 목적이 있는 사람이 되는 거예요(My purpose is to be purposeful for others).”라고 하더라고요. 전 그 말이 되게 좋았어요. 

  꽤 오래전 이야기이긴 해요. 그래도 제가 하는 일들이 어떻게든 의미 있는 방향으로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마친다면 그게 제가 하고 싶은 일이에요. 저는 이 세상에 무언가든, 어떤 방법으로든 의미 있는 방법으로 기여하고 싶어요. 그리고 전 그 가치를 따라요.



당신이 일하고 있는 회사와 연결이 되는 부분 같은데요?

  네. 그렇게 볼 수도 있죠. 제가 TED에 오고 싶다고 생각한 의도랑 회사의 가치가 맞아떨어진 것도 있네요. 



#행복의 정의

  저에게 행복은 ‘지금이 존재한다’는 걸 인식하는 것과 같은 거라고 생각해요. 행복은 지금 이 순간에 관련된 거라고 생각해서요, 제가 있는 그대로도 괜찮고, 좋고, 가진 것들을 곁에 있는 사람들과 순간순간 즐기면 그게 행복인 것 같아요. 만약 ‘지금’을 벗어나서 생각한다면, 행복할 수 없겠죠. 예를 들어, 내일을 생각하고, 어제를 생각해보면 알 수 있어요. 내일에 행복이 있다고 생각하면 내일이 될 때까지 행복할 수는 없는 거잖아요. 과거에 대해서도 행복해할 수는 있겠지만, 항상 그럴 수는 없고, 그리고 이미 지나간 거니까요. 

 


  뉴요커는 달라라는 생각이 들만큼 특별한 취미 이야기도 재밌었고, 지금까지 만났던 한국 사람들과 전혀 다른 분위기로 답변을 이어나가는 게 신기했다. 상대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듯이 ‘스토리텔링’을 한다는 게 어떤 건지 보였다. 그러면서도 타냐는‘행복’에 관해 지금까지와는 또 다른 관점을 제시해주고 있었다. 현재에 머무는 것이라... 적어도 지금 이 순간 타냐와 나누는 대화 속에서 나는 행복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매 순간을 이렇게 보내면 되는 것일까?



  사실 타냐는 그 귀하다는 STEM(Science, Technology, Engineering, Mathematics) 분야의 여성이었다. 카네기 멜론 대학에서 정보 시스템 관리(Information SystemsManagement)를 졸업했고, 동 대학에서 박사과정을 밟았으며, 이후 TED에 들어오기 전까지 데이터 엔지니어, 프런트 엔드 엔지니어이자 유저 익스피리언스 디자이너로 다수의 포춘 500 회사들, 스타트업들과 일했다. 이후의 경력도 화려하게 느껴진다. TED 전에는 MLB Advanced Media(첨단 매체 부문)의 제품 개발 부서에 있었고, 그간 에미, 피버디, Adobe MAX, 웨비,National Design Award 등 다양한 상을 받으며 능력을 인정받아왔다. 2010년부터 지금까지는 TED에서 일하고 있는데, 특히 지금은 TED  모바일 및 기타 디바이스 플랫폼 총괄자로전략, 투자, 상품 매니징, 운영 등(비 웹 부분)을 총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력만 보면 뜨헉 얼마나 대단한 사람일까 싶은데, 조곤조곤 답변을 이어나가는 타냐는 뽐내는 기색 없이 솔직 담백, 겸손하면서도 털털했다. 더 흥미로웠다. 그녀는 어떻게 맨 처음 공학을 선택했고, MLB와 TED에는 어떻게 오게 된 것일까? TED에서의 그녀의 모습과 그녀만의 리더십 등 많은 것들이 궁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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